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고함20의 기획 주제는 ‘교양정치’였다. 말 그대로 교양 수준의 정치에 발을 들이는 데 도움이 되도록 틀을 짰다. 왠지 거창해 보이는 ‘정치’라는 말 앞에 지레 겁부터 먹는 이들에게, 딱딱해 보이는 정치 이야기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도록 친절한 안내자가 되고자 했다. 이 시간에는 교양 수준의 정치를 맛보기 좋은 책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민주주의에 대해 말하는 책, 정치라는 어마어마한 소재를 대중의 입맛에 맞게 쓴 기초 교양서, 정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모두가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입문서’라고 표현했지만 책장을 후딱 넘길 수 있는 가벼운 수준의 책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첫 걸음을 내딛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의미에서 ‘입문’이라는 표현을 썼다. 모쪼록 여기서 소개한 책들이 멀게만 느껴졌던 정치와의 거리를 줄이는 데 기여하길 바랄 뿐이다.

 

* 이미지 출처 : http://cafe.usimin.co.kr/re2_157/1089/73533


 깨어있는 시민을 꿈꾸다

 
지난 해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화두로 떠오른 말이 있었다. 노 대통령의 ‘깨어있는 시민’, 김 대통령의 ‘행동하는 양심’은 시민이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두고두고 회자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으레 국민들이 한국정치에 대해 냉소적이며 낮은 기대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동시에 한 사람의 깨어있는 시민이 되고자, 행동하는 양심이 되고자 노력하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정치의 A to Z를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도시생활자의 정치백서』를 추천한다. 하승우, 유혜정이 쓴 이 책은 직접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길잡이가 되어 준다. 첫 장에서 정치가 무엇이며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한 후, 민주주의와 선거 참여제도 이야기를 꺼낸다. 나아가 정당, NGO 등을 소개하며 시민이 직접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블로그 등 1인 미디어를 이용해 여론을 만드는 법, 말로만 듣던 풀뿌리 민주주의에 참여하는 방법 등 다양한 정보를 담았다. 정치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있으나 뭐가 뭔지 몰라 주저했던 이들에게 알맞은 책이다. 청소년 버전으로 장기표가 쓴 『지못미, 정치!』가 있다. 혹시나 『도시생활자의 정치백서』가 어렵게 느껴진다면 이 책으로 시작해도 좋다. 정치의 참 모습이 무엇인지 드러낸 이 책은, 언론·남북통일·국제정치에 이르는 현 고등학교 정치 교과서에서 다룬 모든 내용을 반영해 내용 역시 모자람이 없다. 정치 전반에 대해 이야기하는 보다 수준 높은 책을 원하는 이에게는 박동천의 『깨어있는 시민을 위한 정치학 특강』을 권한다. 저자는 한국정치에 팽배해 있는 정치의식의 보수성을 탈피해야 비로소 한국 진보정치가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사회의 정치 현실을 분석하고, 바람직한 민주 정부를 세우기 위해 필요한 대안을 제시하는 이 책은 무지몽매했던 우리들을 ‘깨어날 수 있게’ 하는 각성제 역할을 해 줄 것이다.



민주주의? 민주주의!

 
대한민국 헌법 제 1조는 다음과 같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그러나 상당수의 사람들이 민주주의의 어렴풋한 밑그림 정도만 알고 있다. 현 정권 들어서 크게 퇴보하고 있다는 민주주의, 대체 무엇이기에 이렇게 들썩들썩한 걸까. 호기심을 풀고 싶은 독자는 안병길이 쓴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법 - 대통령도 모르는 자유민주주의 바로알기』를 읽어 보는 것이 좋겠다. 귀에는 익숙하지만 도통 갈피가 잡히지 않는 자유민주주의. 이 책은 가정, 직장, 사회, 정치 영역에서 자유민주주의의 방법으로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법을 풀어냈다. 저자는 사회적 약자가 점점 고통 받는 민주주의의 후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자유민주주의의 개념을 잘 알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정치인이자 저술가인 유시민의 『후불제 민주주의』도 있다. 그는 후불제 민주주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그러나 우리 국민이 제헌헌법이 규정한 민주적 기본 질서를 온전히 누리기 위해 치러야 할 비용을 다 지불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헌법은 충분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손에 넣은 일종의 ‘후불제 헌법’이었고, 그 ‘후불제 헌법’이 규정한 민주주의 역시 나중에라도 반드시 그 값을 치러야 하는 ‘후불제 민주주의’였다.” 이 책은 지식 전달에 초점을 맞춘 정치 관련서와 달리 에세이 형식이라 읽기도 편한 것이 장점이다. 사회의 각계 인사 12명이 모여서 쓴 『다시, 민주주의를 말하다』와 꾸준한 인기로 현재 개정2판까지 나온 최장집 저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도 추천할 만하다. 


* 이미지 출처 : http://pds12.egloos.com/pds/200905/22/94/b0087494_4a158d4e63d3d.jpg
 


정치가 만개하는 순간, ‘선거’에 대한 모든 것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수많은 선거가 있었다. 『대한민국 선거 이야기』에서 저자 서중석은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네 갈래로 나누어 두고 ‘선거’를 이야기한다. 시민강좌에서 선보인 ‘선거로 본 한국현대사’ 강의에서 내용을 보태기도 빼기도 하며 정리한 결과물이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저자는 선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는 것이 상식처럼 된 현실에서, 선거가 현대정치사에서 대단한 역할을 해 냈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참여율은 저조한 편이지만, 알고 보면 선거 때 정치가 가장 풍성하게 펼쳐진다. 실제로 한국 사회는 선거를 통해 역동적인 변화를 겪기도 했다. 총 5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1948년 5·10 선거에서부터 2007년 대선까지 시기별로 알찬 선거 이야기를 담고 있어, 한국 현대사와 선거에 대해 알고 싶은 독자에게 안성맞춤이다. 앞서 소개한 『대한민국 선거 이야기』가 초기부터 현재까지의 선거 분석에 초점을 맞췄다면, 다음에 소개할 책은 필승전략을 제시하는 데 힘쓰고 있다. 이상윤 저 『게임이론과 죄수의 딜레마 - 대통령 만들기』는 처음부터 선거전략서라는 점을 밝힌다. 이 책은 게임이론과 죄수의 딜레마를 쉽게 풀어 쓴 해설서이기도 하고, 각종 선거에서 당선 확률을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전략을 배우는 전략서이기도 하다. 선거 상황을 게임 상황으로 가정한 상태에서 이야기는 시작되는데 여러 가지 면을 꼼꼼히 다루고 있다. ‘대선에서 자기진영의 사기를 높이는 것과 상대 진영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 중 어떤 것이 전략적 우위인가’, ‘대세론을 만들거나 굳히기 위해서는 어떻게 전략을 세워야 하는가’, ‘심복의 배반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 ‘당선에 유리한 선거구도와 선거구조의 선점’ 이는 모두 책 속에 나와 있는 실제 목차 제목이다. 치열한 선거판의 흐름을 읽는 눈을 지니고 싶다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선거 전략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겐 이준구가 쓴 『대통령을 만드는 사람들』을 추천한다. 선거에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넘어, 정치를 쇼 비즈니스라고 규정하며 선거 승리에 기여한 숨은 공신들을 밝히는 책이다. 유사도서로 『알파독 - 그들은 어떻게 전 세계 선거판을 장악했는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