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백년의 계획을 세워 이루어야 할 일(百年之大計)"이라는 옛말이 있다.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교육정책 및 제도의 수립을 강조하는 의미다. 10년마다 입시정책을 갈아치우는 통에 "1년 앞도 못 내다보는 대입제도에 혼란 겪는 대한민국 수험생들"에게는 다소 되새기기 힘든 격언이다.

정부가 2017년도 입시에서의 '대대적 개편'을 예고했을 때, 한숨을 내쉰 건 고등학생들 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학무모와 학교, 교사, 심지어는 사설학원까지도 바짝 긴장한다. 지난 몇 년간 진행되어왔던 자잘한 개편들을 제쳐두더라도, 올해 처음으로 실시하는 '선택형 수능 체제'마저 결국 내년부터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될 운명임이 밝혀졌다. 불현듯 떠오르는 2007년! 그해 실시되어 수많은 고3들을 재수로 몰아갔던 수능등급제는 그 수명이 고작 1년이었다. "이번엔 또 어떻게 바꾸려고?" 회의감부터 드는 것이 무리가 아니다.

대입제도 어떻게 바뀌나 ⓒ 중앙일보


이미 지긋지긋할 정도로 변화해온 전적이 있는 수능이었건만, '기다려보자' 생각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공약으로 내세운 '대입제도 대폭 간소화 대책'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준비해야 할 대입 전형 요소는 △대학별 논술, △대학별 구술 고사, △대학별 적성 평가, △학생부, △수능, △입학사정관제도의 외부 스펙, △특기자 전형 중 스펙이다. 나열하는 것만으로 숨이 막힌다. 고통받는 고등학생들의 현실에 대해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은 "수시는 학생부, 정시는 수능으로 대입 전형을 단순화하겠다"고 포부를 밝힌바 있다.

이에 지난 8월 24일 교육부는 "현재 고등학교 1,2학년 학생들의 보호를 위해 2016년까지는 현재의 대입제도에는 큰 변화를 가하지 않되, 2017년도부터는 '대입제도 간소화 대책'을 위한 최종안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본 2017 대입제도 확정안엔 김이 빠진다. 실질적으로 수험생의 입시 부담을 줄이겠다던 당초 취지는 어디론가 증발해버렸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24일 교육부 비판 기자회견을 가지며 2017 대입제도 확정안이 구체적으로 "학생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는 △대학별 고사(논술/구술/적성평가), △특기자 전형의 영/수/과 교과 스펙, △수시 전형에서 수능 최저 등급 적용 등을 그대로 방치하였고, △수능 수학 범위를 전혀 줄이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간소화 공약이 고작 이정도?"냐는 것.

근본적인 변화 없이 소폭 진동만을 계속하며 당사자들의 혼란만 가중시키는 행정에 학생들은 지쳐있다. 이미 이고 있는 입시의 부담만으로도 버거운 상태다. "그럴거면 처음부터 말을 꺼내지나 말든지." 학생들의 입에서 터져나오는 가시 돋친 문장들은 박 대통령과 교육부의 마음을 전혀 찌르지 못하고 있다는 말인가? 그들은 좀 더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2017 대입제도 확정안은 이것보다는 나았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