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점부터 언론이 대학을 평가하고 있다. 언론사 대학평가가 수험생, 학부모에게 영향을 주면서 대학도 언론사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중앙일보가 대학평가로 꽤나 재미를 보자 다른 신문사도 줄지어 대학평가에 뛰어들었다. 고함20도 염치없이 이 축제에 밥숟가락 하나 올리고자 한다.
 
다만 논문인용지수, 평판, 재정상황으로 대학을 평가하는 방법은 거부한다. 조금 더 주관적이지만 더 학생친화적인 방법으로 대학을 평가하려 한다. 강의실에선 우리가 평가받는 입장이지만 이젠 우리가 A부터 F학점으로 대학을 평가할 계획이다. 비록 고함20에게 A학점을 받는다고 해도 학보사가 대서특필 한다든가 F학점을 받는다고 해도 '훌리건'이 평가항목에 이의를 제기하는 촌극은 없겠지만, 고함20의 대학평가가 많은 사람에게 하나의 일침이 되길 기대한다. 

그 두 번째는 학내 언론이다. 대학마다 부속 기관으로 소속돼 있는 학내 언론은 매년 자체적으로 위기를 진단하고 나름대로 처방도 내리지만, 도무지 낫지 않는다. 지난 9개월을 바탕으로 학내 언론의 자화상에 학점을 매겨본다. 오해는 마시라. 이 점수는 학내 언론에 주는 점수가 아니라 학내 언론을 부속 기관으로 만들어 놓고 약도 제대로 복용해주지 못한 무능력한 대학 본부에 주는 점수이다. 

B+학점. ‘편집권과 자율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고려대학교 교지 <고대문화> 

기성 언론들처럼 요즘 대학내 언론들도 SNS 관리에 돌입하기 시작했다. <고대문화>의 페이스북은 언제나 바쁘다. 교지라고 해서 단순히 계절이 한 번씩 바뀔 때마다 학내에 비치된 한 권의 책으로 의무를 다했다고 여겨진다면 <고대문화>를 보면 된다. 며칠 전 언론사 기자 정기 강연회를 열었고, 페이스북 홍보도 밀양 송전탑과 같은 굵직한 사안에 대한 의견 피력도 적극적이다. 고대문화 김보영 편집위원은 “독자평가회, 토론회 자리 등을 만들어서 논의 내용을 다시 기사에 싣는 등 독자들과 만나려고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고대문화는 학생회비를 할당받아 교지를 만들기 때문에 학교 편집권으로부터 충분히 자유롭다. 하지만 최근 고려대 총학생회에서는 분할 책정돼있는 교지비를 학생회비 안으로 포함시키려고 한단다. 김보영 편집위원은 이에 대해 총학생회와 조율중이라고 밝혔다. 어떤 쪽이든 교내 자치언론의 목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캠퍼스위크


B학점. '이제 시작이야' 가톨릭대학교 <가톨릭대학보>

올해 6월, 가톨릭대학교 <가톨릭대학보> 구성원들은 신문사 편집실에 남아 신문을 만드는 대신 거리로 나와 장외 투쟁을 전개했다. 학교 본부의 이해에 반하는 기사 2개(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에 대한 보도면 기사, 총유학생회에 관한 사회면 기사)가 주간교수의 저지로 지면에 실리지 못하게 되면서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학생 기자들의 편집권 및 자율성 보장과 학보의 정상 발행 △학보사와 관련된 규정의 전면적 개정 △주간교수 사퇴라는 3가지 안을 놓고 서명운동을 진행한 바 있다. 이어 1800여명의 서명을 받은 <가톨릭대학보> 기자들은 즉시 호외를 발간했고 잘려나간 기사를 첨부했다. 해당 교수는 주간교수직을 내려놓았다. 

