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학생들 중에 맨큐가 누군지 모르는 학생들은 거의 없다. 대학교재 판매순위에서 항상 1위를 달리고 있는 책이 <맨큐의 경제학>이기 때문일 게다. 대부분의 대학에서 사회과학 분야의 학생들에게 전공에 관계없이 경제학 기초 강의를 필수로 수강하게 하는 것, 이공계나 인문계에서도 경제학이 인기있는 학문이라는 것이 이러한 판매고에 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 이렇게 미국의 거시경제학자 그레고리 맨큐(Gregory Mankiw)가 쓴 두꺼운 경제학 도서에 오늘도 많은 학생들이 밑줄을 긋고 별표를 치며 경제학의 원리를 익혀나간다.

<맨큐의 경제학>이 경제학 입문 교재로 가장 유명하고 인기 있기는 하지만, 세상에서 맨큐 혼자만 경제학 교재를 쓴 건 당연히 아니다. 요즘 한참 주가를 올리고 있는 경제학자 크루그먼의 저서도 있고, 이준구, 이창용 등 국내 경제학자들이 쓴 교재도 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맨큐가 1등일까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매우 친절하게 풀어 쓴 설명이 이해를 쉽게 만들어주기는 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지루함으로 다가올 때도 있고 예시로 사용된 내용이 대부분 미국이나 유럽의 예 위주여서 우리나라의 현실과는 거리가 발생할 때도 있는데 말이다.




개인적으로 맨큐의 교재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맨큐의 책이 이렇게 잘 팔리는 것에도 불만이 생긴다. <맨큐의 경제학>을 이렇게 대놓고 비판하는 이유는 주관적인 자신의 의견이나 혹은 여러 학설 중 하나를 객관적 진리인 것처럼 서술하고 단정지어버리는 이 책의 오만함 때문이다. 어떤 학설이 자신과 다른 학파의 경제학자의 의견이었다고 이야기할 때, 그냥 사실 그대로 이야기하면 될 것을 ‘한 물 간’ 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과 같은 수식어구를 집어넣고 진리인 양 떠들어댄다. 교재에서 설명한 경제 법칙과 일치되는 명언과 사례만을 긁어다 놓고, 그것으로 그 법칙이 진리인 것이 증명되었다는 둥 이야기할 때는 기가 찰 지경이다. 한 눈에 봐도 인과관계의 증명을 상관관계 그래프로 하는 오류를 수차례 범한 것이 눈에 들어오는데도, 맨큐는 그 정도의 설명에 만족하는 듯하다.

지극히 주류경제학적인 입장에서 노동자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주입하는 것도 맨큐의 교재를 읽는 것을 힘들게 한다. <맨큐의 거시경제학> 6장에는 노동시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맨큐는 구조적 실업을 발생시키는 원인을 노동조합이나 최저 임금제, 효율 임금제(주류경제학적 입장에서 계산된 균형임금보다 더 많은 임금을 지급하여 노동자들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임금제도) 등에서 찾고 있다. 노동조합이 요구하는 임금상승은 기업의 자금 사정을 여의치 않게 만들어 추가 고용 가능성을 줄인다는 논리를 이야기한다. 고용주와 피고용자 사이의 임금 갈등을 임금노동자와 구직자 사이의 갈등으로 치환해 버린다. 최저 임금제나 효율 임금제를 통해 임금을 상승시키는 것은 오히려 실업을 증가시키는 부작용을 가지고 온다고 이야기한다. 어쩜 그렇게 경제신문들의 반노동, 친기업적인 논리와 닮아있는지 한 줄 한 줄 읽을 때마다 속이 터질 지경이다.

하지만 이러한 편향성이나 주관성에도 불구하고, <맨큐의 경제학>이 경제학 교재로 채택된 이상 학생들은 그저 그 논리를 받아들이고 암기하고 체득하려고 스스로 노력할 수밖에 없게 된다. 주류경제학 자체가 애초에 한계적인 사고방식 등 다른 학문과 다른 사고체계를 필요로 하는 부분이 많고, 많은 내용의 설명이 수학, 그래프를 이용하고 있어 기본적으로 다른 학문보다 ‘어려운, 고급의’ 학문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어려운 학문이기 때문에, 일단 따라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것에 벅찬 학생들은 기본적인 논리의 오류조차 발견해내려는 노력을 하지 않게 된다. 수업시간에 나오는 질문들은 고작해야 ‘이 문제는 이렇게 푸는 게 맞나요?’ 정도.

이런 생각에 이르고 보니, 결국 경제학이 많은 대학에서 필수 이수과목으로 지정되고 또 <맨큐의 경제학>을 교재로 지정해서 사용하는 것이 결국에는 많은 학생들이 친시장적인 논리를 체득하는 과정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음모론이라면 음모론적일 수도 있겠지만, 거대한 교육 시스템 자체에서 주류경제학적인 정서가 대학생들 사이에 팽배하게 되는 것이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애초에 국가 캠페인 구호로 내거는 한국에서라면, 사실 뭐 이상할 것도 없다.


오슬로대학교 중앙도서관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으로 교환학생을 간 한 경제학도에게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경제학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노르웨이 학생들에게 맨큐 이야기를 하면, 맨큐가 누구인지 아예 모르는 학생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경제학 전반을 집대성해서 교재로 풀어낸 사람, 뭔가 위인스럽게까지 느껴지는 이 사람이 북유럽에서는 ‘듣보잡’이었던 것이다.

노르웨이에도 경제학 전공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과 미국에서 매우 표준적인 소위 ‘글로벌 스탠다드’로 받아들여지는 경제학 커리큘럼을 사용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전공선택 과목으로 있을까 말까한 개발경제학 과목이 맨큐 대신 입문 과목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 경제정책이나 분배정의 등 조금 더 현실과 가까운 과목들도 개설되어 있다.

사실 이상할 것도 없다. 경제학은 자연과학이 아니라 사회과학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제학에는 사실 정답이 없다. 많은 학설들, 학파들이 저마다의 논리 체계를 연구하며 경쟁하는 와중에 그나마 그 세력이 강한 현재의 신고전학파 주류경제학이 경제학계에서 진리인 것 마냥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배우는 학생들은 경제학이 사회과학이라는 사실을 잊게 되고 마는 것이다.

일단 중간고사는 끝났다. 기말고사 전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으니, 맨큐의 책을 이번 학기 교재로 구매한 학생들이라면 한 번 해 보는 것은 어떨까. 그의 책 한 줄 한 줄에서 오류를 찾고 비판적으로 사고해보는 훈련을 말이다. 뭐, 맨큐가 아니더라도 사실 모든 경제학 교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바라볼 필요가 있고 말이다. 경제학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라는 목표가 있다면, 맨큐 연습문제 10문제 푸는 것보다도 훨씬 더 도움이 되는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