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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열 기자에게 바란다

“이번엔 선생님 죄송해요 시리즈~ 대학 졸업하고 첫 부임해서 애들하고 친해지려고 인디안밥 하신 독어샘~ 브레지어끈 풀려서 당황하셨죠? 제가 슬쩍 일부러 그랬어요. 쿄쿄쿄.” 고요한 일요일 아침 (3일 아침) 이었지만 트위터 타임라인은 시끄러웠다. 2일 저녁에 시사인 고재열 기자 (@dogsul)가 트위터에 쓴 위의 글에 대한 격한 반응들이 트위터 유저들 사이에서 오고 갔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비난 일색이었다. 고재열 기자 언팔로우 운동을 하자는 움직임도 생겨났다. 사건의 발단은 고재열 기자가 예능 프로그램 ‘세바퀴’를 보고 “가장 기억에 남는 선생님이 누구였냐”는 말을 트위터에 남기면서 시작된다. 사람들의 가지각색의 답변을 받는 도중에 자신도 기억나는 선생님을 이야기 한다면서 쓴 글이었다. 고재열 기자는..

결국 주저앉을 수 밖에 없는 여성의 모습, 132살의 노라를 만나다.

‘친정 아버지한테서 제가 어린 인형으로 취급되었다면 여기서는 큰 인형 취급을 당했던 거에요. 그리고 제 아이들이 제 인형들이었어요. 그것이 우리들 결혼이었어요. 저는 이제 제 자신의 발로 서야겠어요. 제 자신을 발견하고 또 제 환경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기 위해서요. 그래서 저는 지금 당신 곁을 떠나는 거에요. 정말 가슴 아픈 일이에요. 그렇지만 어쩔 수 없어요. 자, 여기 당신이 내게 주었던 반지를 돌려드리지요. 제 것을 주세요. 이제 완전한 자유에요.’ 1879년에 쓰여 진 헨릭 입센의 희곡 의 여주인공 노라의 대사다. 노라는 사회적으로 잘 나가는 남편,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함께 자신이 행복하다고 굳게 믿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노라는 남편을 살리기 위해 위서를 하여 돈을 빌리게 되고, 그 ..

정부 지원 중단에도 불구, 다시 피어난 여성인권영화제

해마다 열리는 크고 작은 영화제를 모두 합치면 100개가 훌쩍 넘는다는 사실을 아는가? 하지만 주목받는 영화제는 아주 소수에 불과하다. 오늘, 매우 생경하게 느껴질 지도 모르는 영화제 하나를 소개하려 한다. 바로 여성인권영화제이다. 국내에 3개뿐인 여성 관련 영화제 중에서 인권과 연결되어 있는 것으로는 유일하다. 여성과 인권, 선명한 단어 두 개가 결합된 이 영화제는 어느덧 4살이 되었다. 한국여성의전화 정책국장 란희를 만나 여성인권영화제가 무엇인지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그녀는 영화제를 ‘피움’이라고 불렀다. 피움=FIWOM=FIlm festival for WOMen's rights. 왠지 무언가를 피워내는 두근두근한 느낌이 들었다. 예쁘고 다정한 이름과는 달리 피움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보다 깊이 ..

지하철에서 화장하는 여자를 왜 비난하는가

얼마 전 ‘네이트 판’에 올라온 글 하나가 화제가 되었다. 지하철에서 화장을 하던 도중 아줌마에게 “길에서 화장을 하는 것은 몸 파는 년이나 하는 짓”이라는 소리를 들어 황당했다는 글이었다. 그 글을 본 대다수의 반응은 분명 아줌마가 심한 말을 했지만, 지하철에서 화장한 여자도 잘한 것 없다는 반응이었다. 또 다른 사람들은 지하철에서 화장을 하는 행위가 왜 올바르지 않은 행위인지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사람들이 화장이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례로 제시한 것들은 다음과 같다. 좁은 공간에서 화장품의 향은 급속도로 퍼진다는 것, 분가루가 묻을 수 있다는 것, 파우더의 경우 천식환자를 해할 수 있다는 점. 하지만 이들에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보기에 싫다”는 것이다. 보기에 싫다는 것은 주관적인..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남자 대학생들을 만나다

여성주의라는 단어로 번역되곤 하는 페미니즘은 과연, 정말 우리가 생각하는 것 그대로 ‘여성’만을 위한 학문인가? 대다수의 남성들은 ‘꼴페미’ 운운하면서 마초적 남성성을 거부하고 여성의 권리를 증진시키려는 운동 정도로 여성주의를 이해한다. 하지만 이러한 대세에도 불구하고, 진지하게 여성주의를 공부하고 실천하는 남자 대학생들이 있다. 대체 이들에게 ‘여성주의’란 어떤 의미일까. 어느 더웠던 날 이른 아침, 서울대입구역 주변의 한 카페에서 김정석(서울대 정치학·06학번) 씨와 정수환(서울대 경제학·08학번) 씨를 만났다. 페미니즘을 공부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김정석 : 사실 처음부터 페미니즘을 공부하거나 접해 보아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에요. 아무래도 대학생활을 하다 보니까 반 분위기 덕에 처음 접할 ..

