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마켓에 들어가는 입구에 큰 포스터가 붙여져 있고 ‘500만원씩 20년! 총 12억! 연금복권 520’이라는 문구가 보는 이를 현혹할 만큼 크게 쓰여 있다. 슈퍼마켓에서 나오는 아저씨들의 손에는 몇 장의 종이가 들려져 있다. 로또보다 당첨 될 확률이 높다는 말에 지나가던 이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드는 연금복권. 연금복권이 도대체 뭐지?

연금복권 '누구냐 너'


연금복권의 홍보 포스터를 보면 연금복권에 대해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연금복권은 경제적 걱정 없이 보낼 수 있는 든든한 인생 보장형 복권으로서 당첨금은 매월 500만원씩 20년간 지급되며 사망한 후에도 상속인에게 자동적으로 상속됩니다.’ 언뜻 보기에도 1등에 당첨되면 마치 노후가 보장될 것 같은 느낌이 다가온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일시불로 받을 수 없고 분할지급만 가능하다. 또한 상속할 수 있으나 제 3자에게 양도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는 없다. 이 점을 보면 로또에 비해서 사용할 수 있는 범위가 줄게 된다. 또한 당첨금에서 세금 22%를 제하면 매월 390만 원을 받게 된다. 홍보 문구의 과장 된 모습이 보인다.

복권계의 소녀시대

판매를 시작한지 한 달이 넘은 연금 복권의 인기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별다른 노력과 걱정 없이도 안정된 노후를 준비 할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은퇴를 앞두고 있는 40~50대의 가장들의 구매율이 높다. 안정적으로 지급되고 상속도 가능하다는 점이 입소문으로 퍼지면서 지난 7월 1일 첫 회가 출시된 연금복권은 판매 나흘 만에 630만장이 매진되었고 2회차 역시도 모두 팔려나갔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이 달갑지 만은 않다. 서민들의 노후 대책 방법이 마치 연금 복권 사재기로 바뀐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는 서민들의 노후 대비를 위한 복지 확충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오히려 연금 복권을 수단으로 서민들의 주머니를 현혹하는 것 같다. 연금복권의 인기는 그만큼 우리나라의 불안한 노후를 잘 보여주고 있는 사례가 되고 있다.

연금복권 1등 당첨자에게는 세금을 제외하면 매달 390만원을 20년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12억 원을 은행에 넣어두기만 해도 이자로 월 352만 원 정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의견이 나오자 복권위원회 관계자는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복권위원회가 1등 당첨금으로 정한 금액은 8억 원으로 당첨금 총액이 12억 원으로 알려진 것은 당첨금을 부리면 20년 동안 최소 4억 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즉 12억 원을 쌓아놓고 매달 지급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물가상승률에 따른 화폐 가치가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20년이라는 미지의 기간을 반영할 경우 계산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연금복권의 뒷말로 인해 연금복권이 마치 정부가 사행(뜻밖의 행운을 바람)산업을 부추기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바라보는 연금복권

연금복권의 아이디어는 공무원 연금에서 나왔다. 공무원들이 퇴직 후에 압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연금을 선택한다는 측면을 복권으로 응용한 것이다. 연금복권의 판매량은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으나 정부는 이젠 ‘적당히’ 팔리기를 원하고 있다. 복권 구매가 워낙 힘들다 보니 발행량을 늘려달라는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매출한도를 초과하는 경우 더 내야 하는 부담금이 생긴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자칫 발행량을 늘렸다가는 정부가 나서 사행산업을 부추겼다는 비난여론이 들끓는다는 점이다. 즉 복권의 발행량을 수요에 맞게 한다면 부작용도 그만큼 커지고 그것이 곧 정부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부모의 모습은 젊을 때는 결혼자금과 내 집 마련으로 바쁘고 결혼 이후에는 주택 대출, 자녀 교육으로 바쁘기 때문에 노후준비가 힘들다. 점점 고령화 되어 가는 사회 속에서 노후 대책을 하지 않는 다는 것은 고령화 사회 속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말과 같다. 노후 대책에서 가장 훌륭한 방법으로 연금을 꼽는다. 이런 이유로 연금 복권의 인기가 높은 것은 이미 예견 된 일과도 같다. 그러나 노후는 복권에서 1등 당첨되는 것과 같은 일을 꿈꾸는 것이 아닌 미리 대책을 세우고 준비하는 것이다. ‘국민연금’을 노후 대책으로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국민 연금은  기초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이기 때문에 풍요로운 노후를 기대하는 이에게는 큰 실망감을 안겨준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 연금 외에 다른 개인 노후 대책을 세워야 한다. 노후는 막연한 미래가 아닌 반드시 다가오는 미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