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글로 독자들과 소통하는 게 일이다보니, 고함이(고함 기자)들은 댓글 숫자나 조회수 같은 것들에 은근히 항상 신경을 쓴다. 열심히 쓰고 나름대로 기쁜 마음으로 공개한 글들. 악플보다 무서운 건 ‘무플’이다. 고함 내 부동의 타율 1위를 자랑하는 히아는 그런 의미에서 참 부러운 존재다. 사람들에게 주목을 끌만한 아이템을 잘 잡아내고, 쉽게 가질 수 없는 참신한 시각들을 통해 문제를 풀어낸다. 

수많은 논쟁거리들에 불을 붙여온 히아가 얼마 전 노르웨이로 떠났다. 앞으로도 고함에 글들을 남길 예정이지만, 1년 동안 함께 회의를 할 수 없는 상황. 그녀가 떠나기 전에 고함이 릴레이인터뷰를 통해 그녀의 못 다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자기소개를 스스로 해주세요.

(침묵) 싫어요. 나를 소개하는 한 줄 멘트 쓰는 데도 며칠씩이나 걸리는 사람한테 무슨 소리에요. (한참을 어버버버하던 그녀가 한 마디를 내뱉는다.) 저는 고함20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히아입니다.

히아라는 필명이 사실 항상 궁금했어요. 히아의 탄생 배경이 있다면?

사실 고함에서 사람들이 몇 번 물었었는데 원가 오그라들어서 대답을 못했었어요. 남자친구도 아직 제가 왜 히아인지 모르는데...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어린 시절 인터넷에 소설을 쓰면서 글쓰기에 처음으로 입문을 했었거든요. 그 때 완결은 못했지만 55편까지 쓴 소설이 있었어요. 한 편이 꽤 길었으니까 나름 긴 소설이었죠. 그 소설의 주인공 이름이 ‘히아’였어요. 제가 소설을 올리던 동호회에 자기가 쓰는 소설의 주인공 이름으로 닉네임을 짓는 게 유행이었거든요. 그래서 그 이후로 ‘히아’라는 이름을 쓰고 있죠.

웃긴 건 정작 그 히아라는 주인공은 등장도 하지 못한 채로 소설쓰기를 그만뒀었다는 거에요. 옴니버스식 소설이어서 55편까지 주인공이 정말 한 번도 등장을 하지 못했어요.

항상 논란이 되는 주제로 글을 쓰잖아요. 또 그런 주제를 찾아내려고 하고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글을 쓸 때 남이 썼던 글을 똑같이 재생산하거나 쓸데없는 글을 쓰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어요. 아무리 글을 잘 썼더라도 뻔한 글은 좋은 글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평범한 소재라면 남들이 주목하지 않았던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죠. 남들이 이미 다 알고 있는 이야기를 굳이 내 노력과 시간을 들여서 쓸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사실 남들이 많이 봐주기를 바라고 이런 글을 쓰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사람들을 자극할 만한 요소가 있기 때문에 제 글을 많이 보는 것 같아요. 댓글도 많이 달리고요. 사람들이 자신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감추고 싶은 그런 부분들을 제가 건드리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그동안 고함에 썼던 글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은 어떤 글인가요?

(그녀는 ‘잠깐만요’라고 하며 모니터를 한참 쳐다보며 고민했다.) 흥행이 안 된 글이 아무래도 오히려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최근에 썼던 ‘청소년은 욕 좀 하고, 은어 좀 쓰면 안 되나요?’(http://goham20.com/532)라는 글이 있어요. 이 글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규칙에 맞춰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다뤘기 때문에 좋은 글이라고 생각해요.

중도적인 척을 하려고 반대되는 입장까지 다 다루면서가면 글이 약해지는 느낌이 들어서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글에는 한 단계 더 극단적으로 표현을 하는 편이거든요. 사실 저도 욕 하는 게 정서적으로 안 좋을 수 있다는 생각은 하는데, ‘그렇게까지 문제 될 바는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한 글이었어요. 아이들이 욕을 쉽게 한다는 것이 심각한 사회 문제인 것처럼 보도되곤 하는데, 전 이게 그렇게 문제가 되는 건지 모르겠어요. 이런 점을 다뤘던 글이었어요.

또 ‘군대가 사회가 주는 악영향’(http://goham20.com/460)이라는 글도 흥행이 안 됐었는데 속상해요. ‘군대’라는 주제도 그렇고, 사람들이 많이 관심을 가질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그런 게 있어요. 처음에 글을 썼을 때 기대에 비해 많은 관심을 받지 못했던 글들은, 나중에라도 꾸준히 댓글이 달리더라고요.

