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학년도 1학기부터 시행되는 취업 후 등록금 상환제와 함께, 등록금 상한제도 대학 등록금 문제의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도입된다. 지난 18일 교육과학기술위원회는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공포하였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각 대학은 2011학년도 이후의 등록금 책정 시에, 등록금 심의위원회를 설치해야 하며 직전 3개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를 넘는 등록금 인상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등록금 상한제의 시행으로, 일단 대학들의 일방적인 과도한 등록금 책정은 막을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제도만으로 등록금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한다면 그것은 너무나도 ‘눈 가리고 아웅’이다. 이 시점에서 이미 예상 가능한 등록금 상한제의 문제에 대해 하나씩 짚어보도록 하자.


1. 등록금 상한제 시행, 그래도 등록금은 오른다.

말이 등록금 상한제이지, 제대로 그 뜻을 반영하여 제도의 이름을 만든다면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다. 등록금은 여전히 인상 가능하다. 그것도 무려 물가상승률의 1.5배나 되는 인상률을 적용 가능하다.

사실 우리나라의 등록금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2위를 달리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물가 수준과 소득 수준이 높은 ‘선진국’들마저 가뿐히 재낀 상태이다. 이미 등록금 수준 자체가 물가 수준에 비해 너무 높은데, 물가 수준보다 더 높은 인상률을 합법적으로 인정한다니! 게다가 이런 엉터리 법안으로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한다는 이미지를 심으려 하는 건 참 보기 불편하다.



(소비자물가지수는 통계청 참조, 물가상승률/3개년평균물가상승률은 직접 계산, *1.5는 등록금 인상률 상한치, 2000~2007년 평균등록금상승률은 논문 참조, 2008~2009년 평균등록금상승률은 대학정보공시 참조)


위 표를 보면 최근 10년간의 직전 3개년 평균 물가상승률은 3.17%로, 이를 통해 등록금 상한제가 공시하고 있는 상한 인상률을 구해보면 4.76%가 나온다. 10년간의 평균 등록금 인상률인 6.00%와 비교해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래도 일단 어느 정도 인상률을 낮췄으니 도움이 되긴 된다고 치자. 하지만 만약 각 대학들이 법의 범위 안에서 등록금을 최대한 올릴 수 있는 만큼 올린다면 등록금 액수는 과연 어떻게 될까?

등록금은 단리가 아니라 복리로 인상된다. 따라서 얼핏 보기에 그나마 낮아 보이는 4.76%의 인상률로 등록금이 인상된다고 해도, 10년 후엔 현재의 등록금의 1.6배, 15년 후엔 현재 등록금의 2배의 액수를 학생들이 부담하게 된다. 현재 연간 등록금 수준이 인문계열의 경우 700만원, 자연계열의 경우 900만원에 달하는 것을 생각해 보았을 때, 당장 10년 후엔 인문계열 1120만원, 자연계열 1440만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액수가 등록금으로 책정될 예정이다.

총학생회나 시민사회 등의 투쟁을 통해 등록금 인상률이 1.5배를 꽉 채우지 못한다고 해도 현실적인 인상률 4%를 대입해보아도, 10년 후엔 1.48배, 18년 후엔 2배로 등록금은 쭉쭉 불어난다.


2. 물가상승률은 소득 수준을 반영하는 개념 아냐

‘그래도 물가상승률을 생각한다면 등록금 상한제가 매우 효력이 있는 정책이 아닐까?’라는 질문 충분히 던질 수 있다. 그동안 대학생들이 ‘물가상승률을 훨씬 상회하는 등록금 인상률’을 비판해왔던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등록금 상한제로 만족하거나 이를 ‘감사한 정책’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더욱 위험한 이유는 바로 이 물가상승률이 등록금 상한의 기준이라는 것에 있다.

