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복에 대한 생각을 물었더니 부정적인 의견이 대다수였다. 서강대에 재학 중인 이 양은 예비군복에 대해 “껄렁해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옷을 대충 입었다는 생각이 든다. 휴가 나온 군인들이 입은 옷은 단정해 보이는데 예비군복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강조했다. 같은 학교 김 양도 비슷한 의견을 내보였다. “혼자만 입고 있어도 날라리 같은데 여러 명이 그러고 몰려다니니까 더 그렇다. 평소에 안 그러던 사람들도 예비군복을 입으면 달라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예비군복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들, 예비군 자신들이 더 잘 알고 있다. 자신이 훈련을 받지 않을 때 예비군복을 입은 남성들을 보면 비웃는다. 그게 친구라면 욕을 한다. 그러나 예비군들은 욕을 먹더라도, 부정적인 시선들이 자신에게 향하더라도 절대 규정에 맞게 옷을 입지 않는다. 오히려 누가 더 껄렁해 보이는지 비교하기도 한다. 물론 더 껄렁한 사람이 승자다. 껄렁함은 예비군 훈련 몇 년차인지 가늠해보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반면 규정에 맞게 옷을 입고 온 사람은 찌질이로 통한다.
예비군들은 왜 이렇게 옷을 입고, 거리를 활보할까? 훈련이 끝났음에도 흙먼지 뭍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술집으로 직행할까? 그건 예비군복이 극한의 자유를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예비군복을 입으면 현역 군인 일 때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들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는 행위이다. 군인은 일명 ‘입수보행’이라 불리는 이 일을 금지 당한다. 하지만 예비군을 상징하는 개구리마크를 다는 순간, 군인은 자유라는 ‘특권’을 지닌 민간인이 된다. 그래서 예비군들은 언뜻 보면 부자연스럽게 보이는 이 행위를 너무나도 당연하게 하는 것이다. ‘부자연스러움’ 마저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데에 행복해하는 것이다.
교복을 입으면 학생답게 행동해야 할 것 같지 않은가? 양복을 입으면 행동도 격식을 갖춰야 할 것 같지 않은가? 한복을 입으면 좀 더 고상하고 얌전하게 굴어야 할 것 같다. 군복을 입은 군인은 단정하고 절도 있게 행동할 것만 같다. 이처럼 우리는 특별한 옷을 입었을 때 그에 맞춰 말하고 행동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곤 한다. 그 옷을 입은 사람을 보았을 때도 어울리는 언행을 할 거라고 여긴다. 예비군복도 그에 어울리는 ‘껄렁함’과 ‘허세’ 등이 묻어나는 옷이다. 예비군복은 강탈당한 청춘과 자유에 눈물을 흘려가며 참아왔다는 증거물이다. 잠을 쪼개서 자지 않을 수 있는 자유, 야동을 보더라도 규제받지 않는 자유, 공부할 수 있는 자유, 먹을 수 있는 자유, 이 소박함이 만들어 놓은 날개다. 그렇게 우리는 일 년 중 단 하루, 잠시나마 날개를 펼친다. 그러니까 그 ‘껄렁함’을 ‘허세’를 잠시만 눈감아 주면 안 될까? 우리는 2년여의 시간동안 강탈당했던 자유를 만끽하는 중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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