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태가 극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토요일 저녁, 한국일보 사측은 용역을 동원해 전격적으로 편집국 봉쇄 작업을 단행했다. 회사 근무 중이던 당직 기자 2명을 내쫓고, 사측의 허가를 받은 직원들 외에는 기자들의 출입을 일절 금했다. 심지어 사측은 기자들에게 이메일로 ‘근로제공 확약서’를 보내 여기에 서명하지 않으면 편집국에 출입할 수 없다고 협박하기까지 했다. 근로제공 확약서는 ‘회사에서 임명한 편집국장 및 부서장의 지휘에 따라 근로를 제공할 것을 확약’하는 내용으로, 쉽게 말해 사측이 임명한 편집국장의 말을 들어야 편집국에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일보 사측은 사실상 장재구 회장의 이익을 위해서, 마음대로 이전 편집국장을 자르고 그 자리에 사측에 충성하는 사람을 앉혔다. 한국일보 사측은 회사의 정상화를 위해선 이러한 조치가 불가피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멀쩡히 잘 하고 있던 편집국장을 강제로 내쫓고 회사 측 인사를 내세운 인사가 어딜 봐서 정상화란 말인가. 

언론이 누군가에 의해 소유될 수는 있다. 사주가 있는 언론은 전세계에 많고 그 중에는 <뉴욕 타임스> 같은 저명한 신문사도 있다. 사주가 있는 언론은 사주의 이해관계에 휘둘릴 수밖에 없지만, 사주가 자신의 언론을 통해 노골적으로 자신의 사리사욕을 챙기려 하지 않는다면 그래도 언론으로서 납득할 만한 위치에 서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최근 곳곳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보면, 한국에선 아직 그런 부분이 다소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사주는 언론사를 자신의 이익을 위한 도구로 이용하고, 이를 위해 언론의 기본적 가치인 언론의 자유마저도 포기한다. 그러면서 언론은 철저히 도구화된다.

21세기 민주주의 사회에 이런 언론탄압사태가 벌어진 데 대해 많은 사람들이 놀랐다. 그러나 기성언론 외에 학내언론, 자치언론 등 언론 전체로 시야를 넓혀보면 이러한 사태는 드문 일이 아니다. 지난 6월 초, 가톨릭대학교 학보는 주간교수의 편집권 남용으로 인해 창간 이래 처음으로 발행이 중단되었다. 총장의 리더십과 현 가톨릭대학교의 상황에 대한 비판 기사를 실으려다 제지를 받은 것이다. 작년에도 성균관대, 한국외대에서 학보 발행 중단 사태가 일어났다. 모두 학교 측과의 충돌이 원인이다. 학교 측이 총장과 학교의 이해관계를 최대한 반영하려는 시도를 했다면, 학생기자들은 이를 저지하고 언론으로서의 의무를 지키기 위한 시도를 했다. 결국 언론을 도구화하느냐, 이를 막느냐의 싸움인 것이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서 암암리에 진행되던 그러한 싸움들은, 이번 한국일보 사태를 통해서 대중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일보 사태에 대한 사람들의 반발이 크다. ‘독재시대의 언론 통제가 재현되는 것 같아 섬뜩하다’, ‘이 나라의 정의가 퇴보하고 있다’, 등 격앙된 반응이 대다수다. 독자들의 이러한 모습을 보면, 언론의 도구화가 얼마나 독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지 알 수 있다. 이는 곧 해당 언론에 대한 외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당장 한국일보 사측의 ‘회사 점거’가 장 회장의 혐의를 축소하기엔 좋은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언론매체를 접하고 누리는 건 결국 독자다. 독자들이 접하지 않는 언론매체는 더 이상 언론으로서의 가치가 없다. 이미 독자들은 앞으로 발행될 한국일보가 사측에 잠식당했다는 걸 알고 있다. 당분간, 한국일보 쪽으론 독자들의 손이 쉽사리 갈 것 같진 않다. 사측도 이를 알아야 한다. 이들이 주장하는 '정상화'만을 고집하지 말고, 사측과 반대하는 기자들에게 전향적으로 손을 내밀 필요가 있다. 이대로 하나의 언론이 도구화되면 어떻게 되는진, 오랫동안 언론 생활을 한 이들이 더 잘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