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음악과 관련하여 끊임없이 제기되는 문제 중의 하나가 바로 노랫말에 관한 논란이다. 많은 사람들은 80년대, 90년대를 이끌었던 음악들과의 비교를 통해 아이돌 음악을 주저 없이 깎아내리고는 한다. 최근 공중파 뉴스에서까지 문제시된 ‘나 좀 봐줘(천상지희)’를 필두로 Ring Ding Dong(샤이니), 삐리빠빠(나르샤), Yayaya(티아라), Supa Dupa Diva(달샤벳), NU ABO(에프엑스) 등 수많은 아이돌 음악들이 이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실제로 최신곡 중 가사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있는 노래는 거의 전무한 수준이다. 모호한 의성어와 의태어들만 나열된 유형, 가사를 다 읽어도 전개가 이해되지 않는 유형 등 다양한 방식의 파격을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파격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러한 곡들이 비난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비난의 이유로 한글 파괴나 정서적인 문제를 들먹이는 태도는 오히려 ‘21C 대중음악’의 기준에서는 상식 밖의 이야기다.

팔구십년대 명곡에 버금가는 ‘아름다운 가사’를 아이돌 음악이 갖기를 원하는 사람들의 바람이 실현된다면 어떻게 될까. 과연 ‘명곡’이 탄생할 것인가. 혹은 오히려 ‘망곡’이 탄생할 것인가. 논란에 오른 곡들의 가사를 다음의 몇 가지 조건을 지켜 번안해보았다. 첫째, 한글로만 사용할 것. 둘째, 단어를 반복하지 말 것. 셋째, 은어나 비속어를 사용하지 말 것. 넷째, 한 번만 읽어도 내용을 이해할 수 있게 할 것.

들리는 기사, 갈비뼈 스타

아담의 갈비뼈를 뺐다고 진짜 빼야 될 사람 난데 내 허리 통뼈 이대론 아아 안 돼 웃지 마라 진짜 진지하다고 → 그 애를 만나러 가려는데 예쁜 청바지가 안 맞아 이제는 먼지를 털고 입고 싶어 이번만은 다이어트 꼭 할 거야 (나 좀 봐줘(천상지희))

나 어떡해요 언니? 내 말을 들어봐 내 그 사람을 언니? 모르겠어요 참 엉뚱하다 맨 날 나만 놀리지? 내가 정말 예뻐? 그렇다는데 → 나 어떡하죠 언니? 글쎄 말이죠 그 아이 왜 그러나 모르겠어요 엉뚱하게도 만날 나만 놀려요 나보고만 자꾸 예쁘다 해요 (NU ABO(에프엑스))

‘자아 분열적인 가사가 청소년의 정서에 유해하다’ 혹은 ‘한글이 맞는지 모르겠다’는 이유로 비판받았던 두 곡. 가사를 ‘순화해보니’ 일렉트로닉한 곡의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동요 가사가 된다. 곡 전체의 주요한 테마도 사라진다. 더 이상 여자들끼리의 술자리에서만 나오는 솔직한 이야기를 담아낸 ‘나 좀 봐줘’와 소녀의 분열된 자아를 담아낸 ‘누 예삐오’가 아니다. ‘아담의 갈비뼈’나 ‘내가 정말 예뻐?’와 같은 예상하지 못한 어구들이 주는 흥미로움도 없어졌다.


Ring Ding Dong, Ring Ding Dong, Ring Diggy Ding Diggy Ding Ding Ding → 내 머리 속에서 맴돌아 네가 자꾸 들린다 (Ring Ding Dong(샤이니))

Oh eh Oh eh Oh eh Oh eh Oh eh Oh eh 나를 불러봐 come come come come to me → 나는 너를 원해 너도 원한다면 나를 불러봐 내게로 와줘요 (To Me(레인보우))

Supa-pa Dupa-pa Supa Dupa LaLa Diva-va Diva-va Supa Boom Boom Boom Boom → 멋지고 이쁘고 상큼 달콤하고 난 누구보다도 최고야 정말로 (Supa Dupa Diva(달샤벳))

의미없는 의성어, 의태어가 반복되는 후크가 비난의 도마에 올랐던 세 곡. 세 곡 전체 가사의 주제를 담아 개사해보니 읽으면 말이 되긴 하는데 원래의 가사가 가지고 있던 리듬감이 해쳐지면서 곡이 주는 재미가 반감된다. 무의미한 것 같지만 곡 전체의 컨셉에 어울리는 가사를 얹는 게 ‘중독성’을 목표로 만든 반복적 멜로디에는 강점이 있다는 반증이다. Ring Ding Dong이라는 단어의 반복이 ‘머리에서 그녀가 계속 맴돌고 들린다’는 가사보다 더 효과적으로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최선이었을 수 있다는 뜻이다.



대중음악만의 감상법을 인정하라!

‘외계어 가사’를 쓰는 작사가들이 ‘아름다운 가사’를 쓸 줄 모르는 게 아니다. ‘나 좀 봐줘’의 작사가 켄지는 ‘가만히 눈을 감고(정재욱)’의 작사가이기도 하다. ‘Ring Ding Dong’과 ‘NU ABO’의 유영진은 SES에게 ‘나를 믿어주길 바래 함께 있어~’라는 가사를 준 적도 있다. ‘Supa Dupa Diva’의 이트라이브는 ‘냉면’의 작사가이며, ‘삐리빠빠’의 김이나는 최근 가장 드라마틱한 가사를 쓰는 작사가 중 한 명이다.

유명 작사가들이 ‘아름다운 가사’를 쓰는 능력을 발휘하지 않는 것은 ‘외계어 가사’를 쓰는 게 최신 대중음악에서 더 고급 능력이기 때문이다. 곡이 주는 느낌과 어울리는 콘셉트가 있는 가사, 이야기를 설명하기 보다는 콘셉트에 호소하는 가사, 중독성 있는 라임이 있는 가사, 가장 극단적으로는 보컬이 곡의 분위기를 방해하지 않을 수 있을 정도의 최소한의 가사. 이러한 것들이 ‘요즘 아이돌 음악’에 가장 어울리는 고급 가사의 요건이다.

우리는 추상 미술이나 클래식 음악이 한 번에 이해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정서적으로 유해하다’거나 ‘수준이 낮다’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이런 경우, 사람들은 오히려 자신의 예술에 대한 무지함을 탓한다. 10대 아이돌이 하는 대중음악이라고 해서 무엇이 다른가. 대중음악, 아이돌음악은 그들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장르를 견고하게 구축해 왔고 그것을 만들고 감상하는 일종의 코드를 생산해내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전체 예술과 문화를 풍부하게 하고 있다.

현대 미술의 해체주의는 처음 등장했을 땐 사람들에게 우스움을 당할 뿐 예술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조금 무리수를 둬서 말하면, 요새 아이돌 음악은 ‘대중음악계의 해체주의’다. 쉽게 말해 가사를 해체하는 것, 모호하게 하고 그 기능을 줄이는 것을 통해 곡을 풍부하게 하는 걸 가사의 역할로 보는 작사가들의 움직임이고 운동이다. 이해가 안 된다고 해서 비난하지 말자, 오히려 자신을 탓하자. 공부하기 싫다면? 그냥 안 들으면 된다. 취향은 서로 존중해 주는 게 맞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