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8일, 대법원은 청년유니온 전 위원장 김영경 씨에게 벌금 70만 원을 선고했다. 2010년,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고 청년유니온의 노동조합 설립을 인정하라고 요구하며 명동에서 진행했던 ‘플래시몹’ 퍼포먼스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정부 정책 비판 등 정치적 목적을 띤 '플래시 몹'도 사전 신고하지 않으면 불법"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앞에서 청년유니온 전 위원장 김영경 씨가 '자유롭게 표현한 죄'라는 피켓을 목에 걸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고함20


당시 청년유니온은 플래시몹의 일환으로 길바닥에 주저앉아 ‘컵라면을 먹고, 소복을 입은 채’ 북을 두드렸다. 또 ‘학사모를 쓴 채 청년실업의 심각한 현실을 알리고,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른’ 이들도 있었다.  

대법원 판결 이후 청년유니온은 ‘퍼포먼스와 집회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가’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대법원 판결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진행 중이다. 헌법 소원을 제기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었지만 여의치 않아 보인다. 김영경 씨의 말에 따르면 “변호사에게 자문해 본 결과 ‘대법원에서 판결 난 이상 헌법 소원을 제기하는 방식은 힘들다’고 전달받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4월 9일 오후 1시, 대법원 앞에서 ‘자유롭게 표현한 죄’라는 피켓을 목에 건 청년유니온 전 위원장 김영경 씨를 만났다. 그는 이번 사안에 대해 “순수한 예술과 정치적인 것의 경계가 무엇이냐”고 반문하며 현재 집시법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 잘못된 판결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Q. 경찰이 처음 고발했을 때가 언제인가요?
플래시몹 한 날이 2010년 4월 4일인데, 거의 일주일 내로 기소장이 날아왔던 것 같아요.

Q. 플래시몹 이후에 3년간의 과정에 대해서 짧게 말해주신다면?
그때 기소장이 날아와서 남대문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바로 약식명령으로 벌금 100만 원이 나왔어요. 이것에 불복해서 정식재판 청구를 했고 1심에서 유죄지만 공익을 위한 게 있다고 해서 70만 원으로 벌금이 깎였어요. 2심으로 넘어가면서 기각이 됐고, 3심에서도 1심 판결이 그대로 적용되면서 3월 28일에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난 거죠.

Q. 이번 대법원 판결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번 판결의 핵심은 당시의 행위가 ‘플래시몹이나 퍼포먼스 형태를 띠고 있지만, 내용이 순수한 예술의 목적이 아닌 정치적일 경우에는 사전신고를 해야 한다.’인 거 같아요. 결국은 아무런 내용을 띄지 않은 예술일 경우에는 플래시몹을 해도 되지만 우리가 얘기하는 청년실업 문제나 정부 비판적인 내용을 담고 있을 경우에는 무조건 집회로 간주하겠다는 얘긴데, 저희가 생각하는 건 순수한 예술과 정치적인 것의 경계가 도대체 명확할 수 있는 것이냐는 거죠. 예를 들면, G20을 홍보하는 플래시몹도 어떻게 보면 정치적인 사안인데 그거는 정부 정책을 옹호하니까 괜찮은 거고 우리는 정부 정책을 비판하니까 안 된다고 하는 것에 대해서 저희는 상당히 문제의식이 있는 거죠.

Q. 3년 전에 있었던 일이어서 그런지 기사화도 많이 안 되어 있고 알려지지 않은 거 같은데 실제로는 어떤가요?
당시 청년유니온의 노조 설립 문제랑 청년 실업 해결 이 두 가지 문제를 가지고 퍼포먼스를 했을 때도 사람들이 퍼포먼스가 집시법 위반으로 기소됐다는 건 모르고 노조설립이 반려됐다는 것만 언론에 많이 나갔었어요. 또 3년 동안 거의 언론에 보도가 안 나갔었죠. 그런데 이제 언론에 나가는 건 청년 유니온의 노조설립 문제나 청년 실업 해결이라는 내용보다는 그냥 플래시몹이라는 형태가 최초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게 조금 더 많이 이슈가 되는 거 같아요.

