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다는 진단이 한국 사회를 떠돈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지속적으로 또 주기적으로 부동산 경기 침체가 언론에서 심각한 문제로 거론된 바 있다. 그렇기에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는 ‘집값 바닥론’이 그다지 낯설지가 않다. 주택 매매 수요가 줄어들어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고 버블이 꺼지려고 할 때마다 집값 바닥론은 마치 구원투수처럼 등장해 얼마간 매수 심리를 촉진하는 기제로 사용되곤 했다. 올 3월, 서종대 주택금융공사 사장이 직접 나서서 “지금보다 집값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거래량을 늘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의 발언을 다시 잘 정리해보면 이렇게 된다. “집값이 제일 낮을 때니, 지금 사 놓지 않으면 후회하십니다!” 누가 봐도 영업사원의 사탕발림 멘트 격이다.

실제로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로 집값 바닥론은 언론을 통해 지속적으로 확대 재생산 되어왔으나, 각종 통계치는 경제위기 극복 때의 반등 이후 집값은 지속적으로 제자리에 멈춰 있거나 떨어져왔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바닥론은 여러 차례 거론되었지만 한 번도 제대로 적중한 적이 없으며, 오히려 바닥론 이전보다 가격이 더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곤 했다. 이러한 메커니즘이 지금도 다시 반복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올해 초부터 다시 등장한 바닥론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의 주택 거래와 가격은 모두 하락세에 있다. 특히 5.10 부동산대책을 통해 강남3구 투기지역을 해제하고 분양권 전매제한, 양도세 중과세율을 완화하는 등 규제를 풀어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하려는 시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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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한국 경제 자체가 혼란에 빠지지 않고 완만한 하락세를 이어온 것도 노무현 정부 시절 만들어졌던 규제들을 대부분 풀어버리며 부동산 경기를 억지로 떠받들어 온 정책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들이 과거 일본, 미국에서 벌어졌던 부동산 버블을 제대로 꺼뜨리기 위한 정책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커다란 문제다. 오히려 필요한 규제들마저 완화하여 버블을 키워왔다는 비판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며, 특히 그 위험들이 ‘집값 바닥론’에 넘어가 무리하게 ‘내 집 장만’의 꿈을 실현한 가계에게 전가되는 ‘폭탄 돌리기’의 모양새를 띠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수많은 정부의 정책에도 불구하고 부양되지 않았던 부동산 경기가 쉽사리 살아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앞으로도 하락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근거는 충분하다. 일단 계속되는 공급 속에 여러 지역에서 미분량 물량이 축적되고 있다. 공급 과잉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공급 과잉시 가격이 하락한다는 것은 경제학의 기본 원리다. 주택시장이 꽤나 장기적인 텀으로 움직인다는 사실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0년대 초반 부동산 가격이 2배 가까이 폭등하기 전, 90년대 10년간은 주택가격에 거의 변화가 없었다. 아직 주택가격 하락세가 4년 정도밖에 지속되지 않은 일이니 주택가격 역사를 참고하면 최소 몇 년은 이 같은 추이가 더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 조형곤정책연구소



인구감소, 고령화, 1인 가구 증가, 주택에 대한 가치관 변화 등 시대적인 트렌드도 참고할 수 있다. 최근 전세와 매매가격이 좁혀졌는데도 매매수요가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이러한 변화를 반영한다. 그리고, 집값이 반등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가장 결정적인 근거다. 집값 바닥론이 횡행하고, 5.10 부동산대책이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19주째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집값 바닥론이 연일 신문에 보도되더라도 전혀 믿을 필요가 없다. 부동산 경기 침체는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상황에서 집값이 싸졌다는 이유만으로 무리하게 주택을 구입할 경우 대출로 인해 위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문에 나온 말이라고 해도 다시 한 번 걸러서 보는, 현명한 판단이 중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