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TV업다운은 고함20 기자들의 날카로운 눈으로 지난 한 주간 방영된 TV프로그램을 비평하는 연재입니다. 재밌고, 참신하고, 감각있는 프로그램에겐 UP을, 재미없고, 지루하고, 편향적인 프로그램에겐 DOWN을 날립니다. 공중파부터 케이블까지, 예능부터 다큐멘터리까지 장르와 채널에 구애받지 않는 무자비한 칭찬과 비판을 하겠습니다.



[이번 주 UP] JTBC <궁중 잔혹사 - 꽃들의 전쟁> 50회 (9월 8일 방영분)

ⓒ JTBC



때로는 정직이 최선이다

악인이 주인공인 드라마는 성공할 확률이 높다. 그 자체로서 희소성이 있는데다 '무결한 주인공', '권선징악'과 같은 뻔하디 뻔한 클리셰가 없어 눈길이 더 간다. <궁중잔혹사-꽃들의 전쟁>은 악인 중에서도 가장 매력적인 궁중의 악녀가 주인공인 드라마다. 김현주가 열연한 주인공 '얌전(조 귀인)'은 우리가 지금껏 마주했던 궁중 사극의 악녀들을 모두 담고 있다. 임금을 마음대로 갖고 노는 장녹수, 권력과 사랑의 경쟁자를 제거하는 데 진력한 장희빈, 모성애로 악녀가 된 경빈 박씨 등이 바로 그들이다. 한동안은<천추태후>, <장옥정 사랑에 살다> 등 그동안 부정적으로 묘사되었던 여인들에 대한 재평가가 주를 이루었다. 이로 인해 잠시 잊혀졌던 악녀가 다시 간만에 주인공으로 등장한 것이다.

이 드라마는 근래 방영된 드라마 중 가장 전형적인 형태의 '정직한' 한국 사극이다. 단지 궁중 암투를 다룬 드라마여서가 아니다. KBS가 소위 '정통 사극'을 포기함으로써 완전히 끊어졌던 한국 사극의 맥을 미약하게나마 잇는 드라마라 할 수 있다. 최소한 이 드라마의 배경이 조선시대라는 확신을 줄 수는 있는 드라마라는 점에서는 말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이 드라마의 의의는 충분하다. KBS가 포기했고, MBC와 SBS는 의지조차 없는 '정직한 정통 사극'에 가까운 형태의 드라마가 종편에서 등장했다는 점이 아이러니컬하다.

최종회까지 극을 이끌어 온 연기자들의 힘을 높게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얌전 역의 김현주와 인조 역의 이덕화, 강빈 역의 송선미, 김자점 역의 정성모 등은 각 배역에 완벽하게 녹아들었다. 충실한 내관 김인 역의 우현과, 극 후반부에 빛을 발한 신인 고원희의 장렬왕후 연기 역시 주목할 만하다.

최종회에서 얌전의 비참한 최후가 극대화 된 것은 충분히 설득력 있는 전개였고, 괜찮은 선택이었다. 다만 시간 관계상 언년이(정유민)가 얌전을 배반하는 것에 대한 설득력이 다소 부족해졌다는 점과 후반부에 얌전만큼의 표독함을 보인 대비가 갑자기 얌전의 죽음을 동정하는 장면이 다소 뜬금없다는 점 등이 옥에 티 정도가 되겠다.

감상 포인트 : 더할 나위 없이 비참해지는 얌전의 최후. 그리고 죽음에 가까워짐으로써 스스로의 굴레에서 벗어나 평화를 되찾아 가는 얌전의 모습.


[이번 주 DOWN] tvN <SNL 코리아> 승리 편 (9월 7일 방영분)

ⓒ tvN



더 이상 실망시키지 말아줘요

<SNL 코리아>가 기복이 심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빅뱅의 승리가 출연한 이 회차가 유독 재미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SBS <화신-마음을 지배하는 자>를 제치고 <SNL 코리아>가 이번 주 DOWN 프로그램으로 선정된 것은 '이번 주' DOWN된 프로그램이라서가 아니라 '이번 주까지 쭉' DOWN되고 있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화신>은 이제 더 DOWN될 곳도 없고, 치고 올라올 동력도 보이지 않으니 논할 도리가 없어 다루지 않았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가장 큰 문제는 '위켄드 업데이트'다. 정치 풍자가 없는 '위켄드 업데이트'는 전혀 매력이 없다. 요즘과 같이 매일 정치권 빅 이슈가 터져 나오고 톱뉴스 상위권 상당수를 정치면 기사가 차지하는 '정치의 계절'에, '위켄드 업데이트'에는 정치가 없다. TV를 보는 시청자들조차도 제작진, 아니 CJ의 불편함을 느낄 수 있으니 무엇을 바라겠는가.

진행자를 바꿔서 될 문제가 아니다. 최일구든, 유희열이든 지금과 같은 대본으로 연기를 한다면 그저 자신의 캐릭터 이미지를 소모하는 것으로 매 주를 버텨나갈 뿐이다. 정치 풍자를 할 수 없다면 일반 사회 풍자라도 제대로 해야 한다. 최소한 웃기게는 만들어야 한다. 대본부터 재밌어야 한다.

다른 코너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크루들의 캐릭터를 끊임없이 소모하고 있을 뿐이다. 신동엽에게 19금 코드만 있는 것이 아니고, 클라라에게 섹스어필만 있는 것이 아니며 유세윤에게 '똘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들을 '소모'하는 것이 아니라 '활용'하는 것은 제작진의 일이다.

<SNL 코리아>가 주목받은 것은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했기 때문이다. 수십 년간 불모의 영역이었던 정치 풍자와 섹스 코미디를 개척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정치 풍자는 실종되었고 섹스 코미디는 그 자체로 프로그램 존재의 목적이 되어 버렸다. 유명한 크루 한명 없이도 숱한 이슈를 만들어내던 프로그램이 이제는 크루들 몇 명의 유명세에 묻어 가는듯한 프로그램이 되어 버렸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SNL 코리아>의 욕설과 저속한 표현에 대해 '경고' 조치를 내렸다고 한다. 제작진으로서는 꽤나 신경이 쓰일 부분이다. 하지만 방통위의 '경고' 조치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엄중한 경고가 또한 <SNL 코리아>에 드리우고 있다. 욕설과 막말이 허용치를 넘어 간 코미디 프로그램은 용서받을 수 있어도, 웃음이 기대치에 못 미치는 코미디 프로그램은 용서받을 수 없다. 다른 프로그램이 아닌 <SNL 코리아>이기에 그 기대치는 더 클 것이다.
 
감상 포인트 : 방송반 우정, 신동엽과 유희열의 '티키타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