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떠러지에서 미끄러졌다. 가까스로 끈 하나를 잡았다. 그것을 붙잡고 1년째 버티고 있다. 대한문 옆 작은 천막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에게 대한문 옆에 설치된 쌍용차 분향소는 ‘벼랑 끝에서 떨어지기 직전에 잡고 있는 끈. 그리고 더 이상 죽을 수 없으니 제발 외면하지 말아달라는 외침’이다.


지난달 5일 중구청은 모두가 잠든 새벽에 기습적으로 천막을 철거했다. 분향소가 있던 자리에는 화단이 차지하게 됐다. 공권력은 이들이 가까스로 붙잡고 있던 끈마저 잘라버렸다. 이내 임시천막이 차려졌지만 이전의 분향소보다 훨씬 협소했다.

어느새 쌍용차 분향소가 설치된지 1년이 지났다. 이들의 문제는 이제 우리의 일상이 됐다. 하지만 쌍용차 문제 해결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지난 7일 중구청이 분향소를 철거하고 설치한 화단 앞에서 오후 6시부터 24분동안 1인 시위를 하는 쌍용차해고노동자 유제선(34)씨를 만날 수 있었다.

Q. 대부분 1인 시위는 오후12시부터 1시간정도 진행하시거나 전일 하시는데 6시부터 24분동안 시위를 하시는 이유가 있는가?

돌아가신 쌍용차 관련 노동자와 가족들께서 총 24분이 돌아가셨다. 이들의 영혼을 기리는 뜻에서 24분간 1인시위를 진행 한다. 원래 시위를 화단 안에서 진행했지만 요새는 화단 밖에서 진행하고 있다.

Q. 왜 화단 안에서 진행하시던 1인시위를 화단 밖에서 진행하시는가?

화단 안에서 진행할 경우 시위자의 사지를 끌어내 연행한다. 우리는 우스갯소리로 ‘화단보안법’을 지켜야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지금도 이 화단 하나를 지키려고 얼마나 많은 경찰들이 서있는가. 공권력이 참 낭비가 되고있다고 생각한다.

Q. 24분동안 어떤 것을 외치시나?

돌아가신 24분의 영혼을 위로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차려놓은 분향소를 짓밟고 이곳에다 이렇게 꽃을 심어놓은 중구청과 대한 공권력에 대한 항의의 뜻도 있고, ‘우리가 살아있다’는 표현을 하고있는 것이다.

Q. 피켓 내용을 보면 ‘국정조사를 실시하라’는 내용이 담겨있는데.

국정조사 같은 경우는 여∙야당 모두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약속을 했다. 대선이 지나고나니 느닷없이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국정조사는 안 될 말이다”라며 완강한 반대의사를 표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약속한 것을 지키라고 주장을 한 것이다.

Q. 작년 4월부터 대한문에 분향소가 차려진 지도 1년이 넘었다. 이 분향소를 통해 많은 시민들도 쌍용차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는데 그 당시 분향소를 설치했던 계기는 무엇이었나?

작년 3월 말에 22번째 분이 돌아가셨다. 현장에서 공장 점거파업을 함께 진행했던 분이였다. 그런 분들은 여태까지 자살하지 않으셨다. 파업에 참여하셨던 분들은 살아서 바꿔보자는 생각을 하시기 때문이다. 그분은 살아보겠다고 서울에서 이력서를 이군데 저군데 다 내놓은 상태였다. “이력서 다 넣어놨으니까 조금 있으면 취직할거다!”라고 말했던 분이다. 그런데 쌍용차 해고노동자 출신이라는 이유로 모든 회사에서 취직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자살을 선택하게 된 것 같다. 우리는 그때 죽음이 우리 턱 밑까지 온 것을 느꼈다. 우리가 이러다 죽겠다 싶어서 더 이상의 죽음을 막아보자 했던 것이다.

Q. 그 해 9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쌍용차 정리해고 관련 청문회가 열렸다.

맞다. 이유일 현 사장이 그 당시 출석을 했고 그 때 밝혀진 것은 쌍용차가 근거없는 정리해고를 했다는 것이다.

Q. 그리고 지난달 중구청에서 분향소를 철거하고 화단을 만들었다.

중구청의 철거를 2번 정도 막아냈다가 4월 4일은 자고 있다가 갑자기 철거를 당했다. 새벽 5시 중구청은 사람들을 개 끌듯이 끌어내고 분향소 집기를 다 가져갔다. 또 분향소 천막을 설치하지 못하도록 대형화단을 설치했다. 이런 중구청의 폭력은 하나부터 열까지 다 불법이였다. 정권이 바뀌고 공권력의 기세가 더욱 등등해졌다. 그런데 공권력이 우리를 짓밟는 순간 오히려 우리가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많은 시민들이 함께 분노해줬다.

Q. 분향소가 있던 자리에 설치된 화단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불쌍하다. 꽃도 참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대한민국 현실도 불쌍하다.

Q. 왜 공권력이 대한문 옆 작은 분향소에 관심을 갖는다고 생각하시는가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촛불의 힘에 데였다. 촛불시민들은 ‘대통령이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겠거니’ 했는데 시민들이 한 눈 판 사이 그 시민들을 다 해체시키고 짓밟았다. 그러한 촛불을 예방하기 위해서 주의∙주시하는 면도 있고 이 작은 분향소에서 연대가 확산되고 있음을 두려워하는 것 같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 싹을 밟아버리려는 것이다.

Q. 쌍용차 분향소는 해고 노동자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

벼랑 끝에 내몰린 사람들이 벼랑 끝에서 떨어지기 직전에 잡고 있는 끈 하나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가 분향소나 천막 차릴 곳이 없어서 여기에 차린 것이 아니다. 여의도공원에 분향소를 설치하면 누가 뭐라고 하겠냐? 한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다니는 곳에 있어야했다. 모든 국민들에게 우리의 아픔과 억울함을 호소해야했다. 더 이상 죽을 수 없으니 제발 외면하지 말아달라는 외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