그림과 여자, 예술 속의 여성 이미지

얼마 전,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엄빠주의](엄마아빠 주의라는 뜻으로 보통 19금 자료를 미리 알리는 용도로 쓰인다.) 라는 말머리를 달고 있는 한 게시물을 보았다. 메신저를 통해 친구들에게 네이버에 ‘세상의 기원’이라는 단어로 검색해 보라고 이야기 하고, 그 반응들을 갈무리해놓은 게시물이었다. 언뜻 보기에 너무나 평범해 보이는 ‘세상의 기원’이라는 단어를 잽싸게 네이버에 검색했을 때 나온 것은, 쿠르베의 이었다. 좌측 : 쿠르베의 , 우측 : 쿠르베의 이 그림은 매우 해석이 분분하다. 쿠르베가 정교하고 섬세한 표현으로 사실주의를 완성하는데 이러한 파격적인 소재가 효과적이었다는 의견도 있고, 어떠한 사람들은 이 작품을 남성의 감상을 위해 그려진 ‘보여지기 위한 여체’로 해석을 하기도 한다. 후자는 명백한..

여성 신체의 색깔에 대한 남성들의 편견, 잘못됐다

나는 여자들보다 남자들과 더 잘 어울려 다니는 편이다. 내 성격이 세심하지 못한 탓에, 덜 예민한 남자 아이들이 더 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자친구들과 지내면서 여자로서 불쾌한 편견이나 사고를 드러내는 대화의 중간에 끼게 될 때면, 좋은 사이는 어디로 가고 다른 성별의 벽을 실감하게 된다. 그런 때가 많아 앞으로도 이야기할 기회가 있겠지만, 오늘 이야기 해볼 주제는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의 ‘색’에 대한 남자들의 편견이다. 여기까지 읽었을 때, 남자라면 아마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건지 눈치 챌 것이고, 여자라면 아는 이도 모르는 이도 있을 것이다. 여자에게 이런 가설이 생소한 것은 여자로 태어나 다른 여자들과 자신의 몸을 너무나 잘 알기에 생각해 보기 힘든 황당한 가설이기 때문이다. “여자들의 유두와 ..

제3세계 여성 사진 앞에서 걸음을 멈추다

작년 이맘때쯤 들었던 수업에서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대학생일 때에는 자기만의 경험을 많이 쌓으세요. 무조건 많이 듣고 보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기도 하고요.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나중에 분명 양분이 되고 자신의 자산이 될 겁니다.” 그 말씀을 들은 건 2009년의 일이었지만 나는 그전부터 조금씩 그렇게 살려고 애썼던 것 같다. 규율처럼 이미 정해진 빡빡한 고등학교 생활과 달리 여유시간을 만들 수도 있고, 또 접할 수 있는 문화의 범위도 깊이도 넓어진 풍요로운 시기에- 널려 있는 다양한 문화생산물을 낚지 못하는 것은 바보짓이라고 생각했다. 학교에서 하는 강연만 찾아 들어도 한 해에 명사를 족히 12명은 만날 것이다. 또 자체 갤러리나 문화 센터를 보유하고 있는 학교의 경우 학생들이 누릴 ..

20대의 성과 연애, 진심을 말해봐!

최근 20대들 사이에서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Hot한 TV프로그램 중의 하나는 단연 '연애불변의법칙'(이하 연불)이다. 2008년 '커플브레이킹' 컨셉으로 새롭게 단장한 연불은 유사한 컨셉의 '연애불변의법칙7 : 나쁜 남자'로 이어지면서 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연불이 이렇게 흥행하고 있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선정성' 덕분이다. 작업녀가 '나쁜 남자'를 꼬셔 서슴 없이 스킨십을 감행해 '바람을 피게' 만들고, '원나잇 스탠드' 직전까지 이르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선정성이 더욱 화제를 낳고 있는 것은, 연불의 컨셉이 '현실'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불이 보여주고 있는 원나잇스탠드나 클럽, 나이트 문화 등은 실제 20대들이 즐기고 있는 문화이기도 하다. 그래서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