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 정도는 무료로 써도 되는 걸로 알고 있어요.”

“클래식은 괜찮지 않을까 싶은데요.”

“아무리 그래도 만든 사람이 있는 음악인데 마음대로 쓰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 IT 데일리.

 

최근 뉴미디어 팟캐스트 방송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팟캐스트(podcast)는 애플에서 시작한 다운로드 형식의 개인 방송 서비스로, 사용자들이 오디오 및 비디오 파일을 애플의 음원 공유 플랫폼 아이튠즈(itunes)의 채널을 통해 PC나 아이폰, 기타 어느 기기로든 다운받아 시청할 수 있다. 인터넷 접속으로 바로 연결 가능하기에 청자의 접근성이 높은 매체이고, 스튜디오에서 녹음하지 않아도 누구나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어 인기가 높아지는 추세다.

그런데 기존 음원 공유 사이트의 유료 구매 방식이나, 라디오 등에서 스트리밍 방식으로 송출되는 것이 아니라 기기에 다운로드하고 보관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팟캐스트의 음원 사용 경계가 애매하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저작권이 있는 음원은 무조건 저작권자에게 동의를 구해야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나, 일일이 허가를 구하기 어렵기에 독립 팟캐스트 제작자들은 대부분 수십 초 혹은 수분 가량의 음원을 그냥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애매한 음원 저작권 때문에 곤경에 빠진 팟캐스트 제작자들

“무료배경음들은 저작권이 애매해서 써도 되는지 안 되는지 잘 모르겠어요. 확실하진 않지만, 보통 방송에서 상업적 용도로는 쓰일 수 없는데 비영리적인 사용은 가능할 때도 있다고 알고 있어요.” 인기 시사 팟캐스트 ‘김종배의 사사로운 토크(이하 사사톡)’ 관계자 정세연(가명, 25)씨의 말이다. 팟캐스트는 물론 방송이긴 하지만 모든 팟캐스트가 상업적인 것은 아니기에 유통에 애매한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사사톡’은 외부 음원을 최대한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저작권 논쟁에 휘말릴 경우 벌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5초미만의 짧은 건 무료 저작권 음원을 제공하는 사이트에서 찾아 써요. 메인음악은 직접 구매하고 중간에 살짝 들어가는 짧은 음악은 여기 걸로 찾아 썼죠. 물론 최근에는 이 사이트조차 업로드되는 음원에 제약이 까다로워졌어요. 저작권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인 것 같아요.”

시사 논평 관련 팟캐스트를 준비 중인 조성호(28)씨 또한 유사한 사이트에서 가져다 쓰고 있다고 말했다. “대신 혹시 모르니까 믹스(mix, 편집 프로그램으로 다른 소리를 더 넣거나 음원을 늘리는 행위)했어요. 저작권이 부여되지 않은 음악을 변형하면 복제한 건 아니라서 그나마 더 안전할 테니까요.”

공중파 라디오 방송에서 팟캐스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에도 조심스러운 것은 마찬가지다. KBS 2FM 라디오 방송인 ‘이근철의 굿모닝 팝스’ 담당 PD는 “팟캐스트에 업로드시 삽입된 음악은 저작권 때문에 삭제합니다.”라고 말했다. 방송국이 확보한 음원 저작권은 전파 송출 권한이지, 멜론이나 벅스뮤직처럼 음원을 다운로드할 수 있게 하는 저작권은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팟캐스트에 올라온 방송 분량이 실제 방송시간의 절반 정도가 되는 이유다. “물론 라디오방송에서 음원 저작권료는 법에 따라 지급하고 있습니다.”

애플사에서 제공하는 팟캐스트 화면. ⓒ 주간경향

다수에게 부여될 경우 저작권 문제는 더욱 복잡해져

애매한 저작권 문제 때문에 아예 외부음원을 사용하지 않는 독립 팟캐스트 제작자들도 있다. 도서 관련 팟캐스트 ‘네시이십분’의 진행자 준씨는 십여 초의 오프닝 음악도 자체 제작한다고 말했다. “보통 작은 방송들은 그냥 쓰고 있는 걸로 알아요. 근데 그런 식으로 애매하기 쓰기 싫어서 안 썼어요.”

