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부당한 학교 권력에 맞서다 해직된 조연희씨와 박정훈씨 그리고 이형빈씨는 곽노현 교육감의 특별채용을 통해 복직됐다. 그러나 긴 투쟁의 시간 끝에 얻은 교사로서의 지위는 하루 만에 또 다시 사라졌다. 이주호 전 교육부 장관이 임면권을 갖고 있는 교육감의 재량 남용이라며 직권을 취소시키면서다. 그로부터 1년 후, 세 사람은 행정 소송 진행 끝에 지난 3월 4일, 법원으로부터 교육부의 직권 취소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받는다. 이들은 이로써 교사로서의 신분을 회복하게 됐지만 교육부는 서울시 교육청을 통해 다시 임명을 취소시키려는 움직을 보이고 있다.

ⓒ 고함20

스승의 날 준비로 온 학교가 떠들썩했을 지난 14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밝은 얼굴로 "우리가 지금 이 시간에 있어야 할 곳은 교실입니다."고 쓰인 피켓을 든 이형빈씨를 만났다. 이형빈씨는 교사로 재직하던 이화여고가 자율사립고로 변화할 움직임을 보이자 자신만이라도 거부의 의미를 나타내고자 사표를 제출하고 학교를 나왔다. 그는 이번 1인 시위를 통해 '복직'이 된다면 그 자체만으로 선례가 될 것이고 '사회와 교육계의 정의'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Q. 1인 시위를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예전에 근무했던 학교가 '자사고'로 전환을 하면서 학교를 떠나게 되었어요.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지금 자사고가 소수 기득권, 돈 많고 공부 잘하는 학생들만을 위한 귀족학교로 이미 자리 잡았고, 그 학교 때문에 수많은 다른 학교들이 피해를 보고 있잖아요. 지난 정부의 가장 대표적인 실패한 교육 정책이라고 다들 얘기 하고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자사고를 거부했다는 상징적인 인물이었고요. 그거 때문에 특별 채용이 됐었는데, 제가 일인 시위를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는 두 가지에요. 여전히 자사고에 대해서 현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고 고교서열화 귀족들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없는 는데 거기에 대해서 부당함을 알리는 것과 저희 3명의 해직 교사들의 억울함이 그 이유입니다. 어떻게 보면 임면권을 갖고 있는 교육감이 채용한 저희들을 교육부 장관이 함부로 임용취소하고 게다가 재판에서까지 이겼는데 그 재판을 무시하고 또 다시 임용취소를 한 것에 대해서는 저희들이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1인시위에 나서고 있습니다.

Q. 현재 진행상황이 어떠한가요?
각각의 세명은 자기 사연을 가지고 있어요. 억울하게, 부당하게. 학교 현장에서 배제된 그리고 교육 민주화를 위해서 나름대로 양심을 지키고자 살아왔던 세 명의 교사라고 자부를하구요. 특별채용이후에 교육부가 그 채용에 대해서 직권 취소를 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그것에 대해서 행정 법원에 소송을 제기 했고 지난 3월 4일 1심에서 승소를 했어요. 마땅히 교육부의 직권 취소는 다시 취소되는 거고. 저희는 이제 3월 4일자로 교사로서의 신분을 회복했습니다. 그런데 교육부가 또 다시 서울 교육청에 이 사람들을 다시 임용 취소하라는 공문을 보냈고 서울시교육청은 지금 현재 교육부의 지시대로 절차를 갖다가 진행중에 있어요.

Q. 지난 2012년 이주호 전 교육부 장관이 곽노현 교육감의 '특별채용'에 반대해 임용을 취소했다고 들었습니다. 당시 이수호 장관의 임용 취소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저희 세 명에 대한 '특별 채용이 부당하다.' '임면권을 갖고 있는 교육감의 재량 남용이다'라는 이유를 들어 직권 취소를 했는데 굉장히 부당한 일이었죠. 과거에는 저희들처럼 민주화운동을 했다든지 사립학교 비리를 제보했다든지, 이런 분들이 해직되었을 때 교육감이 나중에 그분들을 복직시키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이것이 특별 채용의 과정이거든요. 제가 보기에는 이주호 장관이 굳이 직접 나서서 취소를 한 이유는 그 당시 진보 교육감과의 대립관계 속에서 진보교육감들이 갖고 있는 교육 자치 권한을 교육부 장관이 제어하기 위해서, 통제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잖아요. 그 중에 한 가지 일이라고 보시면 될 거 같아요. 예를 들어서 서울시에서 통과된 학생인권조례를 갖다가 교육부에서 다시 태클을 건다던가. 

Q. 다른 조연희씨와 박정훈씨, 두 분은 해직되었지만 이형빈씨는 직접 학교를 나온 걸로 알고 있는데요, 세 분은 해당 학교가 아닌 다른 학교로 복직을 요구하고 있는 건가요?
교육감이 특별히 제청할 경우에는 공립학교에 특별 채용합니다. 사립학교는 임면권이 이사장에게 있구요. 과거에 사립학교에서 해직된 분이라든가 사립학교가 학교 형태가 변화해서 신분의 불안정을 겪는 교사들이 교육감에 의해서 공립학교에 특별 채용된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전국적으로 100건이 넘습니다. 당연히 전 다시 공립학교에 복직을 바라고 있죠.

