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쌤 다이어리’의 연재를 시작하게 된 제 필명은 ‘김쌤’입니다. 사실 저는 온라인상에서 다른 필명을 쓰는데 사람들이 ‘이 글 네가 썼냐?’고 물어보는 일이 생길까봐 쉴드를 좀 치려고 평범한 제3의 이름을 데려왔습니다. 사실 저는 더 이상 김‘쌤’이 아닙니다. 9월이 되고 새 학기를 시작하면서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그만뒀기 때문이죠. 그래도 8월까지는 쌤이었고, 지금도 제가 가르쳤던 아이들을 만나면 ‘쌤’ 소리를 들을 테니 부적절한 필명은 아닌 것 같습니다.

2009년 12월부터 2010년 8월까지. 9개월이라는 시간은 객관적으로는 교육 현장에서 일하며 교육의 현실을 느끼기에 긴 시간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 짧은 경험만으로도 꽤나 많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학원이라는 작은 공간 속에서 함께 호흡했던 아이들은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맑음이나 푸름으로 저까지 즐거운 기분이 들게 해 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매일 같이 깊게 내쉬던 한숨이 주는 서글픈 마음이 즐거움보다는 조금 더 컸던 것이 사실입니다.


▲ 영화 <영어완전정복> 포스터


아, 제 소개가 늦었군요. 저는 20대 초반의 대학생입니다. 저는 학창시절에 과외를 받은 적은 한 번도 없고 학원도 교과 학원은 다니지 않는 게 원칙이었지만, 대학생이 되고 서울에 살고 나서 말도 안 되게 올라가버린 저의 소비 규모를 감당하기 위해 과외를 하고 학원에서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일은 중학교 1학년부터 3학년까지의 아이들을 학원에서 학년별로 가르치는 일이었습니다. 과목은 바로 그 놈의 '영어'였지요.

지난번에 시작했던 이 일도 사실 아이들의 영어 실력을 향상시켜줘야겠다는 거창하지도 않은 목적의식 따위 하나 없이 시작했었습니다. 그저 저는 하라는 만큼 일하고 돈 주는 만큼 받으면 그만이었고, 그나마도 비슷한 다른 일들에 비해 비교적 편한 일들을 하기 위해 고르고 골랐던 일터였습니다. 그러나 일을 하다 보니 지극히 평범한 아이들부터, 일반적인 교과 공부를 잘 하는 아이, 못 하는 아이들이 섞여 있는 속에서 과거 저의 학창 시절들이 떠오르곤 하더군요.


(이미지 출처 : http://blog.naver.com/attomedia/120102922746)

앞서 교과 과정을 복습하기 위한 학원에는 다니지 않는 게 원칙이었다고 했지만, 개인적으로 영어는 학교 과정이나 독학만으로 공부하기 힘들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공교육 선생님들의 실력 등과는 관계없이 이미 공교육 체제 안에서는 저에게 필요했던 영어 능력들을 갖추기가 어려웠었기 때문입니다. 원어민이 다니는 영어학원도 다니고, 토익이나 토플과 같은 공부를 하면서 영어의 기본 실력을 쌓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이 실제 공교육으로 돌아와서 내신, 연합고사, 수능을 준비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고요. 그래서 후배들이나 아는 사람들에게 말할 때도 영어만큼은 사교육을 통해서 공교육 이상의 것을 준비해야 한다고 이야기 해 왔습니다.

이런 주지의 사실은 제가 아니어도 대한민국 국민이면 대다수가 알고 있는 모양입니다. 영어 사교육 시장은 매해 그 규모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려가고 있고, 제가 가르쳤던 아이들도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영어를 공부해 온 아이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아이들은 그렇게 오랫동안 영어를 공부해놓고도 자신들이 영어를 또래에 비해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학교에서 시험을 보면 좌절하기도 하구요. 이런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제 영어 지식의 전달만으로는 이 아이들을 구제해 줄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 스스로 굉장히 괴롭기도 했습니다.


(이미지 출처 : http://blog.naver.com/attomedia/120102922746)


그래서 짧은 지식과 짧은 경험으로나마, 스스로 교육 현장에서 느꼈던 영어 공교육, 그리고 사교육의 문제점들을 이런 저런 관점에서 짚어 보려 합니다. 얼마나 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글쎄요. 꽤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김쌤 다이어리를 쓰기 시작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