투쟁 이후, 그들은 학보 자문단을 꾸렸고 편집권에 대한 학생 기자의 권리 및 편집국장의 권한을 문서화했다. 가톨릭대학보 김지영 편집장은 최근 상황에 대해 “개강 이후에 새로운 주간교수님이 오셨고, 학생기자들 역시 편집권한을 갖고 있음을 명시했다”며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고 말한다. 편집권 자유를 쟁취한 가톨릭대학보의 내일이 기대된다. 

'만능 엔터테이너를 요구하는' 성공회대학교 미디어센터 

성공회대 미디어센터는 학보사와 교육방송국의 예산과 인력난 때문에 미디어센터로 통합됐다. 하지만 결국 2년 전, 교내 오디오방송은 인원이 부족해 더 이상 방송 송출을 할 수 없게 되었다. 현재 성공회대 오디오방송은 잠정 중단된 상태다. 그렇다면 대학 언론이 갖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인 학교 본부로부터의 편집권 침해는 어떨까. 성공회대 김서정 미디어센터장은 “성공회대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학풍을 지닌만큼 편집권 침해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대학과 달리 신문을 봐주는 간사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기자들이 콘텐츠 생산에만 전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교열부터 기사 배치, 기사 디자인까지 모두 기자들이 스스로 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편, 현재 편집디자인은 김서정 미디어센터장이 맡고 있다고 한다. 

C+학점. ‘이토록 불편한 가시방석’ 동국대학교 교지 <동국> 

동국대학교 교지 <동국>은 학교로부터 지원받지도, 그렇다고 총학생회비로부터 교지대를 따로 할당받지도 않는다. 교지는 오로지 교지에 실린 광고와 <동국>을 거쳐 온 선배들의 비정기적인 후원금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어떻게 된 일일까? 2007년 학교와 대립각을 세우던 중 교지비는 전부 삭감되고 그 이후로 동국대학교 측에서는 미디어센터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교지 <동국>은 거기 포함되지 못했다. 동아리도 아니고 학교 기구도 아닌 채, 동국대학교 본부는 교지 <동국>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자신들과는 상관 없다는 거다. 

ⓒ연세매지 블로그


D‾학점. ‘사망 했습니다’ 연세대학교 교지 <연세매지> 

연세대학교 교지 <연세매지>가 이번 호를 마지막으로 폐간됐다. <연세매지>의 비극는 연세대학교 당국이 자율경비 선택 납부제를 학내 언론에 도입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기존에 등록금 속에 포함됐던 비용이 따로 독립돼 나오면서 학생들은 자율경비를 내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폐간된 매체는<연세매지> 뿐이지만, <연세춘추>, <연세교육방송국(YBS)> 및 연세대학교 학내 언론들은 산 채로 죽음을 맛보고 있다. 더군다나 <연세춘추>는 한국 대학신문의 효시라 여길 정도로 대학 언론 사이에서 그 상징성이 짙다. 상황이 이러한대도 학교는 ‘강 건너 불구경’ 중이다. 그리고 남은 연세대학교 학내 언론들은 재학생들에게 자율경비를 납부해달라며 호소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고 있지만 F 학점을 주지 않은 데는 다 이유가 있다. D‾ 학점으로 훗날 ‘재수강’하시라는 뜻에서다. <고함20>은 <연세매지>의 부활을 기다린다.

대학 언론은 언제나 위기였다. 매년 위기라는 말이 쏟아져 나오지만 해결책이 달리 보이지 않는다. 김서정 성공회대 미디어센터장은 “대학 언론이 지리멸렬하는 이유는 저널리즘에 대해 제대로 공부할만한 기회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저널리즘에 대한 교육이 먼저 선행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뿐만이 아니라 편집권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대학 언론이라고 해도 제도적으로 편집권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한 그들은 매년 새로이 들어오는 학생 기자 혹은 주간 교수에 의해 언제고 편집권을 침해받을 수 있다. 또한 연세대학교처럼 타대학들 역시 대학 언론에 자율경비 납부제를 요구할지도 모른다. 대학 언론의 앞날을 계속 관심 있게 지켜봐야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