이렇듯 소규모 팟캐스트 제작자들이 음원 사용을 주저하는 까닭은 저작권이 특정 개인 또는 조직에만 부여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준씨는 얼마 전 서늘했던 경험담을 소개했다. “올라퍼 아르날즈(Olafur Arnalds)라는 아이슬란드 뮤지션의 음악을 꼭 쓰고 싶어서 그분 매니지먼트로 이메일을 보냈어요. 가수와 매니지먼트 측은 사용에 동의했지만, 음반 발매 회사에 물어봐야 한다는 거예요. 음원 저작권은 뮤지션에게 있지만, 음반 저작권은 그 회사에서 가지고 있는 거니까요.”

네덜란드 소재의 회사는 호의적이었고, ‘네시이십분’ 측은 팟캐스트 소개와 음반 사용 목적, 사용할 노래의 가공 정도 및 분량 등을 양식에 맞춰 적은 허가 요청서와 영구 허가를 승인하는 컴펌 계약서(gratis license)를 교환함으로써 쌍방의 의무를 지니는 계약을 체결했다. 저작권의 세계적 사용을 총괄하는 퍼블리싱사가 동의했기에 일종의 1:1 계약이었던 셈.

그런데 몇 주 후 한국의 어느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올라퍼 아르날즈의 한국 라이센스를 수입하고 관리하는 퍼블리싱사라며, 네덜란드에서 팩스를 받고 연락했다는 것이다. “더 깜짝놀란 건, 파스텔 뮤직에 연락해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하셨을 때에요. 파스텔 뮤직은 아르날즈의 해당 음원이 들어간 음반의 배급사에요. 저작권이 다중으로 얽혀 있는 거죠.”

준씨는 원 저작권자와, 저작권 관리사와의 협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음원과 음반의 저작권이 다를뿐더러, 수입음반은 퍼블리싱사와 수입사가 동일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것이다. “게다가 팟캐스트를 아직 모르는 분들도 계셔서 설명 드려야 할 때도 많아요. 앞으로 아이튠즈와 저작권 간에 충돌하는 지점이 생길 것 같아요.”

팟캐스트 음원 저작권법, 미해결된 과제

팟캐스트 제작자들이 이렇게 난처한 상황에 놓이는 이유는 저작권법이 아직 명확하게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팟캐스트 담당자 최예진 씨는 “플랫폼 사업자가 애플사이기 때문에 저희 협회와는 아직 공식적인 계약이 되어있지 않은 상태입니다.”라고 말했다. 음원을 무단 도용하는 저작권 침해 사례도 아직 공식적으로 집계되지 않았다.

개인이나 사업자 간의 저작권 침해 가능성과 관련해 한국저작권위원회 법률상담팀 김화연 씨는 “음원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저작자의 허락을 받으셔야 하고, 음원으로 만든 사람의 허락도 받으셔야 합니다. 허락 없이 쓰시게 되면 침해가 되기 때문에 민형사상 책임이 발생하게 됩니다.” 라고 말했다.

상용음원도 1분 동안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소문에 대해 묻자 김씨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무조건 저작권자의 허락이 없으면 복제와 송출에 대한 책임이 발생해요. 1분이든 30초든 무허가 이용이 가능하다는 말은 전혀 법적 근거가 없습니다.”

아직은 팟캐스트의 시장이 협소하기에 저작권법의 적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측면이 있다. 따라서 팟캐스트 제작자 입장에서는 민감한 부분이 명확히 법제화되지 않아 음원 사용에 있어서 매번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팟캐스트 시장이 확장되고 사용자가 증가하면 저작권 관련 문제가 발생할 것이나 아직 저작권 보호책은 미봉책 상태다. 제작자들의 눈치 보기도 당분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오늘도 저작권 명기 없이 오갈 데 없는 음원들이 팟캐스트 방송 군데군데에서 이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