아무래도 논란이 되는 글을 많이 쓰다 보니, 악플을 많이 받는 편이죠? 기억에 남는 악플러가 있다면... (하하)

고함에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분이 계세요. 악플러라기 보다는 뭐랄까 재밌으신 분들이죠. 말줄임표 엄청 사용하시고 엔터 두 번 치고 닉네임 매우 길게 다시는 분이 있는데 자주 들어오시는 것 같아서 기억에 남아요. 닉네임은 매번 바뀌시고 로그인도 안 하시지만 댓글 쓰는 투가 워낙 특이해서 알아볼 수 있죠. 처음에는 고함20이 여러 사람이 글을 쓰는 곳이라는 것도 모르시다가 요즘엔 그걸 파악하신 것 같더라고요. 고함에 제일 주기적으로 댓글 달아주시는 분 중의 하나인 것 같아요.


(이미지 출처 : http://cafe.naver.com/infoethic.cafe?iframe_url=/ArticleRead.nhn%3Farticleid=212)


어떤 악플러는 ‘히아사냥’이라는 닉네임으로 댓글을 남겨 고함이들 모두를 섬뜩하게 했었잖아요. ‘히아사냥’에게 한 마디 해 보세요.

히아사냥 님은 사실 악플러라기 보다는 진화심리학을 잘 아시는 분인 것 같아요. 진화심리학을 비판한 글에서 저를 ‘히아 처자’라는 조금 섬뜩한 언어로 호칭하거나 ‘결혼을 못할 것이다’라는 악담을 퍼붓거나 하신 적이 있죠. (그녀는 히아사냥의 댓글들을 다시 확인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히아사냥아 나는 니 영역(진화심리학)을 빼앗아 네가 설 자리를 없애고, 너보다 엄청 잘 살거야!”

어떻게 보면 페미니즘적인 시각으로 읽히는 글들을 자주 쓰잖아요. MT 때 자신은 페미니스트라고 불리길 원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을 때 좀 놀랐거든요. 어떤 문제 의식인지 독자들과도 공유해보면 어떨까요.

사실 저는 페미니즘에 대해서 제대로 공부한 적도 없고요. 페미니스트라는 이름을 달기는 한계가 있죠. 하지만 여성 문제가 여성주의자가 되고 싶지 않아도 언제나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여자로 태어난 이상 말이죠. 삶 속에서 여자로서의 한계를 언제나 느끼니까요.

여성들이 가장 많이 진출해 있는 직업이 공무원이나 교사잖아요. 그 직업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교사나 공무원이 되기 힘들긴 하지만 ‘선망’의 대상이 될 직업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회적으로 은근히 성별에 따라 직업이 분배된 거죠. 또한 남자인 친구들이 많은데요. 그들과 대화를 하면서 남성이 가진 여성에 대한 편견들을 보면서 언제나 생각해왔던 점들을 글로 풀어내면 그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페미니즘적으로 읽히는 거에요.

선뜻 ‘저는 페미니스트입니다’라고 하기는 어려워요. 저는 일단 정통적인 페미니스트를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저 스스로 스테레오 타입적인 여성의 측면을 많이 가지고 있거든요. 그리고 그렇게 되기를 원해요. 우리 사회에서는 얼굴에 페미니스트라고 써있는 사람의 말을 귀 기울여 들어주지 않아요. 그나마 자신이 여자라는 것을 온 몸에 드러내고 꾸미고 여성성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사람이 페미니즘적인 말을 할 때 그나마 사람들이 들어준다고 생각해요. 뭔가 의외의 사람에게서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가 나올 때 주목하게 되는 그런 원리라고나 할까요.

저는 정통적인 페미니스트들이 여성성을 무작정 거부하는 것에 대해서 반대하는 입장이에요. 저도 그렇게 ‘여성적이다’라는 사회적 범주에 완전히 적합한 사람은 아니긴 한데, 저는 페미니스트들이 스테레오 타입의 남성이 어떤 존재인지를 좀 더 현실적으로 파악했으면 좋겠어요. 페미니스트들이 남자를 잘 모르기 때문에, 그들의 비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고함과 함께 한지 벌써 1년이 다 되어 가죠? 그리고 노르웨이에서도 글을 가끔 보내줄 생각이라고 했는데, 이렇게 고함을 오래 할 줄 알았나요?

절대 몰랐죠. 처음에는 사실 가벼운 마음으로 지원서를 쓰고 들어왔는데요. 한국을 떠나기 직전의 기분들을 통해서 왜 고함에 이렇게 오래 있게 되었는지를 알 것 같아졌어요. 사실 요즘에 출국 준비로 시간도 거의 없고, 최근에 안 좋은 일이 많아서 고함 회의에 매번 참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는데요. 고함은 되게 중독성이 있어요. 오고 싶어요. 왠지 오늘 제가 하루 회의에 빠지면 뭔가 굉장히 재밌는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리고 실제로 고함 사람들과 함께 하면 재미가 있고요. 

