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와 꿈. 아주 잘 어울리는 조합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는 아마, 20대와 꿈을 연결시켜 생각하기 어려운 요즘의 현실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꿈은 20대에게 희망의 표상이라기보다는, 말 그대로 잠자리에서 꾸는 일시적이고 흐릿한 ‘꿈’으로 받아들여진다. 자신만의 미래를 설계하고 조금씩 한 걸음을 떼야 할 시기인 20대. 지금 우리들은 20대로서 어떤 정체성을 지니고 있으며, ‘꿈’과 어떤 관계를 만들어 가고 있을까. 고함20에서 알아보았다.




※ 출처 :
http://noonsaram.com/ttt/ttt/tag/%B2%DE



 20대의 꿈, 그들이 꿈꾸는 세상


 취업난이 워낙 심각해 다들 고시공부에만 매달리는 것처럼 그려지기 일쑤였던 20대. 그렇지만 다른 길을 가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전문 상담가, 드라마 작가, 큐레이터, 공연기획자 등 다양한 빛깔의 꿈을 품고 있었다. 요즘 대세라는 교육공무원도 있었고, 아직 꿈을 정하지 못했다는 답도 있었다.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구체적인 직업명이 나열된 것이 특징이었다. 꿈은 곧 자기가 가지고 싶어 하는 직업이 되는 것일까? 소수에 불과하지만 보다 포괄적으로 꿈을 설명한 이들도 있었다.


* 나는 끊임없이 도전하고 도전을 성공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 내 꿈이다. (여, 20)
* 인간 경영을 하고 싶은데, 사실 인간 경영이라기보다는 그냥 사람들의 잠재력을 본 후 그 사람이 어떤 직업에 어울리는가를 상담하는 일을 하고 싶다. (남, 20)
* 내 꿈은 대학졸업 후 내가 목표했던 곳에 취직해서 열심히 일하다가 30쯤엔 결혼을 하는 것이다. 아이는 셋에 부모님 모시고 살 것이다. 만약 형편이 여유롭다면 나누면서 살고 싶다. (여, 21)


 꿈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20대가 꿈꾸는 세상이 무엇인지도 물었다. 가장 많이 나온 답은 바로 ‘공평하고 평등한 세상’이었다. 꿈이 꼭 현실과 대척하고 있을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꾸는 모습’이라고 밝힌 것이 ‘공평하고 평등한 세상’이라니 결국 현실에서는 이런 부분이 잘 채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평등’에서도 강조하는 부분은 조금씩 달랐는데 ‘식량이 공평하게 분배되는 세상’부터 시작해서 ‘모두가 특별한 세상’까지 다양했다.

 인간적인 따뜻함을 그리워하는 듯한 답도 종종 보였다. 그들은 ‘서로 헐뜯지 않고 보듬어 주며 이해해주는 세상. 생각이 다르다고 남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생각도 받아들일 수 있는 세상’, ‘서로를 조금 더 배려하는 세상, ’서로를 위하고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의 세상’을 원했다. 이외에도 ‘즐거움과 기대로 가득한 세상’,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강박관념에 시달리지 않는 세상’, ‘치안 면에서 좀 더 안전한 세상’ 등의 답이 나왔다. 현실과 꿈의 관계에 대한 기억에 남는 의견을 마지막으로 그들이 꿈꾸는 세상 꼭지를 마무리하도록 하겠다.
 

 ‘세상을 알아간다’ 라는 말이 있는데, 나는 그런 말이 없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원하는 꿈이 현실에 부딪혀서 없어지거나 현실이라는 때문에 멈출 수밖에 없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현실과 꿈을 반드시 선택해야하는 그런 세상이 아니기를 바란다. 사람들은 꿈꾸는 대로 살고 꿈을 갖고 살라고 말하지만, 사실 꿈대로 살수는 없는 게 사실이다. 자신이 원하는 꿈을 이뤄 낼 수 있는 그런 세상이면 좋겠다. (남, 23)



 20대가 맞은 현실

 
 아까 20대가 꿈꾸는 세상에서 가장 많이 나왔던 답을 떠올려 보자. ‘공평’과 ‘평등’을 바란다는 의견이 제일 많았다. 그래서일까. 현실은 불공평하다고 느낀다는 답 역시 많이 나왔다. 그러나 그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다양한 인간군상의 집합체였다. 

* 똑같은 일상에 무료함을 느끼고 있다. (여, 20)
* 등산에 비유할 수 있다. 난 정상을 향해 가는데 너무 힘들어서 헐떡이는 상태다. (남, 24)
* 내가 뭔가를 계속 하지 않으면 스스로 불안하다. 세상이 내게 무언가를 요구하는 건 아닌데, 내가 그렇게 습관이 든 것 같다. 누군가는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는 걸 보면 그 모습을 나와 비교한다. (남, 20)
* 누구나 평범한 것보다는 튀기를 원한다. 자신만은 특별한 존재가 되기를 원한다. 다른 사람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자신을 너무 사랑하는 것 같다. (여, 23)


 날마다 가슴을 설레게 하는 일이 일어나는 두근거리는 하루하루를 꿈꾼 어떤 이에게, 현실은 매일 반복되는 지루함으로 다가왔다. 초고속 엘리베이터처럼 승승장구하며 빠르게 올라가는 것을 바란 어떤 이에게, 현실은 정상을 향해 땀 뻘뻘 흘리며 올라가는 등산 같았다. 지나치게 이기적으로 사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었고, 안전 면에서 특히 여성이 살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렇다. 역시 현실은 녹록지 않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간다, 힘나게 하는 그 무엇들로 인해.


 ‘사람을 향합니다’라고 하던 모 이동통신사의 광고 문구를 기억하는가.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곳이 아닌 것을 보여주듯, 만만치 않은 현실에서도 20대는 ‘소중한 사람들’로부터 에너지를 얻었다. 많은 사람들이 가족, 친구, 주변 사람들 등 지인들 덕에 어려움이 닥쳐와도 견디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했다.

 20대다운 패기와 당당함이 묻어나는 답도 나왔다. ‘자신감’,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것’, ‘미래에 대한 호기심’, ‘결국 (꿈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믿음’, ‘희망'이 현실에 지친 그들을 격려하는 힘이었다. ‘세상은 계속 변한다’는 조금은 철학적인 의견도 나왔다.




※ 출처 : http://cfs13.tistory.com/image/21/tistory/2008/11/05/02/08/4910817f2d6ff


 ‘마음껏 꿈을 꾸어라’, ‘진정 당신의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을 하라’는 말은 이미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흔히 봤을 만한 말이다. 그러나 정녕 현실의 20대가 이 말을 있는 그대로 수용할 수 있을까. 더 이상 지성의 전당이 아닌 대학에서 자아 정체성을 찾기도 힘든데, 갖추어야 할 능력은 또 한 트럭이란다. 당연히 당찬 꿈과 포부를 안고 살아가는 것이 별나라의 이야기처럼 들릴 것이다. 그러나 젊은 시절 자신만의 꿈을 간직하고 실천하려 노력하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이던가. 그것을 실현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더더욱 가치 있는 것이 아닐까.

 무료하고 기운 빠지는 세상에서도 20대들은 제법 어른스럽게, 이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다. 때로 지친 날들이 찾아와도 ‘힘나게 하는’ 소중한 것들과 사람들을 든든한 버팀목으로 삼고 한 발짝씩 나아가고 있다. 자기만 생각하고 이 사회에도 별로 관심이 없는 ‘뻔뻔하고 이기적인’ 20대라고 몰아치는 비판을 거두고, 20대와 꿈 사이에서 ‘빨리 친해지길 바래’를 권하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