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함20의 새로운 연재, 동상이몽!
다양한 전공을 가진 20대들이 모인 고함20. 같은 주제를 보고도 전공에 따라 다른 생각을 가집니다. 하나의 키워드를 각기 다른 전공을 가진 두명의 필진이 풀어내는, '동상이몽'입니다.


KBS와 SBS는 왜 박태환 예선 경기를 중계하지 않는거지? - 신문방송학


코리아 풀(Korea Pool)은 KBS, MBC, SBS가 만든 해외 스포츠 방송 중계권 계약 기구이다. 2006년 5월 30일 대한민국 공중파 방송국 3사 각 사장들이 협의해서 만들어 졌다. 방송 3사는 코리아 풀을 통해 월드컵·올림픽과 같은 해외 스포츠 중계권을 구입하여, 이를 공동으로 중계하기로 약속을 하였다.


이 약속은 6년 전 휴지조각이 되었다. SBS가 2010~2016년 동ㆍ하계 올림픽에 이어 2010~2014년 월드컵 중계권을 단독 계약했기 때문이다. SBS는 스포츠에이전시 등이 막대한 중계권료를 제시하는 가운데 '코리아풀'이 중계권을 확보하는 게 사실상 어려워 협상력을 발휘해 중계권료를 따온 것일 뿐이라며 오히려 국익 보호 차원의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SBS는 또 스포츠 중계권을 둘러싼 방송사들의 '더티 플레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MBC와 KBS의 주장이 과장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러한 SBS의 태도에 대해 KBS와 MBC는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며 시청자의 ‘보편적 시청권’을 내세웠다. SBS의 단독 계약은 왜 문제가 될까. 첫 번째, 중계권료의 부담은 광고료 등을 거쳐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그렇기 때문에 경쟁적인 중계권료 경쟁은 시청자에게는 피해만 준다. 두 번째는 특히 올림픽 같은 국민들의 관심이 높은 스포츠 경기의 경우 무료 보편 시청권이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보편적 시청권’이란, 올림픽이나 월드컵과 같이 국민의 관심이 매우 큰 스포츠경기의 방송을 모든 국민이 시청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하지만 SBS가 단독으로 중계를 하게 되면 이것이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SBS에 따르면 2010년 올림픽과 월드컵의 경우 전국적으로 92%이상의 가구에서 시청이 가능하다고 한다.(방송법상에 보편적 시청권에 부합하는 퍼센트는 90퍼센트 이상) 하지만 이 수치는 무료시청이 가능한 공중파뿐만 아니라 지역민방, 케이블, IPTV 같은 유료방송도 포함한 수치이기 때문에, 무료시청권만을 집계한다면 상당부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결국에 코리아풀을 파기하고 체결한 독점계약으로 인해 월드컵 중계권을 가지고 있는 스포츠 마케팅 전문업체 ‘IB스포츠’만 이득을 보게 된다. 시청률과 수익창출 앞에 시청자는 없었다.

외국의 사례는 어떨까. 올림픽의 경우 독일, 이탈리아 등은 방송사들이 합의해 공동기구를 구성해 협상하고, 영국과 프랑스 등에서는 정부가 개입해 올림픽, 윔블던 등 국민들의 관심사가 높은 국제경기를 공공재로 파악하고 공영방송에 우선권을 주고 있다.(2006년 자료) 일본도 국영방송인 NHK가 주도해 방송사들 간의 공동기구를 꾸려 대응하고, 국제스포츠 중계권을 얻으면 공영방송인 NHK에 절반을 주고 나머지 절반을 민영방송이 나눠 갖는 것이 불문율처럼 되어있다. 예외적으로 스포츠 중계를 방송사간 자율적 경쟁에 맡기고 있는 미국의 경우에는 대개 올림픽 중계의 경우 NBC가 거액을 들여 하는 경우가 많다.

2006년 SBS는 단독중계권을 따낸 뒤, 방송 3사는 합의점을 찾지 못하다가 3사의 사장단 합의로 2010년 9월 20일에 코리아풀 복원에 극적 합의했다. 합의 이후에 열리는 광저우아시안게임을 비롯해 SBS가 단독으로 중계권을 확보한 2012년 런던올림픽과 2014년 월드컵 등 2016년까지 총 4경기 모두 공동중계하게 되었다. 또, 2018년부터 열리는 올림픽·월드컵 경기는 '코리아 풀'을 통해 중계권 협상을 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해서 KBS에서 양궁·체조·펜싱·탁구를, MBC에서 수영·배드민턴·역도·복싱을, SBS에서 유도·태권도·사격·레슬링을 보게 되었다. 코리아풀이 다시는 파기되지 않는 다는 법은 없다. 단기적인 이익에 눈이 멀어질 때에는 밝은 세상을 보는 SBS도, 정성을 다하는 KBS도, 즐거움이 완전 넘치는 MBC도 시청자를 생각하며 꾹 참길 바랄뿐이다.




















