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점부터 언론이 대학을 평가하고 있다. 언론사 대학평가가 수험생, 학부모에게 영향을 주면서 대학도 언론사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중앙일보가 대학평가로 꽤나 재미를 보자 다른 신문사도 줄지어 대학평가에 뛰어들었다. 고함20도 염치없이 이 축제에 밥숟가락 하나 올리고자 한다.
 

다만 논문인용지수, 평판, 재정상황으로 대학을 평가하는 방법은 거부한다. 조금 더 주관적이지만 더 학생친화적인 방법으로 대학을 평가하려 한다. 강의실에선 우리가 평가받는 입장이지만 이젠 우리가 A부터 F학점으로 대학을 평가할 계획이다. 비록 고함20에게 A학점을 받는다고 해도 학보사가 대서특필 한다든가 F학점을 받는다고 해도 '훌리건'이 평가항목에 이의를 제기하는 촌극은 없겠지만, 고함20의 대학평가가 많은 사람에게 하나의 일침이 되길 기대한다. 



그 첫 번째는 대학교 학식이다. 학생식당이라는 의미인 학식은 식사시간이면 교내에서 가장 붐비는 곳이다. 외부 음식점들에 비해 싼 가격으로 식사를 해결할 수 있고, 시간이 없는 대학생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학식이 학생들에게 갖는 의미는 작지 않다.

A학점. 한국외국어대

한국외대 학생식당 ⓒ머니투데이

작년 11월 경향신문에서 발표한 학생생활 만족도의 학생식당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한국외국어대(이하 외대)의 학식은 가격부터 놀라웠다. 가격은 1400원에서 2200원까지다. 이번에 복학한 김유선(가명, 24)씨는 “1학년이었을 때부터 가격이 오르지 않았다”고 했다. 외대는 2005년 이후 학식 가격을 동결하고 있다. 다른 학교보다 싼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학교가 직영으로 운영하면서 다른 사업의 수익금을 식당 운영에 사용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좋은 학식에 만족스러워했다. 식당을 외부 업체가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영양사와 조리장이 오랫동안 근무했다는 것도 학생들의 입맛에 잘 맞는 있는 이유다. 외대 학식을 먹으러 온 경희대 학생들은 “가격도 싸지만, 맛도 3~4000원인 다른 학교 학식과 비교했을 때 좋은 편”이라고 했다. 단, 소문처럼 대단한 맛을 기대하면 실망할 수 있다. 평가요소: 9년 동안 인상 없는 가격. 학생들의 입에 맞는 맛.

B+학점. 숙명여대, 인하대
김지효(24): “전혀 다른 메뉴나 채식식단 같은 독특한 시도는 없지만 종류가 다양하고 맛있어요. 친구들끼리도 맛있는 학식이 나오면 오늘 맛있으니까 먹으라고 말도 해줘요.”

숙명여대의 학식은 2500원에서 3300원 정도로 일반적인 학식과 비슷한 가격이다. 학생들은 대체로 가격과 맛에 만족하는 편이었다. 또 학식에서 판매하는 양은 도시락은 2800원에서 3000원대로 학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식당이 작아 점심때는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불만도 있었다. 숙명여대의 학식은 학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만큼 외주업체와 충돌도 있었다. 2011년 학식을 운영하는 외주업체가 정확한 이유 없이 가격을 인상했을 때 총학생회에서 가격인하를 요구하는 밥차를 운영하며 호응을 얻었지만 가격인하에는 실패했다고 한다. 평가요소: 학생들의 만족도. 가격대비 꽤 괜찮은 맛. 좁은 공간.

인하대 생선가스 김치덮밥

인하대는 주변에 저렴한 먹거리가 많음에도 학생들이 꾸준히 찾는다. 식품영양과 학생 박우진(가명, 26)씨는 “가격대비 만족스럽다”고 답했다. 특히 오후 5에서 6시에는 라면을 500원에 판매한다. 소반은 1400원으로 매우 저렴하고 다른 메뉴들도 3000원 이하였다. 물론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양이 적을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소반의 경우 1400원의 가격을 맞추기 위해 부실한 구성의 사진이 인터넷에 떠돌기도 했다. 하지만 선택의 폭이 1400원에서 3000원까지 다양하고, 가끔 맛이 없을 때도 있지만 학생들은 대체로 만족하고 있었다. 평가요소: 500원에 먹을 수 있는 식단의 존재. 가격이 저렴함에도 맛있는 학식. 배부르지 않는 양.
                                                                                                                         

