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의 컴백이다. 팬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보아의 컴백에 환호하고 있다. 보아는 15살, 어린 나이에 데뷔해 세간의 이목을 끈 바 있다. 시기심과 질투심의 도마에 올랐던 보아는 데뷔 초부터 유난히 안티팬이 많았다. 한국에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1집 발매 이후, 보아는 일본에 진출해 ‘오리콘 차트 1위’라는 성과물을 들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고 안티팬마저 팬층으로 돌아서게 만들었다. 일본을 들썩이게 했던 보아의 노래들은 음원 차트 1위에 랭크되었고 ‘제2의 보아’를 꿈꾸는 가수지망생들이 우두두 쏟아졌다. 보아는 금의환향한 경우지만 요즘 우리나라 가요계에서는 반대 경우가 더 많다. 한국에서 조금 떴다싶으면 일본, 중국, 동남아로 진출하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그들은 2000년 전후로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에서 분 ‘한류 열풍’ 이 낳은 메리트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셈이다. 



‘한류 열풍’ 은 2000년 전후로 우리나라 드라마, 가요의 해외 수출로 한국의 연예인이나,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인기가 높아진 것을 말한다. 이 말은 우리나라에 역수입되어 신문이나 방송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1차 한류붐은 2004년 ‘겨울연가’ 가 일본 NHK에 방영되면서부터 일본 아주머니층을 중심으로 본격화되었다. 2차 한류붐은 이영애 주연의 대장금을 비롯한 한류사극이 방영되면서 아저씨층으로까지 한류가 확산되었다. 3차 한류붐은 동방신기와 빅뱅 등을 비롯한 한국출신 아이돌가수의 히트로 기존 한류에 청년층이 합류된 현상을 말한다. 실제로 일본 내에서 ‘욘사마’ 배용준과 동방신기의 파워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전문가들은 배용준의 경제적 가치를 만 달러짜리 자동차 30만대를 수출하는 것과 같은 액수라고 진단한 바 있다. 동방신기 해체설이 흘러나올 당시에도 1000억대 이상의 경제적 손실을 우려하는 전문가들의 예상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처럼 한류는 우리나라에서 문화산업을 넘어서 경제적 가치와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액수를 매겨가며 경제적 가치를 운운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아질수록 국내의 팬들의 기다림과 아우성은 커져만 간다. 보아의 컴백이 여타 가수보다 더욱 환영받는 이유도 5년 동안 굶주렸던 팬질이 이제 불붙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팬들은 보아가 오리콘차트 1위에 오를 때마다 환호를 보냈지만 한편으로는 한국에서 활동해 주기를 바라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동방신기 역시 왕성한 일본 활동 이후, 2008년 2년만의 컴백으로 국내 팬들의 큰 환영을 받은 바 있다. 이들이 긴 공백 기간을 두고서라도 해외 진출에 목매는 이유는 단순한 문화 전파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해외활동으로 인한 경제적인 수익이 국내활동보다 몇십배가 되기 때문에 국내활동보다는 해외활동에 주력하는 것이다. 문화 전파를 위한 것이라면 굳이 일본어 공부와 일본문화 체득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할 필요가 있었을까. 보아는 일본 데뷔 전, 일본에서 생활하며 일본의 아나운서와 고가의 과외를 했다. 이는 보아가 일본에서 성공하는 데 기반이 되기도 했다.

실제로 일본에서 큰 성공을 거둔 보아와 동방신기는 일본 현지화 전략을 썼다. ‘현지화’는 그 나라에서 신인으로 데뷔해 현지가수들과 맞서가며 활동하는 것을 말한다. ‘한류’가 한국에서의 인기와 위치를 그대로 가져가 단기간 동안 이벤트를 열고 물품을 팔아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라면 ‘현지화’는 장기적인 수익을 노리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이들처럼 ‘현지화’ 전략을 쓰지 않고는 사실상 일본에서 큰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조금 떴다 싶은 가수들이 ‘한류열풍’을 타고 일본에 진출해도 두드러진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러나 해외에 진출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과는 국내보다 훨씬 크다. 현지화 전략을 쓰지 않고도 한류를 빌미로 일본에서 단기적인 수익을 낼 수 있기에 하나둘씩 일본으로 진출하는 것이다. 배우 윤손하는 일본에서는 대사도 없이 몇 컷만 찍어도 받을 수 있는 페이 액수가 다르다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 한류가 부는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장나라는 방송에서 매번 돈이 모자랄 때마다 중국에 가서 돈을 번다고 말해서 중국여론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우리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스타들의 솔직한 발언은 하나 둘씩 쏟아지고 있다. 우리는 한류열풍으로 우리 문화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뻔한 발언만 할 것이 아니라 한류의 이면에 숨겨진 검은 속내에 주목해야 한다. 지금 우리의 한류는 진정한 의미의 한류가 아니다. 한류(韓流)가 한류(寒流)화되기 전에 우리 ‘한류열풍’ 의 본질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