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마음 깊숙하게 모두가 ‘예’를 말할 때 ‘아니오’를 외칠 개성과 용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여론은 정부, 기업, 언론에서 나오는 거대한 목소리를 마치 진리인 듯 떠받들며, 그것을 벗어나는 자들을 비정상으로 낙인찍는다. 이 때문에 개인은 "남들이 나를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이런 발언을 하면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라는 자기검열로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의견을 다수의 의견에 묻어왔다. 이것이 고함20의 연재 ‘어그로20’가 시작된 이유다.


어그로20은 2014년 3월부터 약 10개월 동안 매주 화요일에 발행됐다. 사회 이슈, 교육, 연예 등 카테고리를 가리지 않고 우리 주변에서 논란이 될 만한 주제들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였다. 단순히 어그로 만을 끌기 위함은 아니었다. 한 방향으로 주도된 여론에서 벗어나 여론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목소리를 냈고, 쉽사리 말 못할 민감한 문제를 과감하게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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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의 첫 기사인 일상에서의 ‘사소한’ 언어폭력, '1분만 닥쳐줄래요?'부터 마지막 기사인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이게 다큐야?까지. 고함20은 세상을 두고 어그로를 끌었다. 


어그로20의 소재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이뿐만 아니라 연재에 참여한 기자들은 "어그로를 끌 수 있을까?", "논리성에 어긋나지 않을까?"를 고민하며 발행 전날까지 쓰고 고치기를 반복했다. 악플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다. 처음 접하는 악플에 댓글란과 SNS(페이스북, 트위터)를 보기 두려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후 오히려 “악플이 달리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라는 고민도 생겨났다.


연재는 2015년 1월 12일부로 막을 내리게 되었다. 연재를 종료한다고 해서 고함20이 세상을 향한 어그로를 중단하는 것은 아니다. 여론의 반대에 서는 입장이라도 용기 있게 손을 들고 "No"를 말할 수 있는 20대 대표 언론으로 나아가겠다. 


어그로20 연재에 참여한 백야, 농구선수, 블루프린트 기자의 연재 후기를 끝으로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어그로20에 작별을 고한다.


금이야 옥이야 아낀 어그로인데 (by 백야)


어그로20은 애증의 연재였다. 익숙하지 않은 시각에서 독자들을 이해시켜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아이템 선정부터 기사 완성까지 늘 고민을 거듭했다. ‘어그로’를 끌어야 하는 것과 동시에 제대로 된 논거가 필요했다. 잘못하면 기사가 새로운 관점이 아닌 쓸데없는 트집으로 보일 수 있었다. "악플을 기대한다"고 했지만 기사 발행 후 독자들의 반응을 확인하는 것이 무섭기도 했다. 사람이기에 통상적인 생각과 다른 목소리를 낸다는 사실이 주는 압박을 무시할 수 없었다.


고민과 압박, 때로는 좋지 않은 반응으로 괴로웠던 어그로20이지만 나름의 의미는 있었다. 주류이든 비주류이든 간에 세상에는 수많은 관점이 있다. 그것들을 드러내고 글로 옮기는 것 자체로도 어그로20이 충분한 기능을 했다고 생각한다. 의미 있는 작업이었던 어그로20이 과거가 되어버린다는 사실에 섭섭한 기분도 든다. 그러나 어그로20이라는 타이틀이 아니어도 새로운 문제 제기와 시각을 보여주는 일은 계속될 거라 믿는다.


어그로20 폐지를 아쉬워하며 (by 농구선수)


어그로20은 도발을 목적으로 했다. 다른 사람이 쓴 어그로20을 읽기도 하고 직접 써보기도 하면서 두려웠던 점은 ‘도발을 위한 도발’로 읽히게 될 여지였다. 의도적으로 곡해를 일으키는 것은 아닐까, 의미가 없어 보이면 어쩌나 하는 생각들이 있었다. 기사 내용을 통해서 당시 흐름에 반하는 각을 살리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던 것 같다. 또한, 아이템을 정하는 과정에서도 녹록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현아, 야한 게 어때서?를 통해 아이돌을 바라보는 추악함을 꼬집는 기사나, 외국인 포비아의 민낯, 이자스민 법안 논란처럼 외국인 혐오를 비판하는 식의 칼럼은 관심도 끌고 내용도 좋은 기사들이었다고 본다. 주류를 거스르는 칼럼은 어쩌면 자본과 관계없는 독립 언론인 고함20이 가장 잘해낼 수 있는 방식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더는 어그로를 끌 만한 소재들이 없어진 건강한 사회가 도래했다는 생각으로 아쉬움을 달래고 새 연재를 기다리고 있겠다.


"이거 어그로 맞지?" (by 블루프린트)


이 연재를 쓰는동안 뜻하지 않게 내 안의 욕구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내가 하는 말이 옳은지에 대해 얼마나 많이 확인받고 싶어하는지를 알았다는 점이다. 그건 깨달음인 동시에 반성이기도 했다. 또한 어그로20을 포함한 고함20의 글을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한 근본이 되는 질문이기도 했다. 

 

연재시작 약 6주 뒤 그런 욕구는 어그로 끄는데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진짜 시원하게 어그로를 끌려면 관념이나 무언의 규칙은 쿨하게 무시해야했고, 그것을 적절히 반영하자니 마치 중심을 잘 잡는척하는 비(非)어그로성 글이 되는 것 같았다. 팀원들은 한번도 이 딜레마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어그로를 쓰지않는 고함 사람들의 반응으로 독자 반응을 점쳤고, 별로면 눈치가 보였다. 이게 어그로가 맞냐는 질문에 유일하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독자뿐이었다. 머리를 덮으면 발이 나오고 발을 덮으면 머리가 나온다는 경우가 축구전술 얘기만은 아니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결국 '연재 제목이 잘못했네'로 머릿속에서 결론이 났다.


어그로20은 그렇게 뼈를 깎는 인내와 고통속에서 탄생한 것… 은 아니고, 내가 '빡치는' 지점을 드러내보자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많은 성원을 보내주신 악플러 및 선플러 여러분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마음을 다해 감사드린다. 우리모두 어차피 어그로 투성이인 세상에서, 언제 없어질지 몰랐지만 10개월이나 이어진 이 연재보다 더 오래오래 살아남았으면 좋겠다. 가끔은 사람들 사이에서 어그로꾼도 되어주면서 말이다.


*현재 르포칼럼 팀은 르포 관련 연재를 기획 중이며, 1월 22일부터 발행될 예정입니다. 그동안 어그로20을 사랑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