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가요계에 컴백한 그룹 캔의 신곡 <반말 하지 말어>는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반말하는 ‘갑(들)에게' 전하는 말이다. "언제부터 봤다고 날 얼마나 잘 안다고 도대체 왜 반말이오 아까부터"



20대는 주로 반말을 듣는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종업원이라는 이유로, 사회생활이라는 이유로, 반말은 당연시된다. 기분은 나쁘지만 딱히 항의하기도 어렵다. 어려서부터 장유유서와 수직구조가 몸에 밴 20대에게 어른에게 불만을 표현하기조차 어려울 때가 많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윤보람(가명. 25)씨는 반말하는 손님들에 대한 고충을 토로했다. “밤에는 그런 손님들이 많아요. ‘이거 얼마냐?’, ‘야, 이것 좀 까봐라.’ 처음 보는 사람이 다짜고짜 반말하면 황당하죠. 존댓말을 듣는다고 상대방한테 반말할 권리를 갖는 건 아니잖아요.”

ⓒ고함20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존댓말과 반말을 찾아보면 “1. 대화하는 사람의 관계가 분명치 아니하거나 매우 친밀할 때 쓰는, 높이지도 낮추지도 아니하는 말. 2. 손아랫사람에게 하듯 낮추어 하는 말.”이라고 나온다. 존댓말의 동의어인 높임말은 “사람이나 사물을 높여서 이르는 말”이다. ‘높이지도 낮추지도 않는 말’이지만 처음 보는 사람에게 반말을 들으면, 상대가 연장자라도 ‘낮추어하는 말’로 들린다.

2012년 스타벅스 코리아가 전국 470여개 매장의 점장 및 지역책임자들을 상대로 조사한 설문에서 가장 힘들게 하는 고객으로 86%가 ‘반말하며 인격 무시하는 고객’이라고 답했다. 또 올해 아르바이트전문 포탈 알바몬에서 ‘최고vs최악의 사장님’을 묻는 설문조사에서는 ‘반말 사장님’이 22%로 최악 사장님 1위에 선정됐다. 그 외에도 2012년에는 최악의 손님에 ‘반말로 명령하듯 말하는 손님’이, 올해 취업포털 커리어에서 발표한 꼴불견 면접관의 1위에 ‘무시하는 어투와 반말’이 뽑히는 등 반말은 어디에서나 꼴불견내지 최악으로 꼽혔다.

“20대면 아들, 딸 정도인데 반말 정도는 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택시기사 김수정(가명, 54)씨는 나이차이가 큰 상황에서 반말을 하는 것이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진다며, 그편이 젊은 손님들도 친근하게 느낀다고 답했다. 오히려 아들, 딸의 나이인 사람에게 존댓말을 사용하는 것이 어색하다고 했다. 하지만 나이대가 비슷한 손님이 반말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기분 나쁘게 느껴진다는 다소의 입장 차이를 보였다.

20대에게 반말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는, 예의를 나이 어린 쪽이 지켜야하는 일방적 의무로 여기는 사회적 정서 때문이다. 예의는 주로 언어를 통해 표현된다. 이익섭 서울대 명예교수는 자신의 저서 <한국의 언어>에서 “한국어는 위계질서가 엄격히 반영되는 언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그 기준은 나이나 선후배, 직위 등 “권세의 영향력이 유대(친밀함을 의미하는)의 영향력보다 크다”고 보았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곧바로 나이를 묻고 호칭과 ‘족보’를 정리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위계가 뚜렷한 수직관계에서 예의가 나이에 따른 일방적인 의무로 인식될 때, 연장자의 반말은 자연스럽고 당연해진다.
 

예의는 한쪽만 지키는 것이 아니다.


                                                                     
반말은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고 낮추는 태도다. 이런 일방적인 예의는 세대 간의 소통에 장애가 된다. 말에는 계급이 있다는 문장의 의미는 주고받는 말의 형식이 무의식중에 사용자들의 관계를 계급화 한다는 뜻이다.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반말은 연장자와 하급자의 관계를 평등한 관계가 아닌 갑과 을의 관계로 만든다. 반말을 듣는 20대는 예의라는 일방적인 의무의 굴레로 인해 스스로를 약자로 인식하게 된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처럼 20대의 담론을 기성세대가 주도하고 20대가 따르는 모양새도 이런 불평등한 관계에서 발생한 아이러니일 것이다.

예의는 “존경의 뜻을 표하기 위하여 예로써 나타내는 말투나 몸가짐”이다. 존경은 “남의 인격, 사상, 행위 따위를 받들어 공경함”을 뜻한다. 공경은 “공손히 받들어 모심”을, 공손은 “겸손하고 예의 바른 말이나 행동”을, 그리고 겸손은 “남을 존중하고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태도”를 의미한다. 예의의 가장 근본적인 의미는 ‘남을 존중하고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태도’이다. 존댓말이 일방적인 예의가 아닌 인간 대 인간의 기본적인 존중임을 생각할 때 존댓말은 장유유서의 논리가 아닌 서로에 대한 배려임을 기억해야한다.

그러니까, “내가 말씀 낮추세요. 하기 전까지 제발 불편하니까 말씀 낮추세요. 하기 전까지 반말하지 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