B학점. 연세대

연세대 양지우거지탕

연세대는 B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학생들은 2700원 하는 잔치국수는 싼 만큼 맛이 없어 기피하는 메뉴라고 했다. 또 4000원이 넘는 스파게티 종류가 많은 것도 재학생이 뽑은 특징이었다. 연대의 식당은 생활협동조합이 외주업체와 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올 초 운영업체를 아워홈에서 삼성에버랜드로 바꾸고 맛이 개선됐다고 한다. 평가요소: 다양한 메뉴. 괜찮은 맛. 높은 가격.



C+학점. 이화여대

이화여대 학생식당 메뉴

이화여대는 학식을 찾는 물음에 하나같이 나가서 사먹으라는 대답을 해줬다. 특히 생활관의 학식은 내부가 어둡고 맛도 없으니 피하고 차라리 이화사랑에서 판매하는 참치김밥을 먹으라는 팁을 주었다. 학식을 평가해달라는 요구에 B와 C를 준 학생들이 많았다. 이화여대의 참치김밥은 밥보다 참치가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평가요소: 맛있어 보이는 비주얼. 보기보다는 떨어지는 맛. 학식을 능가하는 이화사랑 참치김밥.

C학점. 인천대
인천대는 학식의 질적인 면에서는 C이다. 학생들의 의견을 수용해서 많이 개선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 인천대 학생 다수의 의견이었다. 인천대 학생식당은 일주일에 한번 채식식단이 나오고 생활협동조합에서 운영해 수익금을 장학금으로 반환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맛에 불만을 느끼고 있다. 학생식당을 운영하는 생활협동조합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질적 개선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글이 꾸준히 올라온다. 평가요소: 맛없음. 학생들의 불만.


F학점. 한동대, 가톨릭대
한동대의 학식은 2800원의 급식과 나머지 5개의 고정 메뉴로 이루어져 있다. 재학생 성준영(26)씨는 한동대 학식을 조삼모사로 비유했다. “학식이 학기 초기에는 맛이 그럭저럭 먹을 만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점 맛없어진다. 똑같은 반찬이 자주 나오고 단백질은 계란이 주재료로 고정되는 느낌”이라고 밝혔다. 또 “학교 주변에 먹거리가 없는 특성상 학식이 학생들의 먹거리를 독점하고 있어서인지 학식에 대한 개선의 의지가 없어 보인다”, “학식을 제외한 다른 메뉴들이 꾸준히 가격을 올리고 있다”, “테이크아웃은 위생에 신경을 안 쓰는 것 같다” 등 학생들의 불만이 확인 됐다. 학생들의 강한 불만을 수용해서 F를 주기로 했다. 평가요소: 학생들의 불만을 수용하지 않는 학식의 도도함.

가톨릭대는 2010년 가톨릭대학보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학식 서비스에 대한 질문에 64.8%가 불만족 한다고 답했다. 이후 2012년에 경향신문이 발표한 자료의 학식부문에서 F를 받고 개선되는 것처럼 보였으나 아직 학생들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박민규(가명, 23)씨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아직도 불만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특히 가톨릭대 성심교정은 학교 앞 한솥도시락 사장님의 차가 바뀌었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학생들이 기피했다. “성심교정과 성의교정은 같은 외주업체인 메셸푸드가 운영하지만 메뉴의 질은 현격하게 차이가 난다”는 학생들의 불만을 들을 수 있었다. “미셸측에서 설문조사와 미스테리 쇼퍼 등을 도입했지만 학생들은 설문조사의 선택지도 적었고 이후에도 개선점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평가요소: 학생들의 불만에 대한 미셸푸드의 영혼 없는 대처. 아직 미흡한 질적 개선.

등록금과 밥값 인상, 학과 통폐합 등 합리성에 기초한 돈의 논리가 대학교를 운영하는 시대이다. 대학교의 학식에 대한 불만은 모든 대학에 있었다. 하지만 학생들의 단순한 밥투정이 아니다. 학교가 학생들의 불만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대학교의 학식이 밥 노릇을 못하는 동안 학생들이 밥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