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성폭력 (11)

성폭력피해에 공감하는 시민, '첫사람'이 되다

3월 17일·20일, 한국여성민우회는 ‘첫사람’ 양성 교육을 준비했다. 서울 광화문 센터포인트빌딩 대강의실에는 40여 명의 시민이 참석했다. 이들은 성폭력 피해자에게 공감하고 지지하는 ‘첫사람’이 될 예정이다. 첫사람은 성폭력 재판에 동행하는 활동을 한다.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가 부당한 대우를 받았는지를 비롯해 법정 분위기를 점검한다. 성폭력에 대한 사회의 잘못된 통념을 확인하고 변화를 모색하기 위해서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첫사람'이 확산돼 두사람, 세사람이 되길 기대한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 재판과정에서는 2차 피해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2011년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가 스스로 삶을 포기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피해자의 유서에는 판사의 모욕적 언행이 억울하다고 적혀있었다. 민우회가 첫사람 캠페인을 기..

짧은 바지 때문에 성폭행 당한 남자? '억압받는 다수'

※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스포주의) 우리 사회는 종종 각종 수치를 증거로 여권의 신장과 평등을 자신한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모든 영역에서 소외받던 여성들이 사회 전반에 참여하여 능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전보다 ‘살만해졌다’는 이유로 여성을 향한 억압이 사라졌다고 말할 수 없다. 수치와 같은 거창한 사례를 찾지 않아도 여성들은 일상생활에서 ‘여성’이기에 억압당하고 있다. 프랑스의 단편영화 '억압받는 다수'는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이 얼마나 당연하게 이루어지는지 보여준다. ⓒ 영화 카메라는 한 남자의 일상을 쫓아간다. 남자는 유모차를 끌고 우편물을 확인한다. 꽤 다정하고 평범한 남자처럼 보인다. 그러나 남자를 둘러싼 일상은 이상하다. 남자에게 인사를 건네는 여자는 상의를 탈..

아프니까 청춘이라더니, 뒤에선 '甲'의 성추행?

지난 11월 21일, 합정동에서 언론노조 출판노조협의회의 주최로 이라는 '출판산업 직장 내 성폭력 문제에 대합 집담회'가 열렸다.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상부에 보고한다는 선택지는 보기 1번에서 10번, 어디에도 없더라.” 쌤앤파커스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 책은탁(가명) 전 마케터는 우리 사회에서 개인이 사내 성폭력에 대항해서 싸우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전했다. 지난 2012년 9월, 그녀는 쌤앤파커스 이모 상무의 개인 오피스텔에서 성추행을 당했다. 책은탁씨는 “이모 상무는 중요한 인사결정권자였고, 그 날은 17개월의 수습직원 끝에 정직원 전환 발표가 있기 3일 전 이었다”며 사건 당시 저항하기 힘들었던 처지를 호소했다. 결국 그녀는 사건 이후 정신과를 다닐 뿐 신고할 수도 말할 수도 없었다. 책은..

[데일리칼럼] 데이트 폭력의 위험한 일상성

2012년 경찰청이 국회에 제출한 데이트 폭력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연간 7,500여 명에 달하는 데이트 폭력 사범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5일 경찰청은 2013년 연인을 살해한 살인사범은 106명이었으며, 5년 평균 살인사범 수는 102명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신체적 상해를 입히거나 폭행해 검거된 건수 역시 각각 2570건, 2848건에 달했다고 한다. 데이트 폭력의 법적 정의가 이성애 관계에 한정한다는 것을 되짚어 볼 때, 이는 곧 적어도 매년 7,500여 명의 여성이 데이트 폭력을 경험하고 있으며, 100여 명의 여성이 살해당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더 나아가 데이트 폭력은 언어적, 육체적, 성적, 정신적, 경제적 폭력 등 일체를 포괄하는 개념이므로 그 피해자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

무용지물이 되어버린 반(反)성폭력 내규

대학 새내기 A씨, 과 술자리에 나갔다가 남자 선배들의 ‘융단 폭격’을 받는다. 그녀를 비롯한 과 여학우들의 얼굴과 몸매에 대한 직설적인 평가, 남자친구가 있는지, 있다면 진도는 얼마나 나갔는지. 그리고 술에 점점 취해가자 술게임의 벌칙으로는 러브샷, 불필요한 신체 접촉 등이 벌어졌다. 술김의 짓궂은 장난이라고 하기에는 A씨의 인권과 성적 자기결정권(자신의 개인적인 성적 영역과 그것을 결정할 자신의 의지를 타인으로부터 침해받지 아니할 권리)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었다. A씨처럼 대학을 다니다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특히 여성이라면) 술자리에서 술 취한 사람들로부터 불쾌한 농담이나 행동을 겪은 적이 있었을 것이다. 비단 술자리뿐만이 아니라 엠티, 농활 등 박 일정이 들어가는 행사에서도 항상 주의가 필요하다..

