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다시 한번 ‘쥐’ 논란이 있었다. 지난 2일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G20 홍보포스터에 낙서를 한 대학 강사 박 모씨(41)를 재물손괴 혐의로 2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측은 중요한 국제 행사 포스터를 훼손한 것은 무거운 사안이기에 구속 영장을 발부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누리꾼들은 ‘대통령’에 대한 모욕으로 보여 더욱 민감하게 수사한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다. 특히 이 구속 영장이 법원에 의해 기각되었고, 박 모씨 역시 “G20의 쥐를 연상해서 그렸다. 정부가 G20에만 매몰되어있는 상황을 풍자한 것 뿐인데 이정도 유머도 받아들이지 못 하는 것이냐”고 항변함이 알려지자 이 사건은 계속 ‘유머’로 회구되고 있다.




#2

지난 3일 국회 세미나 자리에서 한나라당 허태열 의원은 ‘섹스 프리’라는 발언으로 언론의 도마에 올랐다. 우리나라의 관광 산업을 위해서 ‘섹스 프리’하고 ‘카지노 프리’한 특구를 지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의 발언은 결국 ‘기생 관광’을 유치하자는 것이냐는 강력한 반발을 받게 되었다. 결국 그는 ‘이 모든 것이 오해이다. 사실은 ~’이라며 정치인 특유의, 그러나 너무나 식상한 해명을 했다. 그리고 당연히 누구도 그 해명에 대해 ‘아 그랬었던 거구나’라고 받아들이진 않았다.

대한민국의 사회와 문화 코드 중에서 비판받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다. 단순한 패션이라든가, 남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행동한다든가, 갈수록 보수화 된다든가 하는 것들 말이다. 이번 두 사건은 그 중에서도 자유로운 의견 공유가 어렵다는 점과 사회가 경직되어 있다는 점을 여실히 나타냈다.

우선 ‘G20 포스터’에 대한 경찰의 대응은 ‘예능을 다큐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이번 정부의 모습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대학에서 강의를 한다는 이 박 모씨의 항변은 필자가 하고싶은 모든 것을 얘기하고 있다. 어떻게 이 정도의 유머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인가! 물론 그가 행한 행위는 범법행위이다. 합법적인 포스터를 고의로 훼손했으니 당연히 적절한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것이 구속영장 신청까지 이어져야 할 일인가. 건물 옥상에서 옥상으로 뛰어넘거나, 고층 빌딩에서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외국인들의 모습이 종종 TV로 전해지긴 하지만, 그들이 구속영장을 발부받고 수사를 받는다는 소식은 들어본 적이 없다.




이번 허태열 이원의 사건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물론 그의 잘못 역시 명백하다. 한 나라 국회 다수당 소속의 중진 의원이 그런 발언을 하다니. 사적인 자리도 아니고 국회 세미나 자리에서 술자리 농담 수준의 저질 단어를 섞어가며 발표를 했다는 것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다. 따라서 약간 뉘앙스를 다르게 발언했다고 가정해보자. “우리나라 관광 산업의 육성을 위해 다른 것 역시 좋지만, 성적인 문화나 카지노 같은 것에 대해 다른 곳보다 관대하게 운영하는 특구같은 것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정도로. 필자는 그에 대한 반발이 단순히 저급 단어를 선택했기 때문이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이 발언 역시 비슷한 수준에서 비난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의견이 언급조차 될 수 없을 정도인가. 성에 대한 개방 문제, 성(性) 관광 문제, 합법적 매춘에 관한 것이 무조건적으로 그르다고는 어느 누구도 말할 수 없는 것이다. 특히 이처럼 언급 자체를 비난하는 행태는 무척이나 잘못되었다. 지금 당장 보기에는 말도 안 되고 부도덕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계속되는 논의 속에서 정말 괜찮은 형태로 다시 등장할지 누가 알겠는가.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언급’ 자체에 대해서도 상당히 경직되어있다.


경찰의 ‘쥐 그림’에 대한 반응이나 허태열 의원의 발언에 대한 반응이나 그게 그것이다. 너무나 경직되어있는 사회는 정체될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갈 길이 멀게만 느껴지는 우리나라의 경직된 모습은 더욱 더 안타깝다. 어떤 단체에서 새로운 일을 기획할 때 가장 처음 사용하는 것은 브레인 스토밍이다. 쉽게 말하면 마구잡이식 회의, 조금 인터넷 용어를 섞어보자면 ‘어떠한 드립도 받아주는’ 회의 쯤이 될 것이다. 남에게 비판 받을 두려움 없이 생각나는 데로 지껄이다 보면 아주 새롭고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잡아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새롭게 진일보 하려면 획기적이고 창의적인 발상이 필요하다. 당연히 자연스런 의견 개진과 발전에 대한 압박을 풀어주는 유머같은 것은 중요하다. 대한민국 사회가 ‘자유롭게 의견을 내지만, 그에 대해서 철저히 토론하고 검증하는 사회’가 되기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