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의 혁명성은 모든 유저가 하나의 ‘정보매체’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주류 언론이 잡아내지 못하는 정보를 개인이나, <고함20>과 같은 대안매체가 생산과 동시에 다수의 사람들에게 전파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가 SNS다. 2000년 초중반에 커뮤니티 게시판을 중심으로 정보가 공유될 때와 비교하면 훨씬 빠르거니와, 포털이 제공하는 뉴스시스템에서도 벗어나 있기 때문에 성역을 깬 정보 전달이 가능하다.

SNS의 기능은 두 공영방송사가 전부 공정보도를 하지 못하는 지금과 같은 시기에 더욱 강력해 진다. ‘해방구’로써의 기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크레인 위에 올라갔던 김진숙씨를 생각해보자. 그는 너무 높은 곳에 홀로 있어서 육성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기는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트위터는 그의 목소리를 고스란히 담아내주었고, 그것은 희망버스와, 한진중공업 해고자 복직이라는 놀라운 일을 만들어냈다. 그 밖에 홍대 청소노동자 파업, 명동 재개발 구역의 세입자 투쟁 등이 주류 언론이 아닌, 트위터로 알려진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SNS는 정보 권력이 없는 약자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서, 여론을 형성할 수 있게 한다.


이렇듯 노동자들의 투쟁소식이나, 사회적 약자들의 호소가 SNS상에서 지지를 얻게 될 경우, SNS친화적인 20-40 세대들은 상당히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들이 진보세력을 지지하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이런 부조리한 상황에 대한 책임이 있는 현 정부에 대한 반감은 증가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런 반문이 들어올 수 있다. SNS가 그렇게 영향력이 크다면 왜 이번 선거는 완벽하게 새누리당의 승리로 끝난 것인가?

그 이유는 SNS가 지역민심이나 지역현안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에서 비롯된다. 중앙정치 이슈나,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사회문제에는 트위터 상의 다수가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파괴력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특수성을 가진 지역의 문제는 다수가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논의되기 힘들며, 지역일꾼을 뽑는다는 의미가 있는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SNS 여론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다. 반면 수도권은 9호선 문제만 보더라도 지역의 문제가 사실상 국가적인 문제로 대두되며, 실제로 중앙정치의 영향력이 상당히 미치는 곳이기 때문에 SNS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선거 전 <고함20>이 서울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총선여론조사에서 ‘20대들의 투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무엇인가’라고 물어보니 ‘SNS’라고 응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야권이 수도권에서는 비교적 선전했으나 지방에서 참패한 것은 어느 정도 SNS의 영향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총선과 달리 대선에서는, 대통령 한 명만을 뽑는다. 중앙정치에 관한 이슈가 빠르게 퍼져나가는 SNS의 특성상, 영향력이 극대화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SNS를 통해서 새롭고, 시의성 있는 정보가 터져 나온다면, SNS가 주류언론을 넘어서 대선정국의 여론을 주도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은 SNS가 ‘게토’가 아닌 ‘해방구’ 역할을 할 때의 이야기다.

지금 SNS는 서서히 ‘게토화’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약자들의 해방구가 아니라, 과대대표된 정치·이념꾼들의 싸움터, 그들만의 리그가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 팬덤들은 음모론을 만들거나, 이분법적인 논리를 구사하지만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내진 못한다. 김용민 후보가 ‘막말 파문’에 대해 사과를 했는데도, 오히려 김용민 팬덤이 “김용민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태도를 트위터 상에서 드러낸 것은 SNS가 ‘게토화’ 되는 경향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SNS가 단순히 비슷한 정치세력끼리 결속력을 다지고 안온감을 느끼는 기능을 한다면, SNS는 아무런 힘을 발휘할 수 없다. SNS가 사회를 변화시킬만한 에너지를 갖게 되는 것은, SNS가 해방구의 역할을 할 수 있을 때다. 지금 SNS는 ‘게토’와 ‘해방구’, 그 갈림길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