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꽃이 흐드러지게 핀 4월의 봄날, 눈부시게 하얀 꽃만큼이나 낭만적인 이야기가 여기 있다. 안정적인 직장과 부족하지 않은 연봉에 주5일제, 게다가 칼 퇴근까지 가능한 꿈의 직장(?)을 그만두고 예쁜 커피숍 사장되기. 이 낭만의 드라마를 실행에 옮긴 사람이 있다. 숙명여대 앞에 자리한 카페 ‘청파맨션’의 사장님 김경호씨(38)이다. 문을 연지 채 1년이 되지 않은 카페의 신입 사장님이 말하는 낭만적 일자리에 대해 들어보았다.

 

고함20) 고함20 독자들에게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김경호) 저는 지금 개업한지 반년정도 되는 카페의 초보 사장이자 결혼한 지 일년 정도 된 초보 남편, 그리고 아빠가 된지 60일이 조금 넘은 초보 아빠 김경호입니다.

우선 아빠 되신 것 정말 축하드립니다. 초보 카페 사장이시기 전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인터넷관련 업체에서 콘텐츠 기획 일을 10여년 정도 했어요. 그리고 한 일 년 정도는 직장생활과 함께 DIY쇼핑몰을 운영하기도 했구요.

전혀 다른 분야에서 일하셨군요. 당시에도 카페를 할 계획이 있었나요?

그런 건 아니었어요. 하지만 저의 놀이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또 DIY가 취미라 이걸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구요. 그래서 DIY공간과 카페를 결합시켜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이르렀죠.

그래도 멀쩡히(?)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꼬박꼬박 들어오던 월급을 포기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그렇죠. 직장생활에는 경력도 있고 능력도 인정받은 상태니까요. 게다가 말단 사원이 아니다보니 여가시간도 많고 굳이 그만둘 만큼 힘든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에요. 하지만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그렇거든요. 입사 일 년 정도까지는 즐겁고 신나지만 어느 정도 지나면 회사생활의 한계를 많이 느끼죠. 게다가 직장생활을 10년 정도 하다 보니 임원이 되지 않는 이상 회사에 남아있기가 쉬운 일이 아니구요. 그렇다고 회사에 모든 걸 바쳐서(?) 아등바등 살고 싶지도 않았어요. 그래서 뭔가 내 일을 하고 싶었죠. 회사생활이 내가 100을 열심히 한다고 모두가 나에게 돌아오는 게 아니잖아요.

카페를 경영하고 싶다는 꿈에 대해 주위의 반응은 어땠나요. 허세라고 생각하는 시선도 있잖아요.

모두 다 말렸어요^ ^. 장사 하는 거 쉬운 일 아니다, 그에 비하면 직장생활이 얼마나 편한 줄 아느냐. 연봉도 좋고 안정됐는데 왜 고생을 사서 하려고 하느냐. 다들 그랬어요.

사서 고생하는 것 혹은 꿈을 현실에서 실현한 것의 진짜 모습은 어떻던가요. 운영하기 전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들이나.

전 자신이 있었거든요. 일하면서 지금까지 많은 프로젝트들을 기획해 왔고, 또 그에 바탕해서 사업계획서도 충실히 작성했구요. 그런데 어느 책에서 보니 이런 말이 있어요. “창업을 하게 되면 비용은 예상한 액수의 2배가 든다, 어느 정도 운영 궤도에 올려놓는 시간은 예상한 것 보다 3배의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지금 보니 그 말이 맞는 것 같더라 구요. 예상 보다 많은 돈과 시간이 들었어요. 생각보다 더디게 성장하고 있는 셈이죠. 처음에는 약간 실망 했는데요 지금은 계획을 수정해 가면서 기다리고 있어요. 잘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카페를 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휴일이 없어요. 직장 생활할 때는 주5일제에 여섯시 이후면 모두 여가시간으로 썼거든요. 지금은 직원들은 1주일에 한번은 쉬지만 저는 그동안 한 번도 제대로 쉬지 못했어요. 그래도 이제 일주일에 하루는 쉴 예정이에요. 몸도 힘들지만 얼마 전에 아기가 태어났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 얘기 좀 해주세요.

회사를 다니던 자매손님들이에요. 두 자매가 매일 왔어요. 처음엔 저도 첫 카페 운영이다 보니 단골손님이란 개념도 없어서 그냥 자주 오시는구나 생각했죠. 항상 새 메뉴에 대해서 평가 해주시고 응원 해주시고, 심지어 케익도 사다주실 정도였어요. 그렇게 조금씩 친해지다 이분들이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꿈을 찾게 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멘토, 멘티 같은 존재가 되었어요. 서로의 고민거리에 대해 진심으로 걱정하고 응원해주는 사이가 되었죠. 이제는 정말 친동생처럼 느껴지구요. 서로가 서로에게 팬이 되었어요. 참, 엽서를 써 주신 적이 있는데요. 그 엽서에 너무 감동해서 카페하기 참 잘했구나 싶었어요. 지금 집 냉장고에 붙어 있답니다.

