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쟁 이후 하루 밥 세 끼 다 챙겨먹기 힘들었던 시절, 당시 대다수의 국민들은 '잘 먹고 잘 살자' 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경제 부흥에 치중했던 독재 정권을 암묵적으로 허용했었다. 그러나 어느 정도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고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독재라는 잘못된 정치 현실이 제대로 인식되기 시작했고 이를 바로 잡아야겠다는 당위성이 부과되어 민주주의 운동이 다시금 전개되었다. 이전까지는 소수 지식인에 의해 전개되던 민주화 운동은 1980년 5월 18일 광주 민주화 운동을 계기로 전 국민적인 관심을 받게 되고, 본격적으로 독재 정권, 군사 정권 타도를 목적으로 한 지식인만의 민주화 운동이 아닌 국민적인 민주화 운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민주주의에 대한 강렬한 열망,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부마항쟁과 10.26사태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암살, 유신 체제가 끝이 나고 이후 실세로 등장한 신군부와 기존의 구군부 사이에 군권장악의 권력투쟁이 야기되었다. 그러던 중 12.12사태를 통해 전두환 전 대통령을 주축으로 한 신군부가 군권을 잡게 되었다. 1980년 3월 신학기부터 각 대학에 학생회와 평교수회가 부활되고 긴급조치로 밀려났던 해직교수와 제적학생들이 학교에 복귀함으로써 학원민주화 열풍이 일기 시작했다. 노동자들도 노조 민주화, 근로조건 개선을 내세우며 전열을 가다듬었다. 5월 14일 광화문, 종로 등에 5만여 명, 15일에는 서울역 광장에 학생, 시민 20만 명이 운집하여 계엄철폐, 민주화 추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학생지도부가 의사 전달을 충분히 했다는 결론 아래 시위가 소강상태에 빠진 틈을 타서 신군부는 5·17비상계엄확대조치를 선포했다.


신군부는 1980년 5월 18일 0시를 기점으로 전국의 대학교에 휴교령을 선포함과 동시에 학생 지도자들을 체포하는 등 대대적으로 민주화 탄압을 시작했다. 5월 18일 전남대생 200여명은 휴교령이 내려진 학교에 들어가려다 계엄군과 투석전을 벌였고 부상당한 학생들을 보고 합세한 시민들과 시위를 벌였으나 계엄군의 폭력 진압으로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면서 광주민중항쟁이 시작되었다. 계속되는 시위와 계엄군의 진압, 그러던 중 광주는 고립되었고, 거센 시위에 직면한 계엄군은 시민에게 발포를 하여 시민 수십여 명이 사망했다. 이에 분노한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시민군을 조직하여 도청을 차지 사태 수습에 들어갔으나, 계엄군의 협상 거부에 이은 27일 총공세로 많은 희생자를 낸 광주 민주화 운동은 막을 내렸다.

사건은 발발 당시에 불순분자와 폭도들에 의한 난동으로 규정되었다가, 8년이 지난 1988년에 광주 민주화 운동이란 정식 명칭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사건과 관련된 진실 규명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관련 영상과 사진을 자유로이 사회적으로 공개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또 5.18운동을 소재로 한 드라마와 영화가 제작 상영된 것은 1995년 김영삼 정부가 들어선 후에야 가능해졌다. 즉, 8.15 광복과 남한만의 단독 정부 수립 이후 국민의 직접 선거로 대통령이 탄생하는 제대로 된 민주주의가 자리 잡기까지, 50여 년의 세월이 걸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의 민주주의는 4.19혁명을 시작으로 많은 국민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얻게 되었다. 이렇듯 수 많은 희생을 치르고 힘겹게 얻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실태는 어떠한가?

2011년,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현주소

얼마 전,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소장 백원우 의원)가 주관한 전·현직 대통령 가운데 ‘다시 뽑고 싶은 대통령’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 1위를 차지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위를 차지했다. 민주주의 실현에는 많은 오점을 남겼지만 지금의 대한민국 경제의 밑바탕이 된 국가 부흥을 이뤄낸 대통령과 가장 민주적인 정치를 하였고 개인적이고 정치적인 이유가 아닌 국민을 위한 정치를 했다고 평가 받는 대통령이 1, 2위로 뽑힌 것이다. 이는 현재의 어려운 경제와 퇴보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이 반영된 결과가 아닐까? 경제 활성화를 바라는 국민적 기대가 2008년 대선 당시 경제 대통령이란 구호를 내건 후보에게 50%가 넘는 지지율로 당선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집권 4년차, 국민의 염원이던 경제 활성화는 어찌 되었나?

나날이 오르는 물가, 이에 대한 뚜렷한 대안이 없는 정부로 인해 서민 경제는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정도를 넘은 국민의 불만과 끊임없는 대책 요구에도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국민이 원하는, 국민에게 필요한 정책 집행이 아닌 대통령의 대선 주요 공약이나 대다수의 국민이 반대하는 4대강 사업의 지속적 추진과 국가기관 지방 이전에 대해 기존 입장 철회 및 변경 등 해당 지역 주민 반발과 지역 간 갈등 유발 등 소모적 분열만 일으키고 있다. 또 국민의 뜻을 대변해야 할 국회의원은 여·야 할 것 없이 국민 기초 생활법 개정과 고용 지원, 등록금 상한 등 국민에게 필요하고 서민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한 법안보다 세비 5.1% 인상, 정치 자금법 개정과 같이 자신들에게 이로운 법률 제정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모습들이 과연 민주주의가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 대한민국 정치권의 모습인가?


우리나라 헌법 제1조의 1항과 2항을 보라,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라고 명시되어 있다. 즉, 대한민국은 엄연한 민주공화국이고, 이 나라의 주인은 바로 국민이다. 국민은 그가 가진 권력을 정치인에게 법률에서 정하는 일정기간동안 위임한 것뿐이다. 하지만 지금의 정치인들은 그들이 이 나라의 주인인양 국민들의 바람과 의견은 외면하고 있다. 4.27 재보선으로 국민들은 분명하게 민심을 보여줬다. 앞으로도 정치인들이 국민을 무시한 채 그들의 이익과 신념만을 위한 정치를 한다면, 4.19혁명과 5.18민주화운동으로 퇴진한 과거 정부처럼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정치인은 각성해야 하고, 국민은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이것만이 5.18민주화운동에 참여한 선인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숭고한 뜻을 져버리지 않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