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중음악, 그중에서도 록 음악은 금기를 깨부수려고 시도하며, 사회의 부조리에 저항하려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대변했다. 68년도 베트남전 당시에 반전열풍을 타고 ‘우드스탁’이 열린 것이나, 77년도 영국의 IMF 구제금융 시기에 체제전복적인 펑크 음악이 유행했던 것도 록 음악의 특징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록 뮤지션들은 사회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주류 체제에 순응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 억압되어있던 젊은이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어 나갔다. 그런 점에서 보면 마돈나나 그의 뒤를 잇는 레이디가가나 그들이 하는 음악은 ‘록’이 아니지만, 태도 면에서는 ‘록커’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기성세대나 보수세력에게는 노골적으로 주류 체제에 대한 반감을 표현하는 록 뮤지션들이 눈엣가시였다. 특히 ‘기독교’가 사회의 주류 문화로 공고하게 자리 잡고 있는 미국에서는 보수적인 기독교세력과 록 뮤지션들이 대립각을 세울 수 밖에 없었다.

비틀즈, 레드제플린 등은 그들의 음악을 거꾸로 돌리면 음란하고 폭력적인 메시지가 들린다는 ‘백워드매스킹’ 논란에 시달렸으며, 기독교세력은 그들에게 ‘악마주의자’라는 표식까지 붙였다. 헤비메탈 뮤지션에 대한 공격은 더욱 심했다. 주다스 프리스트는 그들의 곡이 자살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자살한 학생의 유가족에게 고소까지 당했다. 주다스 프리스트의 'Better By You, Better Than Me'를 거꾸로 돌리면 'do it'이라는 메시지가 나온다며, 그것이 자살을 부추기는 ‘잠재적 메시지’라는 것이 유가족측의 주장이었다. 오지오스본도 이와 마찬가지로 그들의 곡 suicide soulution이 아들의 자살을 유도했다고 주장하는 학부모에게 고소를 당한다. 그러나 법정에서는 주다스 프리스트와 오지오스본의 혐의를 입증할 수 없었고, 그들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비슷한 경우로 ‘볼링 포 컬럼바인’ 사건의 가해자가 마릴린 맨슨의 음악을 즐겨 들었다는 이유로 마릴린 맨슨이 여론의 뭇매를 맡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다를 바가 없다.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은 서태지의 ‘교실이데아’를 거꾸로 돌리면 ‘피가 모자라’는 가사가 나오고 최근에는 'Gee'를 거꾸로 돌리면 음란한 소리가 나온다며 ‘백워드매스킹’ 논란을 부추긴다. 그들은 서태지 백워드매스킹 논란 당시 서태지를 ‘악마’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런 집단이 레이디 가가의 공연을 반대하는 것이 크게 놀라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들에게 레이디 가가 공연은 ‘한 건 제대로 잡은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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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레이디가가의 공연이 외설적이고, 자살과 폭력을 조장하고, 사회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하는 (동성애는 ‘그들에게만’ 죄악이므로 언급하지 않겠다.) 그들의 주장은 반박할 가치조자 없어 보인다. 중학교 때부터 위에 언급된 헤비메탈 밴드의 음악들을 듣고 자랐고, 사타니즘적 요소까지 들어있는 데스,블랙 메탈까지 꾸준히 들어왔던 나는 그들의 주장에 의하면 사회 부적응자나 정신병자 또는 폭력사범이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나는 학교도 잘 다니고 군대도 잘 다녀왔고, 심지어 군대에서는 파리바게뜨 빵을 준다는 것에 정신이 팔려 일요일마다 교회에 가 찬송가를 부르기도 했다. 이 얼마나 올바른 청년으로 성장했단 말인가!

실제로 록 음악을 듣거나, 록밴드 공연을 보는 것과 자살률, 범죄율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과학적으로 분석한 자료는 없다. 그러나 이렇듯 과학적 근거조차 결여되어 있는 그들의 주장이 기독교인들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상당히 무서운 일이다. 그들은 레이디가가의 퍼포먼스를 단순히 음란하고 폭력적인 행위로 격하시키는 것은 물론, ‘레이디가가의 음악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자’는 말을 하며 보수적인 학부모들의 위기감을 부추기고 있다. 그들의 가치에 맞지 않는 행동들을 교묘하게 ‘억압’해 나가려는 움직임 중 하나다.

자신들의 생각과 맞지 않는 사람을 ‘악마’라고 몰아세우는 그들이 ‘인권’, ‘문화 다양성’등을 존중할 리가 만무하다. 단순히 그들의 행동을 ‘신앙’ 때문이라고 넘어가서는 곤란하다. 그들의 행동은 ‘다른 것이 아니라, 틀린 것’이라며 차이를 부정하고, 다양성을 거부하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나아가 그들은 차별을 정당화하며, 개인의 표현과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려 든다. 이것은 개인의 ‘자유’를 ‘신’의 이름을 빌려 빼앗으려는 무서운 행태다.

한국이 자살률 1위의 불행한 국가가 된 것은, 레이디가가나 폭력적인 대중문화 때문이 아니라, 개인을 통제하고 억압하는 사회적 구조의 영향이 크다. 그리고 그 구조를 공고하게 유지하는데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레이디가가보다 더욱 사회에 해악을 미치는 것은 그들이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와 자유의지마저 억압하는 그들이 더욱 폭력적인 사회 구조를 재생산 해낸다. 이제는 시민들이 ‘레이디가가 공연을 반대하는’ 그들에게 반대할 차례다. 자유를 억압하려는 그들의 모든 행동들에 대하여 저항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