[성희롱, 어디까지 알고 있니?] ① 성희롱, 혼자만의 문제에서 우리 모두의 문제로

'성희롱'만큼 자주 쓰면서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단어가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성희롱을 당했다'는 말에 민감해하면서도 정작 그 의미를 물어보면 서로 다른 답을 내놓기 일쑤다. 이번달 초 고함20에서는 한 채식단체 대표의 성희롱 의혹을 다룬 적이 있다.(http://www.goham20.com/3485) 이때 기자들 사이에서도 성희롱의 개념 정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곤혹을 치렀다. 도대체 어디부터가, 어디까지가 성희롱이란 말인가? 이에 고함20에서는 성희롱 문제를 한번 제대로 파헤쳐보기로 했다. 크게 2가지 관점에서 성희롱을 조망한다. 우선 첫번째 기사에서는 '성희롱(sexual harassment)' 이라는 개념이 탄생하게 된 이론적 배경에 주목한다. 성희롱이라는 개념에는 혼자의 문제가 아닌,..

성희롱에는 왜 남녀유별이 있나

국립국어원 표준어국어사전에 따르면 ‘성희롱’이란 “이성에게 상대편의 의사와 관계없이 성적으로 수치심을 주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일. 또는 그 말이나 행동”을 의미한다. ‘이성에게’라는 단서는 성희롱이 ‘동성에게’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전제함을 의미한다. 국립국어원의 설명에 따르면 표준어국어사전에서 ‘성폭행’이란 “강간과 동의어로 폭행 또는 협박 따위의 불법적인 수단으로 부녀자를 간음(부부가 아닌 남녀가 성관계를 맺음)함”을 의미하며, ‘성범죄’란 “강간ㆍ강제 추행 따위의, 성(남녀의 육체적 관계. 또는 그에 관련된 일)에 관련된 범죄”를 의미한다. 이와 같이 성과 관련된 어휘들에 ‘이성 간’ 또는 ‘남녀 간’이라는 단서를 붙이고 있는 이유를 국립국어원에 질의하자, 국립국어원측은 “사전에서는 보편적이고 일반..

당신의 주변인이 성폭력의 피해자라면

당신의 지인 또는 주변인이 성폭력의 피해자가 되었을 때,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 피해자의 곁에 있어 주는 것, 그들의 말을 들어주는 것, 따듯한 말을 건네주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최선책은 피해자에게 성폭력 관련 전문 상담기관에 연락할 것을 권유하는 것이다. 성희롱 및 성폭행 또는 성과 관련된 사건의 피해자들을 어렵고 힘들게 하는 것은 사건 자체뿐만 아니라, 사건 발생 이후 문제 해결을 하는 과정과 그 과정을 진행하며 겪게 되는 ‘2차 가해’들이다. 성폭력 관련 전문기관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피해자가 홀로 감당할 수 없는 성폭력 사건 이후의 과정에 대해 피해자와 이야기하고, ‘2차 가해’들로부터 피해자를 최대한 보호하는 데에 있다. 성희롱 및 성폭력, 여성과 관련된 사회문제 전반에 ..

페미니즘 문화제 <여성의 삶이 보이는 라디오>

3월 27일, 이화여대 중강당에서 ‘여성들의 삶’을 주제로 문화제가 열렸다. 3월 8일 여성의 날을 기점으로, 평범한 여성들의 삶의 현실을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풀어내는 자리였다. 전국학생행진에서 전체 행사를 주관했고, 다양한 학회와 학생회들이 동참했다. 기획에 참여한 송지영(25, 아주대 자치학술공간 대표) 씨는 “여성에 대해 우리가 너무 모르잖아요. 같은 여성인데도 뉴스만 보거나, 사회적 편견에 갇혀 제대로 알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노동자든 학생이든 모든 사람들이 현실에 대해 같이 알고, 공유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기획하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문화제는 독특하게 라디오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총 3부의 각 코너는 사연 낭독과 논의, 신청곡의 구성을 취했다. “국민연료 썬연료” 광고가 울려퍼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