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의 여름방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7월이 왔다. ‘배움(學)을 놓는다(放)’는 의미의 방학이지만 많은 대학생들에게 방학은 사실 학기 중보다 더욱 바쁘고 정신없는 시간이다. 자격증 공부나 외국어 공부는 물론이고 각종 대외활동과 아르바이트도 방학을 맞은 대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학생들이 가장 많이 시도하는 것이 대외활동일 것이다. 방학이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이미 대학생들이 자주 찾는 커뮤니티엔 ‘여름방학 때 꼭 해야 할 대외활동’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대외활동 일정들이 정리돼 올라오곤 한다.

대외활동의 또 다른 이름은 ‘열정노동’이다. 대부분의 대외활동이 “청년의 열정을 보여 달라”는 슬로건 아래 보수를 지급하지 않는다. 영화제 같은 행사의 자원봉사활동은 말 그대로 ‘자원’봉사이고 언론사나 기업의 인턴 중에도 ‘무급’인턴이 많다. 기업 홍보대사나 기자단의 경우 성과에 따라 소정의 활동비나 장학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런 류의 대외활동은 대학생들에게 크게 환영받지 못한다. 기업이 스펙을 위한 무조건적인 대외활동엔 큰 가산점을 주지 않으리란 것을 대학생들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원하는 ‘스토리’를 만들기 위한 대외활동은 대부분 무급이다.

 

칼럼니스트 한윤형 씨의 책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가 발간된 이후 열정노동은 다양한 곳에서 이야기됐다. 돈 한 푼 받지 못하고 일하는 대학생들도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이 기업과 단체들이 교묘하게 유도한 열정노동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알면서도 해야만 하는 것이 그들이 처한 현실이다. 관심 있는 분야의 좋은 자리에 취직하기 위해선 그럴싸한 경험과 경력을 쌓아야 한다. 괜찮은 노동력을 제공하면서도 ‘을’의 위치에 있는 건 기업이 아니라 대학생이다.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할 일에서 급여를 받지 못하니 모자란 생활비를 벌기 위해선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아야 한다. 대외활동 경력이 있다고 해서 토익이나 한국어, 한국사 같은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도 아니다. 결국 대학생들은 빡빡한 현실 앞에서 열정을 소진해가고 있는 것이다.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방학을 보내는 것은 너무도 간단히 시간낭비로 비춰진다. 여행마저 스펙으로 탈바꿈하는 현실에서 ‘하고 싶은 일’은 이룰 수 없는 꿈에 가깝다.

방학 때 기업에서 인턴을 하게 된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진짜 화났던 게 뭔 줄 알아? 뭐라도 안 하면 안 되게 만들어 놓고, 요새 젊은이들은 인턴 같은 스펙거리나 찾는다는 말이었어.” 열정노동은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있는 애매모호한 현상이 아니다. 열정노동엔 만성적인 취업난과 이를 이용해 싼값에 노동력을 얻으려는 기업이라는 명백한 가해자가 존재한다. 하지만 친구의 말처럼 가해자들은 자신들이 가해자임을 인지하지 못하는 듯하다. 가해자가 발뺌하는 현실에서 열정노동은 이번 여름에도 여전히 유효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