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이 날뛰는 세상보다 차라리 유신시대가 더 좋았다.”

손병두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은 간첩이 날뛰느니 유신시대가 더 좋았단다. 그것도 많은 서민들이 바라는 바라고 했다. 서민들의 생각을 멋대로 대표한 것도 웃기지만 간첩보다 유신시대가 더 낫다는 말은 경악스럽다. 발언의 전후 사정을 따져보면 손 이사장의 가치관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26일 고 박정희 대통령 34주기 추도식이 열렸다. 이날 손 이사장은 추도식에 참석해 위와 같은 발언을 했다. ⓒ 연합뉴스


손 이사장은 “정치권 일각에서 나오는 이 말(현 정권에 대한 야권 일부의 ‘유신회귀’ 주장)에 대해 우리 서민들은 ‘간첩이 날뛰는 세상보다 차라리 유신시대가 더 좋았다’고 부르짖는다”고 말했다. 맥락을 따져보건대 손 이사장은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및 추종자들을 지칭한 듯하다. 이석기 의원이 문제가 된 건 그가 김일성의 주체사상을 옹호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내란음모에 대한 주장이 있지만 내란음모는 유무죄에 대한 녹취록의 해석이 분분하므로 가장 신빙성 있는 것은 그가 주체사상에 심취해 있다는 것이겠다.


주체사상은 김일성과 그 세력들을 옹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는 반민주체제이다. 그렇게 보면 박정희의 유신체제는 주체사상과 다를 바가 없다. 박정희 전 대통령 역시 유신 헌법을 제정해 박정희 독재 체제를 완성했다. 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하는 대한민국을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다. 주체사상을 따르는 것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것으로 국가보안법을 위반하는 것(찬양고무죄)이라면 유신체제를 따르는 것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손 이사장처럼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자가 공개적으로 유신체제를 옹호하는 모습은 참으로 유감이다. 게다가 그는 본인의 유별난 생각을 서민 전체의 생각이라 멋대로 판단하고 정작 본인은 그 밑으로 숨어버리는 비겁한 모습까지 보였다. 국민들에겐 주체사상이나 유신체제나 국민의 주권을 앗아가는 독재일 뿐이다. 인간 박정희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마음은 이해할 수 있으나 대통령 박정희가 행했던 유신체제를 옹호하는 생각은 민주시민이라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임을 명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