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코스프레 문화 중 최악은 단연 ‘일코’(일반인 코스프레)다. ‘일코’는 자신이 무선의 팬이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지칭하는 말이다. ‘일코’가 최악인 이유는 취향으로 일정 집단을 평가하고 배척하는 것이 일반적인 사회, 그리고 이러한 시선에 눈치 보며 살아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미야자키 츠토무의 비디오, 그리고 사령카페 
  우리가 취향을 져버리고 ‘일코’로 뛰어드는데는 두 가지 생각의 오류가 자리하고 있다. 하나는 ‘같은 취향을 공유하는 사람은 비슷할 것’이라는 도식적 편견이고, 다른 하나는 사건의 원인을 가시적인 것에서 찾고자 하는 인과의 오류다. 그 중에서도 인과의 오류는 문화취향에 대한 편견이 자리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게임, 락밴드, 만화 이 세 가지는 모든 청소년 범죄의 근원이 된다. 경찰과 언론, 학부모들은 가해자들의 가정환경이나, 학교에서의 관계 등을 고찰하지 않는다. 세 가지 중 하나라도 걸리면, 그것이 바로 범죄의 원흉으로 지목된다. 컬럼바인 고교 총기 난사사건에서는 마릴린 맨슨, 미야자키 츠토무라는 유아연쇄살인범의 경우에는 그가 소장한 5763개의 비디오가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하지만 미야자키 츠토무가 손바닥에 기형을 가졌고 그 때문에 이지메를 당했다는 사실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 사회적 책임보다는 새로운 문화의 탓으로 돌리고 싶은 기성세대의 시선에 불과하다.

  신촌 살인사건에서, 서프라이즈의 에피소드로나 다뤄질 것 같은 ‘사령카페’라는 이름이 주는 화제성은 언론의 구미를 끌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조선족’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워 한차례 흥행의 맛을 본 언론들에게 오컬트 문화에 심취한 청소년이 저지른 살인사건이라는 소재는 얼마나 매력적인가. 게다가 관련자들은 사람들이 그토록 싫어하는 ‘코스프레’녀와 덕후들 아니던가. 하지만 살인을 저지른 이군과 윤군 중 흉기를 준비하고 살인한 윤군은 사령카페와 관련조차 없으며, ‘사령카페’라는 곳도 진지하게 유령을 믿는 곳이라기보다는, 분신사바를 해보고 핸드폰 배경화면에 사랑을 이루어준다는 행운 문구를 띄워 놓던 어린시절 장난의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다. ‘사령카페’ 혹은 일본 문화와 살인사건을 엮으려는 시도는 거의 신춘문예감이다.
 

덕후 예찬론

 
  ‘무엇을 좋아하는가?’, 즉 취향과 취미는 한 개인을 구성하는 데 중요한 요소이다. 일과가 끝나고 자유의 시간이 왔을 때 우리가 하는 것들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즐거운 일이다. 취미는 단순한 여가 이상으로 삶의 이유가 되며 개인의 자아를 구성한다. 하지만 취향에 등급을 매기고 평가하는 행위는 우리가 취향이 삭제된 보통의 사람으로써만 존재하게 한다. 자아의 중요한 부분인 ‘취향’이 삭제된 ‘일반인’과 ‘일코 덕후’들은 오늘도 상대방에게 무색무취의 매력을 느끼며 세상에서 가장 관심 없는 이야기들만을 나눈

 페리클레스는 추도 연설에서 민주주의의 가치를 역설하며, 아테네의 시민들은 “우리 이웃이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즐긴다 해서 그 사람에게 화를 내지 않으며, 감정을 상하게 할 수 있는 불쾌한 표정조차 내보이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민주주의의 기본은 사생활의 존중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덕후는 존경받아야 할 존재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즐길 줄 아는 진정한 ‘호모 루덴스’일뿐 아니라, 한 가지에 대한 집념으로 과학 기술과 문화 산업 발전의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이다. 부끄러워 할 것은 ‘덕후’가 아니라, 취미가 없는 ‘일반인’이다. 당장 ‘덕코’를 위해 뭘 좋아하는 척이라고 하는 것을 권장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