국고를 비워서 경제를 일으킨다-경제학

올림픽은 나라의 경사다. 자국을 세계에 마음껏 뽐낼 수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가 확정됐을 때 64조 경제효과가 화제 되었듯 올림픽은 자연스레 경제를 연상시킨다. 미디어에의 노출을 통한 국가브랜드 제고, 관광객 유입이 대표적이지만 얼핏 이상하게 들리는 효과도 있다. 경기장 건설과 행사 운영에 드는 막대한 국가재정지출효과가 그것이다. 국고를 비워서 경제를 일으킨다는 논리가 일면 모순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 논리가 한 때 세계경제를 회복시켰으며 현재도 경제학의 양대 학파 중 하나를 이루고 있는 것 역시 분명하다. 일명 ‘케인즈 학파’다.

존 메이너드 케인즈가 등장하기 전의 경제학은 ‘시장은 완벽하다’는 명제 아래 움직였다. 때문에, 가계의 소비가 줄어들고 상품이 팔리지 않아 고용이 줄어들며 실업이 또 다시 소비를 위축시키는 불황의 사슬에 대해서도 걱정하지 않았다. 가계가 소비를 줄이고 저축한다면 은행에 쌓인 돈은 낮은 금리로 기업에 제공될 것이기 때문에 기업의 투자가 활발해짐에 따라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돈의 가격인 금리를 통해 저축과 투자가 균형을 이룬다는 기존의 주장은 1930년대의 대공황으로 반박되었다. 금리가 비쌀 때 가계가 저축대신 소비를 택하고 금리가 낮으면 기업이 자금을 빌려 투자할 것이라는 주장이 옳다면 낮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가계가 소비를 줄이는 대공황이 지속될 수 없지 않은가. 이 때 케인즈가 대안을 주장했다. 시장이 불완전하다는 명제를 전제하고서 말이다.

케인즈는 먼저 저축과 투자가 금리라는 하나의 기준으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가계의 소비, 저축 수준은 쉽게 변하지 않고 저축은 금리가 아닌 노후대비 등의 요소들로 결정되기도 하며, 기업의 투자 역시 금리가 낮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정치상황, 기술수준 등 사업의 성공가능성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렇듯 여러 가지 불확실성들이 있는 시장이기에 소비, 투자가 충분하지 못한 불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 불황에 대한 처방 중 하나로 케인즈는 국가재정지출을 제시했다. 대규모 토건사업 등으로 부족한 수요를 보충하자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국가가 1억 달러로 댐을 건설하면 건설사는 새로 얻은 자금으로 투자를 하고, 건설사의 노동자들은 받은 임금의 일정부분을 소비하며, 이렇게 누군가에게 간 자금이 또 다른 투자와 소비가 되는 방식으로 최종 수요는 1억 달러의 몇 배가 된다. 케인즈 학파의 ‘승수이론’이다. 실제로 케인즈 학파들이 정책을 집행한 클린턴 행정부는 취임 초기 2500억의 재정적자를 안고 있었음에도 경기 진작을 위해 1600억 달러를 투입하였으며, 이를 통한 미국 경제 호황을 통해 임기 마지막 해인 임기 말 1200억 달러의 재정흑자를 낼 수 있었다.

그러나 2012년 지금, 불황속에 개최되고 있는 런던 올림픽은 지출 최소화를 모토로 진행되고 있다. 예산 규모는 베이징 올림픽의 절반 수준이며, 이를 위해 메인스타디움은 재활용 자재들로 건설되었고 일부 경기장은 천막 식으로 지어지기도 했다. 케인즈의 논리대로라면 공공지출이 커질수록 영국의 불황이 해소될 것인데, 예산을 최소화하다니 이상한 현상이다. 그러나 현명한 선택이다. 케인즈에 반기를 든 ‘통화주의자’들이 나타나면서 시작된 논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공공지출의 근원이 되는 세금이 소비자의 소비기회를 앗아간다고 주장하고, 재정확보를 위해 이루어지는 국채 판매가 시중의 통화량을 줄임으로써 기업의 투자를 저해한다고 비판한다. 둘 사이의 논쟁은 몇 십년간 지속되고 있다. 케인즈 학파와 통화주의자 중 누가 이길 지 현재로서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