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그로] : Aggravation(도발)의 속어로 게임에서 주로 쓰이는 말이다. 게임 내에서의 도발을 통해 상대방이 자신에게 적의를 갖게 하는 것을 뜻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자극적이거나 논란이 되는 이야기를 하면서 관심을 끄는 것을 "어그로 끈다"고 지칭한다.

고함20은 어그로 20 연재를 통해, 논란이 될 만한 주제들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고자 한다. 여론에 정면으로 반하는 목소리도 주저없이 내겠다. 누구도 쉽사리 말 못할 민감한 문제도 과감하게 다루겠다. 악플을 기대한다.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이자스민 법안’이 논란이 되고 있다. 새누리당 비례대표 의원인 이자스민 의원이 불법체류자 자녀에게 의료복지와 무상교육을 제공하고, 불법 체류자의 자녀가 미성년인 경우 그 부모는 강제추방을 면할 수 있다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는 것이 논란의 주된 내용이다.


네티즌들은 이 법안이 통과되면 납세, 병역의 의무를 지지 않는 불법 체류자들이 한국에 넘쳐나게 될 것이고 그들의 복지예산을 한국인이 오롯이 감당해야 할 것을 우려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내용의 ‘이자스민 법안’이 인터넷상에서 급속도로 퍼짐과 동시에 이 법안을 발의했다고 알려진 이자스민 의원과 불법 체류자들에 대한 비난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평소 조용하던 국회 입법예고사이트에도 아동복지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댓글이 수두룩하게 달렸다.


그러나 소위 ‘이자스민 법안’이라고 알려진 아동복지법 개정안은 실제로 이자스민 의원이 발의한 것이 아니었다. 아동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정청래 의원을 대표로 하여 10명의 의원이 발의한 것이었다. 11월 18일 접수된 이 개정안은 현재 보건복지위원회의 심사를 기다리는 중에 있다. 또한, 법안의 내용도 인터넷에 알려진 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정청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에는 논란이 된 내용 중 이주 아동의 의료복지와 의무교육은 포함되어 있지만 이주 아동 부모의 강제추방 면제는 주요 내용에 없다.


아동복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정청래 의원

ⓒ정청래 의원 홈페이지(http://www.mapopower.or.kr/)


실제로는 이자스민 의원이 발의한 것이 아니고 또 논란이 된 내용도 실제 발의된 법과 다르다는 지적이 일부 게시물과 뉴스보도를 통해 전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잘못 알려진 부분을 바로 잡는 보도가 잇따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람들의 비난의 화살은 이자스민 의원을 향해 있다. 아동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여전히 ‘이자스민 법안’으로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자스민 의원의 출신을 따지며 이 의원이 국회에 진출하면서 이러한 문제가 심각해졌다는 비난과 외국인 노동자를 향한 인종차별적인 발언들도 인터넷 상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 법안을 비난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한국에도 어렵게 사는 아이들이 있는데 왜 굳이 불법 체류자의 자녀들까지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보살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과연 이 법안이 통과되면 많은 사람이 우려하는 것처럼 이주 아동을 지원하는데 큰 세금이 들까? 개정안에 따르면 한국에 있는 무국적, 미등록된 이주 아동의 수는 2010년을 기준으로 2만 명으로 추산된다. 2만 명의 아이들에게 엄청난 복지혜택을 제공하는 것도 아니고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최소한의 건강권, 교육권을 보장하는 데 많은 이들이 두려워하고 있다.


 ⓒ중앙일보


이 법안과 더불어 12월 3일 임수경 의원이 대표 발의한 다문화가족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서도 반대여론이 들끓고 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현재 다문화가족지원법의 지원 대상인 아동에 청소년을 포함하자는 것이다. 다문화가족지원법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교육을 지원하는 데 있어서 다문화가정의 자녀를 차별해서는 안 되며, 이들의 학교생활 적응과 언어교육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다문화가족지원법은 재정적인 지원보다 주로 교육적인 지원을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입법예고사이트엔 벌써 2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려 법안 통과까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엔 돈도 돈이지만 외국인에 대한 혐오가 논란의 중심에 있다. 해당 법안을 발의하지도 않은 국회의원을 향한 인종 차별적 비난을 서슴없이 내뱉고 모든 외국인들을 추방하라고 소리치는 모습들 이면에는 외국인 포비아가 숨어있다. 외국인 사위와 며느리를 비롯하여 다문화가정의 아이들까지 우리는 외국인들을 주위에서 너무나 쉽게 볼 수 있음에도 아직 이들을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이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큰 인기를 얻고 있고 그만큼 외국인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이번 논란으로 볼 때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배타성과 외국인 혐오는 여전히 건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