Q. 1인 시위를 8일부터 25일까지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저희 나름의 특별한 이유가 있어요. (웃음) 하루 감옥에 살면 5만 원씩 감해지거든요. 저희가 물론 1시간밖에 안 하긴 하는데 14일 동안 (주말 제외하고) 5만 원 하면 70만 원 되니까 노역 살이 하는 것처럼 목 칼을 차고 1인 시위를 하는 그런 의미가 담긴 거죠.

Q. 지금 벌금 70만 원을 모금 받고 있는 걸로 아는데 그렇게 모아서 벌금을 내게 되면 이번 판결이 의미하는 플래시몹을 통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법적인 측면을 인정하게 되는 것 아닌가요?
그렇죠. 저희도 그래서 여러 가지 알아봤어요. 헌법 소원이라든지, 대법원 판결을 넘어설 수 있는 무언가가 있나 했더니 변호사님 말씀으로는 “대법원 판결까지 간 건 이미 사건이 끝난 거기 때문에 이걸 가지고 더 이상 다툴 수 없다.” 인정할 수밖에 없고, 다시 우리가 다툴 거면 다른 걸 해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다시 플래시몹을 해서 다시 고소를 당하든지. (웃음) 벌금을 내고 싶진 않지만, 안내면 제가 수배를 당하기 때문에 내야 하는 그런 문제가 있습니다.

Q. 처음에 신고하지 않고 플래시몹 형태로 진행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지금도 그렇지만 플래시몹 자체가 몇 명이나 모일지 알 수 없고 산발적으로 갑자기 모여서 짧게 딱 하고 다시 흩어지는 거잖아요. 당시 ‘승승장구’라는 프로그램에서 연예인이 “내가 뭘 하면 시청자들은 뭘 한다.” 이런 댓글을 달아서 명동 같은 거리에서 이벤트하고 그랬어요. 저희가 그 형식을 빌린 거죠. 그때 제가 위원장이었는데 “내가 소복을 입고 청년실업 해결하라는 신문고를 두드릴 테니 조합원들이나 카페 회원분들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라고 했더니 각자 뭐를 하겠다고 댓글이 달린 거에요. 저희는 당일 날 몇 명이 올지 알 수 없고 준비하는 시간까지 합쳐서 30분을 넘기지 않을 거로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명동 예술극장 앞이 물론 통행이 있지만, 대로변은 아니니까 교통을 방해하려는 목적도 아니었고요. 그런 걸 고려해서 집회 신고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못했던 거죠. 당일 날 갔더니 아니나 다를까 10명도 안 모였었고. 그런 상황에서 경찰이 옆에 와서 계속 뭐라고 해서 10분밖에 못하고 헤어졌었어요. 그니깐 저희는 이게 집회라는 생각을 못했던 거죠.

Q. 우리나라 집시법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리나라 집시법이 이래저래 문제가 많았잖아요. 제약도 너무 많고. 한번은 밤에 집회하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가 다시 바뀌기도 하고 이런 과정이 있었는데, 집시법 자체가 너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경우가 많아요. 어떻게 보면 이번 경우도 집시법이 원래 문제이다 보니까 이런 잘못된 판결이 났다고 생각해요. 본질적으로 집시법 자체가 개정돼야 한다는 고민이 있죠.

Q. 청년유니온 말고도 많은 단체에서 플래시몹 형태로 표현하고 있는데 왜 유독 청년유니온만 이러한 판결을 받았다고 생각하시나요?
이전에 한미FTA 반대라든지 다양한 형태의 플래시몹이 많았거든요. 그전까지는 아무도 처벌하지 않았는데 유독 우리만 이렇게 한 것에 대해서 저희는 청년실업 문제에 대해 “정부가 예민하게 보고 있다. 그걸 보여주는 사례가 아니겠느냐” 라고 생각합니다.

