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http://cfs6.tistory.com/image/3/tistory/2008/04/05/11/47/47f6e83fa4ae4



 나는 여유롭게 숲을 거니는 것을 꽤 좋아한다. 그 청량한 공기에 흠뻑 취하는 기분이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상쾌하기 때문이다. 부드러운 흙을 밟는 것, 새파란 하늘을 바라보는 것, 물결이 아름다운 바다에 빠지는 것, 따사로운 봄바람을 맞으며 여기저기를 활보하는 것 또한 좋아한다. 어쩌면 별로 특별하지도 딱히 멋지지도 않은 일일 수 있지만, 있는 그대로의 자연과 함께 어우러지는 경험은 일상에 지친 내게 소박한 행복감을 선물한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이런 작은 기쁨마저 추억 속의 낭만이 될까봐 두려움이 앞선다. 발 딛고 사는 지구가 더 이상 건강하고 아름다운 초록별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분별한 개발과 성장 이후 숨 돌릴 틈이 생기고 나서야, 우리들은 환경오염에 대한 담론을 내 놓기 시작했다. 환경오염을 줄이고 지구를 가꾸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는 합의는 충분히 이루어졌지만,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는 쪽을 겨우 면하는 정도다. 환경오염은 그 갈래도 참 다양해서 어느 것 하나 소홀하게 생각할 것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만물의 어머니라고 일컫는 땅은 무분별한 농약과 제초제 등 각종 약제들 때문에 신음하고 있다. 맑고 푸르른 바다도 안전하지 않아서 항상 유출될 지도 모르는 검은 기름을 걱정해야 하며,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대기도 꾸준히 오염되어 깨끗한 공기를 마시는 기쁨을 선물하지 못하고 있다. 석유, 석탄은 발견된 후부터 산업화에 큰 기여를 했지만 동시에 지구 온난화라는 부작용도 낳았다. 모든 것이 풍요로워진 현대 사회의 발전상을 보여주듯 무수히 많은 물건들이 세상에 태어났고, 덕분에 처리해야 할 쓰레기의 양도 어마어마하게 늘어났다. 이외에도 유전자 조작 문제, 환경 호르몬 등 현재 우리를 괴롭히는 환경오염의 가짓수는 줄지 않고 계속 느는 추세다.




※ 출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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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는 사용하는 곳이 아니라 말 그대로 환경이고 삶을 일구어 나가는 터전이다. 동시에 미래의 후손들에게 물려 줄 공간이기도 하다. 자연의 위대함 앞에 겸손했던 사람들은 머리가 깨이는 혁명을 겪고 난 이후, 자연을 ‘이용 가능한 자원’으로 생각했다. 그 결과 지구는 몹시 병들었고 현재의 지구인들은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고 있다. 우리나라만 해도 환경오염으로 인한 이상 기후가 계속 해서 나타났고, 특색이 뚜렷했던 사계절의 특징도 상당히 약화되었다. 봄과 가을은 눈 깜짝할 새 지나가 꽃놀이의 낭만을 즐기기엔 모자란 작은 틈만을 허용할 따름이다. 이웃나라에서 건너온 황사의 피해 정도도 상당한 편이다.


 예전에는 가능했던 것들이 지금은 그저 꿈같은 일로 변했다. 비 오는 날 들뜬 걸음으로 거리를 활보하며 시원한 빗줄기를 맞는 장면, 맑은 시냇물에 풍덩 뛰어드는 장면, 운동 후 마른 목을 축이려 운동장의 수돗물을 먹는 장면, 있는 그대로 따사로운 햇빛을 받는 장면 등 실제로 있었던 수많은 일들이 상상으로만 가능한 낭만이 되었다. 마음만 먹으면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랬다가는 ‘무모하다’는 반응과 함께 주위의 우려 섞인 시선을 받을지도 모른다.


 지나치게 오래된 일이라고 생각하는가? 본격적인 산업화가 일어나기 전 불과 몇 십 년 전 에는 얼마든지 가능했던 일이다. 지구별 거주자로서 살아가는 터전을 소홀히 여기다 보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일상이 아련한 낭만이 되었다. 비단 예전뿐만이 아니라 지금도 우리는 급속도로 변하는 환경을 체감하고 있다. 때로는 나른하게까지 느껴지는 따뜻한 햇살이 가득하리라 믿었던 4월은 기대를 저버렸다. 올해에는 특히나 이상저온 현상을 보였고 그마저도 변화무쌍해 종잡기 어려웠다. 궂은 날씨 때문에 개화 시기도 늦어졌고, 그 때문에 봄꽃 축제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아쉬운 마음을 달래야 했다. 이런 사례들이 늘어나다 보면 우리는 또 다시 수많은 환경의 축복을 낭만의 한 페이지로 간직하는 일을 되풀이하게 될 것이다.




※ 출처 : http://www.daejonilbo.com/admin/news/news_photo/oImg/2008/11/25/2008112618789634.jpg



 대부분의 사람들이 삶을 펼치는 공간인 지구를 보살펴야 한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지만, 막상 실천으로 옮기지는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환경오염을 방지하려는 노력을 한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안심할 수는 없다. 무심코 하는 몇몇 행동들이 지구를 더 아프게 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고, 생활 속 작은 실천을 해 나가는 ‘개인의 노력’도 필요하다. 자연은 얼마든지 소모되어 수명을 다할 수 있다. 자연은 언제나 아낌없이 준다는 오만한 믿음은 지금 아무 생각 없이 향유하고 있는 작은 즐거움을 빼앗아 갈지도 모른다. 빼어난 풍경을 보고 아름답다고 표현하고, 바람과 물과 땅과 햇빛을 느끼는 것이 한 조각 낭만이 되지 않게 다 같이 애써야 한다. 초록별 지구의 운명은 우리가 아끼고 보살피는 정성에 달려 있다. ‘적어도 21세기까지만 해도 지구는 참 살만한 곳이었지.’라는 과거형 문장이 성립하지 않게 되길, 더불어 지구가 빛바랜 추억으로 기억되는 낭만의 공간이 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