주간 TV업다운은 고함20 기자들의 날카로운 눈으로 지난 한 주간 방영된 TV프로그램을 비평하는 연재입니다. 재밌고, 참신하고, 감각있는 프로그램에겐 UP을, 재미없고, 지루하고, 편향적인 프로그램에겐 DOWN을 날립니다. 공중파부터 케이블까지, 예능부터 다큐멘터리까지 장르와 채널에 구애받지 않는 무자비한 칭찬과 비판을 하겠습니다.



[이번주 UP] 
온스타일 <이효리의 X언니> (9월 3일 방영 분)
 

ⓒ온스타일 홈페이지


스피카, 전무후무한 '빽'을 얻다

<이효리의 X언니>는 사실 신선한 형태의 프로그램은 아니다. 이효리와 같은 대선배가 데뷔 2년차 스피카의 멘토역할을 맡는다. 총 5부작으로 만들어진 방송에서 이효리는 스피카의 ‘뒤 봐주는 언니’가 되어 그들의 컴백을 도왔다. 9월 3일로 이 'X언니'의 역할은 잠정적(?)으로 끝났다. 마지막 방영분에서 스피카는 제주도에서 뮤직비디오 촬영을 하고, 2년만에 컴백 무대에 오른다.

X언니의 고민은 ‘걸그룹' 스피카의 애매한 포지션에서 시작됐다. 대형 신인이 속속 등장하며 걸그룹은 가요계의 거대한 흐름이 되었다. 스피카는 그 시류를 탄 여타 걸그룹중 하나다. 넘쳐나는 팀 사이에서는 '한 방'이 없으면 뜨기 힘들다. 'X언니' 속 스피카 멤버들 도 '특징없는 걸그룹'에 대한 심경을 털어놨다.

컴백으로 끝을 맺는, 뻔한 결말이지만 충분히 즐거웠다. 아마도 ‘돌아온 걸그룹' 얘기의 무게가 ‘성공'에 치우치지 않았다는 점이 한몫했을 것이다. 마지막 화에서 스피카는 컴백을 위해 '빡센' 안무연습에 돌입한다. 이효리 역시 스피카를 위해 세밀한 스타일 하나까지 신경쓴다. 그렇게 모든 면에 박차를 가하지만, 음악 프로그램 순위에 집착하지는 않는다. 더 노골적으로 그들에게 1위는 되도 그만, 안되도 그만으로 보이기도 한다. 초반 스피카 멤버들은 아이돌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자신감이 부족했다. 아이돌로서 '지속 가능한 캐릭터' 확립에 대한 그들의 간절함은 곧 의지로 이어졌다. 그렇기에 ‘효리언니’의 조언을 즐겁게 실천할 수 있었다. 충고와 수용으로 빽빽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느껴지던 알 수 없는 피로감도 자취를 감췄다. 얼핏 다큐의 얼굴을 드러내던 이 예능은, 서바이벌과 오디션 형식의 양념을 걷어내고 스피카와 이효리의 콜라보레이션을 산뜻하게 그리는데 성공했다.
 
관전포인트 : X언니를 졸업하는 스피카를 보며 엄마미소 짓는 이효리. '옷 입혀주는 언니'부터 ‘상순 오라버니' 까지, X언니오빠들이 보여주는 뿌듯한 표정


[이번주 DOWN] MBC <무한도전> (8월 30일 방영 분)
 

무한도전 방영분 캡쳐화면.


'평균 이상' 이 되어야 한다는 압박

다시 ‘스포츠’다. 굵직한 체육 종목에 도전해온 ‘무도’의 이번 관문은 응원이다. 멤버들은 9월 말 치러지는 ‘연고전’(혹은 고연전)에 응원단 자격으로 참가하게 되었다. 이번주는 각 학교 응원단에 입단한 후 멤버들이 처음 훈련을 받는 과정이 방영되었다.

훈련으로 새롭게 거듭나는 것은 무한도전의 단골 구성이다. 중장기 프로젝트로 일컬어지는 특집에서 자주 보여준 멤버들의 훈련 장면을 두고 무도 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큰 웃음'을 준다기 보다는 ‘보여주기’에 가깝다는 의견이 꽤 많다. 이들의 스포츠에 대한 '무한도전'은 그렇게 다큐와 재미 사이에서 아슬한 줄타기를 해왔다.

이 날 방영분에서 연세대와 고려대, 두 응원단 사이에 흐르던 묘한 긴장감은 기존 예능에서 볼 수 없던 종류였다. 그 흥미로움으로 프로그램은 생기를 얻었다.그러나 반복되는 팽팽한 신경전은 무한도전이 왜 굳이 연고전이라는 이벤트에 참가해야 했는지 의문을 갖게 했다. 도입부에서 2014년에 열릴 큰 규모의 행사들을 언급한 의도도 알 수 없었다.

특히 멤버들이 응원단에서 훈련 받는 모습은 그간의 스포츠 특집과는 다른 결을 느끼게했다. 멤버들은 봅슬레이 안에서, 링 안에서, 강 위에서 좌충우돌과 재도전을 그러모아 무대와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지난한 과정들 속에서 ‘믿고보는 무도’가 가능했던 이유는 그런 실수의 점철 덕분이었다. 학생들이 외치던 ‘뛰어'와 ‘동기애'는 그래서 이질적이었다. 훈련으로 진지한 가운데서도 여유를 잃지 않았던 모습도 찾기 힘들었다. '군기 잡는' 전통의 답습을 보는 듯해 기분이 좋지 않았다는 시청자들의 반응도 있었다. 박치인 노홍철, 구호가 어색한 유재석, 기본동작이 익숙치 않은 정준하는 응원단에 쉬이 섞여들지 못하고 "전력"했다. 어떤 과정의 스위치를 꺼 버린 듯한 느낌이었다. 

이번 방영분에서 무한도전은 새로운 풍경을 선사하는데 성공했다. 스포츠를 뒷받침해준다는 인식이 강한 응원 역시 연습과 땀이 필요한 '종목'임을 부각시켜준 점에서도 그렇다. 다만 그것을 무한도전의 몸에 맞게 도려냈는지는 의문이다. 남은 응원특집을 눈여겨 봐야 할 이유다.

관전포인트 : 다른팀으로 '떠밀리지' 않기 위한 멤버들의 몸부림. 하하의 선곡은 참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