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가 아프다. 많이 아프다. 불안한 미래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읽거나 ‘언니의 독설’을 읽으면 해결될지 모른다. 하지만 난도쌤이나 미경언니라도 불안과 나태같은 ‘마음의 병’이 아닌 신체 질병은 고칠 순 없다. 농담이 아니라 20대가 아프다. 건강한 신체 말고는 가진 것 없다는 20대라는 말도 이젠 옛날 이야기다. 마음이 아니라 몸이 아픈 20대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이번주 고함당에서 제안하는 정책은 ‘보편적 종합건강검진 지원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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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카이스트와 부산대에서 결핵이 집단으로 유행했다. 조사결과 각각 21명과 15명의 결핵환자가 있는것으로 밝혀졌다. 매년 발생하는 4만명 가량의 결핵환자의 숫자에 비하면 큰 숫자는 아니다. 하지만 발병률이 평균에 비해 높은 부분은 위험요소로 지적됐다. 상대적으로 면역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걸리는 것으로 인식돼던 결핵이 대학에서 집단 발병했다는 소식은 사회적으로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역설적이게도 20대는 건강하기 때문에 병에 취약한 계층이다. 20대는 모든 연령대에서 신체 능력이 정점에 달하는 시기다. 공부하거나 혹은 술마시느라 하룻밤 잠을 거르더라도 다음날 큰 문제가 없다. 체력에 대한 자신감은 되려 건강관리를 소홀히하게 만든다. 매일같이 술을 마시다가 간경화가 찾아왔다는 고학번 선배들의 이야기가 대학가에 전설처럼 돌아다닌다.


자칫 건강관리에 소홀해질 수 있는 20대를 위해 ‘보편적 종합건강검진’ 정책을 주장한다. 이 정책은 대학에 재학중인 학생과 직장에 근무중인 직장인 20대를 대상으로 한다. 가까운 보건소를 지정해 무료로 종합건강검진을 지원하거나 사설 병원을 이용할 경우 일정 금액을 보조해주는 방법도 좋다.


사실 이미 상당수의 대학 혹은 직장에서 종합건강검진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사각지대에 있는 20대가 문제다. 대부분의 대학에서 종합건강검진은 총학생회와 사설 병원이 제휴를 맺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제도가 문제없이 운영되는 학교도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학교도 존재한다. 직장도 마찬가지다. 어느정도 규모가 있는 기업의 경우 직원들에게 건강검진 비용을 지원하지만 영세한 사업장은 이런 혜택이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같은 20대라도 대학에 따라 혹은 직장에 따라 건강권이 적극적으로 보장받지 못한 채 제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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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십 만원에 이르는 종합건강검진 비용이 부담된다는 반론이 있을수도 있다. 복지 정책에 종합건강검진까지 추가하냐는 말도 나올법 하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대학교 총학생회에서 제휴해서 진행하는 건강검진 비용의 본인부담금은 3-4만원 내외에 불과하다. 꼭 필요한 항목만 검사하고 대량 구매를 진행한다면 단가가 더 낮아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정도면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정부라도 충분히 부담이 가능한 금액이다.


건강하게 살 권리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 중 하나다. 고함당에서도 20대의 건강 문제를 오래전부터 심도있게 다뤄왔다. <20대와 질병 기획기사 시리즈 바로가기> 질병, 걸리면 치료하자는 인식를 넘어 이제 미리 알고 예방하는 차원으로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보편적 무상급식은 평등한 식사가 곧 평등한 교육이라는 이상 하에 추진됐다. 그렇기 때문에 소외받는 학생이 아니라 모든 학생의 미래를 위한 정책이 될 수 있었다. 이제 단순히 아픈 20대를 위해서가 아니라 20대 모두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보편적 종합건강검진 지원제도’를 상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