카페 경영이 꿈인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일단 말리고 싶은데요^^. 일을 안 해도 지장이 없을 정도로 넉넉한 형편이 아니라면 취미처럼 카페를 할 수는 없겠죠. 그럼 낭만이라는 말은 지워야 해요. 밥벌이에 낭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정말 해보고 싶다면 최소한 카페에서 6개월 이상 일해보고 결정하길 바래요.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느낄 겁니다. (다른 직업에 비해 카페 사장님을 꿈꾸는 사람들은 사람들과의 소통을 꿈꾸고 하는 게 아닐까요?) 그게 멋 부리려고 하고 싶은 게 아닌지 진지하게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현실은 드라마가 아니잖아요. 이게 마치 자전거 타기 같아요. 내가 손님들을 위해 새로운 메뉴를 고민하고 정성을 쏟는 일을 계속하지 않으면 손님들은 찾지 않거든요. 자전거 탈 때 페달 밟기를 쉬면 넘어지는 것 처럼요. 그래도 하고 싶다면 인내심과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준비하길 바랍니다. 그리고 카페를 하면서 작은 행복을 찾아야죠.

지금의 꿈과 목표는요?

겨울부터는 손님들과 DIY를 하는 시간을 가질 거에요. 직접 야외에서 테이블도 만들고 선반도 만들고,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요? 참, 카페에 의상, 공예, 디자인 작품 등등을 전시할 계획도 있어요. 커피를 직접 로스팅해서 진짜 우리만의 커피를 선보이고 싶기도 해요. 제 경력을 살려서 온라인 쇼핑몰로 커피 관련 상품을 파는 것도 어떨까 생각해 보고 있구요. 얼른 키워서 2호점, 3호점도 낼 생각만 하면 기분이 너무 좋아요.

하지만 가장 기대되는 계획은 청파맨션이 손님들 간의 네트워크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거에요. 카페의 모토가 “커피향 가득한 나의 두 번째 집”이에요. 손님들이 꼭 뭔가를 마시러 오지 않더라도 부담 없이 드나들어 쉬었다 갈 수 있는 곳이었으면 하거든요. 그래서 카페 이름도 청파 ‘맨션’인거구요. 그렇게 집처럼 편안하게 느끼고 또 오고가는 손님들끼리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게 요즘 저의 낭만이랍니다. 젊은 친구들이 너무 혼자서만 살아가려고 하는 것 같아 안타깝거든요. 그때는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다양한 생각도 접하면서 자기를 키워갈 때 인데 말이죠. 그래서 개업 1주년이 되는 오는 10월 15일에 야외파티를 계획 중 이에요. 꼭 놀러오세요!






그는 생업이 되는 모든 일에 낭만은 없다고 했다. 낭만은 책에서나 있는 단어라며.

매일 손이 부르트고 수면부족에 시달린다. 직원들이 퇴근한 후에도 청소에 가게 정리까지 하고 나면 자정을 넘기는 것이 보통이다. 백일도 채 안 된 딸의 얼굴이 보고 싶을 때에는 핸드폰의 액정화면으로 대신해야 한다. 하지만 손님들의 멘토가 되어서 고민을 함께 나누고 새로운 메뉴를 칭찬하는 손님들의 응원에 에너지를 얻는다고 하던 그의 얼굴은 커피프린스의 공유만큼이나 충분히 낭만적이었다. 손님들이 단골이 되면서 내가 만든 공간에서 끈끈한 소통을 하는 시간들 모두가 현실에서 실현할 수 있는 진짜 낭만이 아닐까. 앞으로의 꿈을 이야기하는 그의 소년 같은 수줍음과 상기된 표정에서 지금도 푸른빛 낭만을 품고 산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사장님에게 20대는 어떤 의미 였나요?)

제게 20대는 잃어버린 20대였어요. 20대 초반에 갑자기 집이 망했거든요^^. 아, 정말이에요. 저 가방 딱 두 개들고 친구 집에 얹혀살아야 했을 정도였어요. 아르바이트만 해가며 힘들게 졸업했죠. 그래서인지 이제는 겁나는 게 없어요.

(그럼 요즘 젊은이들을 보면 조금 아쉬운 부분도 있으시겠어요.)

이런 얘기도 해도 되나요? 하하. 네, 사실 그래요. 20대를 보면 처음부터 좋은 것, 보기 번듯한 것만 찾고, 많이 지쳐있는 것 같기도 해요. 처음부터 멋있는 것 하기는 너무 어렵거든요. 참을성을 갖고 작은 곳에서부터 차근차근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실망은 좀 미뤄두고 힘들어도 끈기 있게 노력하는 모습이 아쉽네요.

젊잖아요. 하고 싶어 하는 것에 진취적으로 도전하는 20대, 그게 20대의 진짜 낭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