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세상 이야기를 해보자. ‘일부’ 기독교들의 레이디 가가 ‘비난’은 인간 세상을 벗어난다. 하늘의 논리는 하늘의 것이다. 신성불가침의 성경과 신의 말씀을 두고 사람이 얘기할 공간은 없다. ‘일부’ 기독교도의 레이디 가가 비판은 접어두자는 이야기다.

인간의 맞수는 인간이므로 논의해야 할 대상은 영상물등급위원회가 되겠다. 그들은 가가의 콘서트를 청소년에게 유해한 ‘그 무엇’이라고 판정했다. 그리고 이 판정은 인간 세상에 불씨를 불러오는 데도 일조했다.

만약,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이 없었다면 ‘일부’ 기독교인들의 하늘의 논리가 인간 세상에서 이렇게 주목받을 수 있었을까. 인터넷에서 레이디 가가의 공연을 두고 얼마나 논쟁이 벌어졌는가. 일부 시민단체가 지지했지만, 기독교 단체 이외에 반대시위에 동참한 사람은 또 얼마나 있는가.

그러므로 영상물등급위원회, 더욱 구체적으로 그들의 판정에 대해 살펴봐야 하겠다. 도대체 왜 가가의 콘서트는 청소년에게 유해물이 되었을까.
 

김태호 PD가 인증한 레이디 가가 공연 입장 팔찌, '18 above'라는 글씨가 이 공연이 미성년자 관람 불가라는 것을 보여준다.

 



영상물등급위원회가 밝힌 근거는 의외로 간단하다. 공연 주최 측이 제출한 리스트 16곡 중 한곡인 ‘저스트 댄스’가 여성가족부로부터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됐기 때문.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저스트 댄스’에 술과 담배와 같은 특정 단어 들이 포함됐기에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했다.

파격, 엽기와는 거리가 멀다. 싱겁다 못해 허무하다. 다시 한 번 정리해보자면, 리스트 중 ‘단 한곡’ 그리고 일상에서 수도 없이 접하는 술과 담배라는 단어로 청소년들의 권리는 박탈됐다. 상식있고 교양있는 대한민국 사람들, 황당할 법하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과거를 잠깐 살펴보자.

2009년 공연 당시 공연리스트에는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된 ‘포커페이스’(사행성과 선정성 덕분에)도 포함됐다. 그러나 결과는 청소년 관람가. 아, 이제는 갈 길을 잃었다. 유해매체곡 선정 기준 자체의 어이없음을 떠나, 그 ‘황당한 기준’의 ‘적용 기준’도 널뛰기를 하니 대중은 갈 길을 잃고 말았다.

신의 말씀은 그 자체가 주장이자 근거이지만 인간 세상은 주장이 있다면 근거가 있어야 한다. 논리는 엄정해야 하고 기준은 명확해야 한다. 그게 인간 세상의 상식이다. 물론, 예술의 분야는 다르다. 감정의 세계에서 엄정함과 명확함이 무슨 소용이랴.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예술을 다룬다. 그래서 그들은 엄정함과 명확함이 싫었는지 모르겠다. 급기야 그들은 논리의 영역을 넘어 감정의 세계로 나아갔다. 영상물 등급 위원회의 ‘청소년 유해 등급’ 판정이 사람들로 하여금 웃음과 행복을 유발하는 예술작품이 되었으니 말이다.

혹여 예술작품이라 부르기에 레이디 가가의 사례로 부족하다면 ‘러비더비’ 사례도 준비되어있다.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 규정을 참고하는 청소년 보호 위원회는 지난 3월 30일, 10대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티아라의 ‘러비더비’의 뮤직비디오마저 폭력과 유해약물이 등장한다는 이유로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판정했다. 이 정도 해학이라면 충분하다.

웃자고 하는 이야기에 죽자고 달려들면 안 된다. 레이디 가가 공연의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보고 한국 사회는 크게 분노하지 않았다. 한국 사람들은 알고 있었으리라. 정부의 행동이 얼마나 우스운지. 그래서 찝찝하지만 고마워해야겠다. 국민을 못 따라오는 정부 덕분에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도 웃음이 터져 나오지 않는가. 재미는 정말 이렇게 우연하게 찾아와야 제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