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함20
기자가 찾아간 날은 공연의 마지막 날이었다. 부쩍 시원해진 날씨 탓인지 행사장 안은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마침 광장을 쩌렁쩌렁 울리고 있는 소리가 하나 있었다. 그 소리는 몹시 날카로웠지만, 왠지 묘한 매력이 느껴졌다. 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태평소’였다.
세한좌도농악 ⓒ 고함20
좌도농악에선 기존의 음악 장르에선 찾아 볼 수 없었던 다른 종류의 역동성과 리듬감이 느껴졌다. 특히 꽹과리, 징, 장구 등의 다양한 전통 악기가 만들어내는 앙상블은 서양의 오케스트라와도 충분히 견줄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집중력 있게 무대에 임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공연에 대한 몰입도를 한층 더 높였다. 특히 공연의 거의 끝부분에서 진행된 상모돌리기는 단연코 무대의 클라이맥스로 뽑기에 충분했다.
ⓒ 고함20
무대 한 편에는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절구 체험부터 투호 던지기, 목칼/골량 체험까지, 다양한 전통 체험을 할 수 있게 마련해 놓은 체험 부스가 바로 그것이었다. 그 중 가장 강렬하게 기자의 시선을 끌어 당겼던 부스는 2개였다. 곤장 체험과 한복 입어보기.
곤장 체험은 단순했지만, 그 경험이 선사하는 공포감만큼은 자못 서늘했다. 방법은 언급한대로 매우 간단하다. 곤장 위에 누워 움직일 수 없게 흰 천으로 손목을 고정하고, 옆 통에 들어있는 곤으로 엉덩이를 맞기만 하면 끝. 하지만 곤장이 주는 위압감은, 그저 시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공포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한복놀이단 ⓒ 고함20
10~20대 등의 젊은 층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비영리 민간단체 ‘한복놀이단’의 ‘한복 입어보기 이벤트’ 역시 색다른 경험이었다. 비록 기자의 사이즈에 맞는 한복이 없어 직접 체험할 순 없었지만, 한복을 입은 참가자들이 연신 짓는 미소만으로도 한복 입기의 즐거움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엔 한복 입기를 낯설어 하던 참가자들도, 점차 익숙해지자 친근한 표정으로 가족, 친구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즐거움을 공유했다.
‘한복 놀이단(이하 놀이단)’은 2011년 8월에 만들어진, 젊은 시민단체이다. 이날 행사를 기획한 이유에 대해 놀이단의 부단장 김소현씨는 “한복이 멋이 없고, 불편하다는 편견이 있다. 하지만 한복을 직접 입어보면서 한복 입기라는 것이 불편한 것이 아닌, 편하고 재미있는 일임을 널리 알리고 싶었다”고 말하며 “이런 행사를 통해 많은 분들이 가지고 계시는 한복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복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했다. 그녀의 말처럼, 한복에서는 서구의 일상복에서는 느낄 수 없던 고풍과 아름다움이 존재했다.
양일간 진행 된 국악 한마당에는, 국악과 전통 문화의 재미를 일깨워주기 위해 주최 측의 다양한 고민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행히 대다수의 참가자들 역시 만족하고 있었다. 참가자 이혜원(가명)씨는 “국악이란 따분한 장르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라는 걸 이 행사를 통해 많이 배우고 간다”며 “앞으로 또 이런 게 있다면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참가자 노하준(가명)씨 또한 “음악과 체험을 동시에 할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며 “다음에도 꼭 참가하고 싶다”는 의견을 밝혔다. 고민한 만큼 소기의 성과가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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