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시키려면 대출규제를 풀어버리고 세금을 줄이는 등의 조치를 통해, 다시 거품을 만들어내는 수밖에 없다. 규제가 없으면 부동산 경기는 활성화될 것이고, 건설업계나 주택 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숨통이 트일 수가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너무 위험하다. 부동산 가격이 다시 오르고, 부가 부유층에게 집중되는 효과를 가져오게 되는 것은 그렇다 치자. 억지로 부양시킨 시장이니 거품이 꺼질 수밖에 없는데, 한국 경제가 부동산 거품이 꺼지는 국면을 감당해 낼 수 있냐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부동산 시장은 가망이 없어 보인다. 베이비붐세대가 경제주축이 된 지금도 아파트는 과잉공급 되고 있다. 앞으로는 수요가 더욱 줄어들 것인데, 부동산 가격이 오를 리가 만무하다. 또한 앞으로 집을 사게 될 20~30대는 비정규직화가 심해져서 지금의 부동산 가격을 감당할 수 없다. 서울에 사는 20~30대 중 자신의 부모들이 사는 집을, 취직 후 10년 안에 살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이를테면 부모와 함께 강남3구에서 살고 있던 젊은이가, 결혼 후 월급만 모아서 다시 강남에 있는 아파트를 사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이야기다.
기성세대들에게 ‘내 집 마련’이 꿈이었다면, 요즘 젊은이들은 ‘전세 마련’이 꿈이다. 앞으로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수요층이 될 세대가 집 사는 것을 엄두도 못 내고 있는데, 부동산 가격이 앞으로 더 오르겠다고 전망하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 소득평균에 비해 부동산 가격은 너무나 높다. 이미 거품이 낄 대로 낀 지금의 부동산 가격이 유지되는 것조차 신기할 정도다.
자본가들의 편에 서는 보수 신문, 심지어 경제신문에서도 앞으로의 부동산 시장을 회의적으로 진단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제 성장률도 저조하고,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데 어떻게 부동산 시장을 낙관적으로 전망할 수 있냐는 것이다. <조선일보>의 송희영 칼럼은 아예 ‘앞으로 부동산시장의 축제는 좁은 지역에서 나타나는 단막극에 머물 것이다.’고 규정했다.
부동산 침체를 걱정하는 국가와, 부동산 업자 또는 건설업체만이 ‘눈 가리고 아웅’하면서 부동산 가격이 바닥을 쳤다고 거짓말을 할 뿐이다. 그동안 부동산 시장은 대마불패 -큰 말은 죽지 않는다는 바둑 용어- 를 잘 보여주는 예였다. 그러나 믿었던 대마가 죽는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국가경제가 뒤흔들릴만한 파장을 가져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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