Q. 당시 플래시몹을 하게 된 이유 중에 노동부에서 청년유니온을 노조로 인정하지 않은 것에 대한 것도 있었는데 왜 처음에 노조로 시작하려 했나요?
단순하게 생각하면 청년실업의 문제도 그렇고 아르바이트나 일을 하는 사람들의 60%가 비정규직이고 대부분 불안정한 노동을 하고 있잖아요. 일의 문제라고 생각을 한 거에요. 이러한 상황에서 청년 실업을 해결하기 위한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러면 우리가 정책을 만들라고 요구도 해야 할 것이고, 또 자기의 일하는 곳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의 노동 권리도 보호받게 해주려면 아무리 생각해도 이거는 “노동조합의 역할인 거 같다.”고 생각했어요. 민주노총이나 이런 데는 거대 기업 중심이고 우리가 접근하기에는 어려움이 크잖아요. IMF 이후에 청년들이 분명히 기성세대와 다른 노동 형태를 체험하고 있으니까 이들의 사회 경제 처지에 맞는 청년들만을 위한 노동조합을 만들자, 이런 고민에서 노동조합을 고민했던 거죠.

Q. 대법원 판결이 났으니까 끝난 거라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이번 1인 시위를 통해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가요?
우선 대법원 판결이 났다 하더라도 “그러니까 어쩔 수 없다”가 아니라 “그럼에도 여전히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걸 대법원에 있는 사람들이나 시민에게 알리는 게 일단 필요하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두 번째는 당시 경찰들이 저희가 공지를 띄우고 나서 매일매일 카페에 들어와서 봤더라고요. 경찰 스스로 시인을 했었거든요. 그래서 몇 명이나 모일건지 고민을 했나 봐요. 저희가 그때 10명도 안 왔는데 경찰만 한 50명이 넘게 왔었어요. 누가 우드락으로 만든 큰 이력서 피켓을 만들어서 그 안에 ‘백수’라는 단어를 적어서 왔는데 그거를 경찰 2~30명이 둘러싸고 뺏고 난리였거든요. 이런 걸 봤을 때 이게 청년 실업 문제고 청년 유니온이라고 하는 기존에 없었던 조직에 세간이 주목된다거나 많은 청년들이 혹시 여기에 부화뇌동 되거나 결사의 자유를 표출하고 이렇게 될까 봐 우려하고 너무 차단하려는 거 아니냐는 거죠. 오히려 정부나 경찰이 우리를 과도하게 정치적으로 해석을 한 거죠. 결국엔 청년실업 문제에 얼마나 정부가 우리를 신경 쓴다는 걸 역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생각을 한 거에요. 그래서 이번에 이걸 하면서 “청년유니온의 목소리나 청년실업을 해결하자는 얘기를 한 번쯤은 더 해볼 수 있지 않겠나?”해서 1인 시위를 하게 된 거에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희도 사실은 2010년 3월, 4월에 막 창립을 하고 이 플래시몹 한 뒤에 이 문제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못 하고 있었어요. 원래 대법원 판결이 난 거는 친절하게 안 알려준대요. 저희도 판결 났는지를 몰랐는데 언론에서 먼저 연락이 와서 알게 되었거든요. 사실 저희 자체도 "아 이 문제를 고민하지 못했구나" 라는 내부적인 평가도 있었고 아무래도 노동조합이니까 이 문제를 계속 길게 가져가거나 고민할 순 없지만, 우리가 앞으로 어떤 캠페인 같은 걸 할 때마다 이 문제가 걸림돌이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가 하는 활동 안에서 최대한 당연히 시민이 누려야 할, 민주주의 국가에서 누려야 할 표현의 문제에 대해서도 노동조합이지만 고민하고 함께 다른 표현의 자유라는 인권 단체들과도 연대를 해야 되겠다는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