실제로 등록금의 과도한 인상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등록금을 부담해야 할 가계의 소득 수준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이미 등록금이 치솟아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물가상승률 수준과 비슷하게 등록금이 인상된다고 하더라도, 물가상승률이 반영된 실질소득의 상승률보다 등록금의 인상률이 클 경우 가계가 부담해야 하는 등록금의 부담은 실질적으로 매우 많이 커진다.



통계청 통계자료 참조


위의 표를 살펴보면 실제로 실질소득의 상승률은 매년 물가상승률과 비교했을 때 더욱 큰 수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심지어 물가상승률에 1.5배를 한 등록금 인상 상한선 기준은 명목소득 상승률과 비교해도 높은 경우가 발생한다.

더구나 매해 벌어지는 빈부 격차를 생각한다면, 실제로 등록금을 마련하기가 벅찬 서민 가구들의 등록금 부담이 얼마나 더 커지는지를 알 수 있다. (위 표에서 지니계수는 소득분배의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며, 수치가 1에 가까울수록 분배가 불평등한 상태를 나타낸다. 심리적인 한계 지니 계수가 0.4라는 사실이 연구되어 있다. 5분위배율은 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의 소득으로 나눈 수치로, 그 수치가 클수록 분배가 불평등함을 나타낸다.)


3. 등록금 상한제는 강제사항 아닌 권고사항?

마지막으로 등록금 상한제에 있어서 약간은 미심쩍은 부분이 있으니, 이는 등록금 상한제의 실행이 강제사항이라기 보다는 권고사항으로 보이는 것이다.



국회 홈페이지에서 찾은 고등교육법 중 일부


2010년 1월 22일 일부개정된 고등교육법 제11조 5항을 보면, 각 대학이 등록금을 기준치를 초과하여 인상한 경우에 해당 대학에 행정적․재정적 제재 등의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아직 내용이 덜 다듬어진 점도 있겠지만, 현재의 개정법률만을 보았을 때는 대부분의 사립대학들이 등록금을 무리하게 상승시키려고 할 때 그 대책이 과연 있을 것인가가 매우 궁금해진다. 3불 정책 앞에서도, 수능등급제 앞에서도 결국 정부의 머리 위에 있었던 것이 대학들이라는 점을 상기해 보면 불안하기에 짝이 없다.

문화일보의 1월 15일자 보도 ‘ICL 시행 대학 등록금 인상 제한’을 보면 이러한 우려가 더욱 더 심각해진다. 문화일보는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여 등록금 인상률이 지나치게 높은 대학, 취업률이 낮은 대학, 학생들의 성적을 지나치게 관대하게 매기는 대학 등 의무사항들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대학들에 대해서 학자금 대출규모가 제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니, 등록금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체는 대학인데 안 그래도 등록금이 높아져서 짜증이 솟구쳐 있을 학생들에게 그 책임을 묻는 꼴이라니! 게다가 취업률이 낮은 대학을 징계하겠다면서, 학생들의 성적을 지나치게 관대하게 매기는 대학도 징계한다는 것도 모순이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의 말에서 이번에 시행되는 국가의 ICL 정책과 등록금 상한제 정책이 얼마나 급조된 것이며, 학생들을 복지의 대상으로 본 것이 아니라 그저 ‘거래의 대상’으로밖에 보고 있지 않는 국가의 낮은 눈높이를 읽어낼 수 있다.



물론 등록금 상한제와 ICL이 전국가적인 등록금 문제에 대해 국가가 처음으로 내놓은 정책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부인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정책을 아무리 곱씹어봐도, 이 정책이 얼마만큼의 효력을 발휘할 것인지에 대한 의심을 풀 수가 없다. 단순히 포퓰리즘적인 정책으로 정책을 내놓은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등록금 상한제가 시행되어도 등록금은 오를 것이다. 결국에 등록금 투쟁하는 학생들만 더욱 힘들어지고, 등록금과 씨름할 대학생들과 학부모들의 허리는 계속해서 휘어갈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