Q. 세 분은 어떻게 알고 1인 시위를 계획하게 되었나요?
다들 교육민주화를 위해서 열심히 살다보면 만나게 되어있는거죠. 원래부터 잘 알고 같이 교육운동 하던 사람들입니다.

Q. 조연희씨께서 해직 되시고 ‘조연희법’이라고 하는 것이 생겨났다고 들었는데 이것과 관련해서 영향은 없었나요? ('조연희 법'은 조연희씨 해직이후 그로 인해 생겨난 내부고발 제보자를 보호하는 '교원지위향상을위한특별법'을 말한다.)
조연희씨는 예전에 동일여고에 계셨어요. 거기서 엄청나게 많은 비리가 있었고. 그 비리를 고발하다가 보복성으로 해직된 분이죠. 일명 조연희법은 그렇게 사립학교에서의 내부고발자를 보호하는 법이에요. 조연희 선생님은 투명시민상까지 수상하셨던 분이에요. 상을 줘야하는 분인데. 학교에서 해직시켰죠, 이번에 또 특별채용됐는데 또 채용이 취소됐죠. 상을 받아야 될 훌륭한 분이 두 번, 세 번, 길거리에 내모는 억울한 일을 당하신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연희 선생님 법 때문에 과거에 사립학교법 개정이라든가 사립학교가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데 굉장히 많이 기여가 된 부분이 있죠. 근데 조연희씨 본인은 그게 나중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법의 보호는 받지 못했는데 이제 앞으로 그것과 유사한 상황이 생긴다면 내부고발자로 보호를 받게 됩니다. 함부로 못 자른단 얘기죠.

Q. 1인 시위를 통해서 복직 자체가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 복직 외에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따로 있나요?
1인 시위가 어떻게 보면 미약해 보일 수 있지만은 그래도 이러한 부당함과 교육부 장관 또는 교육감의 잘못된 부분을 언론에 알리는 것 자체가 일단은 첫 번째 목적이었구요. 두 번째는 1인 시위이기는 하지만 수많은 시민단체 분들과 교사 분들이 저희와 함께하고 계세요. 정치인들도 마찬가지고요. 내일 오전 11시에 이 자리에서 기자회견을 가지면서 직접 정치인들, 사회 각계각층 인사들이 서명한 것을 전달하러 들어 갈 겁니다. 많이 알려지는 기회가 될 것이구요. 설사 저희들이 또 다시 직권 취소가 되더라도 다시 처음부터 행정 소송에 들어갈 거고 법적인 그런 문제에서도 반드시 이길 수 있을 거다. 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이러한 반복되는 상황속에서 사법부 최근 결정(교육부의 임용 취소를 취소한 판결)은 강제성이 없는 건가요?
이게 굉장히 재밌는 게 교육부가 피고였어요. 교육부가 직권 취소한 게 잘못 되었다.라고 법원이 판결을 내렸는데 교육부가 자기네들이 또 소송 할 수는 없잖아요. 그러니까 교육청 시키는 거에요.

Q. 그렇다면 정확히 지금 서울 교육청이 취소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상태인건가요?
지금 행정적 절차를 진행하고 있어요. '또 다시 취소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왜냐면 이런 전례도 없었기 때문에 이분들도 어떻게 될지 몰라요. 변호사한테 알아보고 행정적인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데 교육청 입장에서도 난감한거죠.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이 교육부에서 시킨 일인데 상식적으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이 분들도 아직 고민학고 있어요. 아직 안 끝났어요.

Q. 만약 보수 성향의 교육감이 다른 교육감이 되었더라면 상황이 바뀌었을까요?
예전 교육감 같은 분이었다면 교육부의 부당한 명령을 안 따르겠죠. 예를 들어서 다른 지역의 시.도 교육청들도 교육부 장관이 사사건건 많이 간섭하고 교육 자체를 무시하고 그러는데 거기서 이행안하고 계속 대치하고 있는 것들이 많죠. 예를 들어서 학교 폭력을 생활부에 기재하라를 가지고도 일부 교육청에서 안따르잖아요. 만약 교육감이 다른 분이었다면 안따랐겠죠.

Q. 조연희씨는 예전에 길거리 특강도 하시고 여러 활동을 하셨는데 세 분도 이거 외에 또 활동하려고 하시는 게 있나요?
아직은 교육청에서 저희를 다시 해고시키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날 까지는 저희가 이런 활동을 계속 해나갈 것이구요. 그 이후에는 저희가 부당함을 알리고, 저희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보면은 비리사립학교 문제라든가. 아니면 자사고 문제라든가 국가보안법 문제라든가. 우리 사회에 굉장히 중요한 문제들을 저희가 안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문제들, 사립학교 문제, 자사고 문제, 이런 것들에 대해서 더 많이 알려나가고 또 함께 할 수 있도록 해야죠.

Q. 마지막으로 하고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많은 분들이 보시기에 도대체 무슨 사건이냐. 사건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고. 정말 전례가 없었던 일이라서 관심들을 많이 가지실텐데, 핵심은 이거죠. 지금 현재 문용린 교육감 같은 경우에도 학원이라든가 사립 재단으로부터 여러 가지 금품을 받고 선거를 치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우리 교육계가 깨끗하지 못해요. 저희들은 저희가 꼭 다시 복직, 교사가 되겠다. 이런 거 보다 우리 교육계가 보다 깨끗하고 민주적으로 발전되기만을 갈망하면서 살아왔던 사람들인데 그런 점에서 저희가 복직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야만 이 사회의 정의, 교육계의 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릴게요.

Q. 정말 마지막으로 내일 기자회견 하시고 다른 일정은 없으신가요.
내일은 뭐. 참 스승의 날이죠? (웃음) 하필 또 스승의 날이어서 이 자리에서 그런 행사를 하게 해주신 게 아닌가 싶어요. 제가 뭐 제자들한테 얘들아 만나자 이럴 순 없는 거고.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