고함을 통해서 하고 싶은 얘기는 계속해서 하고, 고함의 발전도 돕고 싶고 고함의 미래를 보고 싶어요. 인터뷰하는 페르마타도 그런 면 때문에 이렇게 오래 고함 활동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어요. 고함은 점점 저에게 편한 공간이 되고 있고요. 고함에서는 제가 조금 ‘솔직한 나’로 존재할 수 있어서 좋아요.

고함에서 ‘솔직한 나’가 된다고 했잖아요. 평소에도 고함이 아닌 곳에서는 굉장히 다른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본인이 한 적이 몇 번 있었던 것 같은데, 고함 밖에서의 히아는 어떤 사람인가요?

사람들이 다들 제 첫인상이 무섭다고 해요. 진짜 차가울 것 같다고요. 중고등학교 때는 매년 학년 막판에 친구들이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처음에 무서웠는데, 니가 우리 반에서 제일 만만한 것 같다고요. 제가 화 같은 걸 진짜 못 내거든요. 태어나서 남한테 화를 내 본 게 정말 손에 꼽는 일인 것 같아요. 그래서 약간 인간관계에서 실속이 없는 것 같기도 해요.

연애 중이죠? 여자친구로서의 히아는 어떤 사람인가요?

저는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나기 전에 제가 굉장히 주체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었어요. 근데 남자친구를 만나서 나서 모든 세상이 남자친구를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했죠. 뭐 하나를 해도 남자친구 스케줄을 알아봐야 하고, 남자친구의 마음에 들지를 생각해 봐야 하고요. 미래를 구상할 때도 언제나 남자친구가 들어갈 자리를 생각을 해 보게 되요. 그런 점이 저에게는 정말 큰 변화였죠.

장녀이기도 하고 그래서 원래 애교가 잘 없는 성격인데, 저희 커플은 남들이 보면 정말 황당할 정도로 애교가 많죠. 책 읽고 토론할 때나 싸울 때가 아니면, 정상적인 톤으로 대화를 하는 경우가 별로 없어요. 상황극도 자주 하고요. 애교가 많아져서, 엄마가 계속 저를 놀리기도 해요.

음, 그리고 남자친구를 잘 챙겨주는 여자친구죠. 남자친구 스케줄도 꿰고, 미래 탐색도 같이 하고요. 의외로 제가 내조를 하는 스타일인 것 같아요. 그런데 다르게 보면 간섭이 심하다는 의미기도 하죠. 요즘 걱정하는 것 중의 하나가 이런 건데요. 남자친구가 출판사에 가는 게 꿈이었는데 저를 만나면서 그 꿈을 포기했거든요. 이게 은연중에 제가 강요를 한 게 아닌지 걱정이 되고 미안해요.

남자친구가 고함 회의에 자주 오잖아요. 고함이들끼리는 고함 회의 출석률 1위가 히아 남자친구라고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남자친구는 고함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아마 지금 남자친구 심정으로는 고함이 ‘같이 할 시간도 별로 없는데 나랑 같이 놀 시간을 뺏는’ 그런 존재일거에요. 




이번에 노르웨이로 교환학생을 가잖아요. 남자친구가 영국에서 돌아온 지 (300일간의 기다림 by 히아, http://goham20.com/370) 네 달밖에 안 지났는데 그럼에도 떠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생각을 많이 해 봤는데요. 해외에서 생활을 할 기회는 아무래도 이번이 마지막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가기로 했어요. 한국이 아닌 곳에 대해서 책이나 여행 정도로는 그 곳이 어떤 곳인지 알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학업적인 이유라기보다는 아무래도 여유를 좀 가져 보고, 아르바이트도 안 하고 그런 시간을 만들어보려고요.

많은 학생들이 사실 교환학생 하면 미국 등의 영어권으로 가잖아요. 물가도 싸지 않고, 약간의 언어 문제도 있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르웨이의 오슬로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저는 미국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어요. 사실 미국은 여행조차도 가보고 싶지 않아요. 사람들이 미국과 우리나라가 참 다르다고 이야기하지만, 저는 미국은 그냥 우리나라의 거대판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옷도 촌스럽고, 사람들의 생각도 촌스러운 느낌이에요. 거대한 나라고 좋은 학교들도 많기 때문에 인재도 많지만, 평균적으로 보았을 때 미국이 세계에서 제일 떨어지는 나라 중의 하나인 것 같아요. 딱히 제가 반미주의자여서 그런 것이 아니고요. 나라가 너무 크니까 시스템이나 사고방식이나 이런 것들이 매력적이지가 않은 것 같아요.

반면에 유럽은 전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진보적이고, 언제나 깊은 생각을 하며 사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사람들의 삶에 여유도 있고요. 어떤 사람들은 유럽을 보며 죽은 대륙이라거나 과거 속에서 산다고 이야기하지만 저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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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녀는 진보와 전통이 공존하는 그 곳, 유럽으로 떠났다.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면서 또 다시 많은 독자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던지게 될 히아의 글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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