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 중인 A씨는 주말에 종종 리서치 아르바이트를 나가는 것으로 생활비를 마련하곤 한다A씨가 처음부터 비정기적이고 일정한 급여를 지급받지 못하는 리서치 아르바이트를 하고자 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공익근무를 하면서 정식적인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마련하여, 부모님의 부담을 덜어드리고, 차곡차곡 모은 돈으로 복학 이후에도 스스로 번 돈으로 학교에 다니고자 했다. 하지만 A씨의 복무담당공무원은 공익이 아르바이트한다는 것은 원칙에 벗어나는 일이라며A씨의 겸직허가 신청서를 반려했다. 

병역법 제33조(보기) 따르면 공익근무요원이 복무와 관련하여 영리를 추구하거나 복무기관 장의 허가 없이 다른 직무를 겸하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이를 어길 시 근무명령 위반으로 3회 이내일 때에는 경고조치, 4회 이상 경고 시에는 고발 조치와 함께 1년 이하의 징역임을 적시한다. , 병무청은 공익근무요원이 복무기관장에게 겸직허가서를 제출하여 사전에 허가를 받았을 시에는 겸직이 가능하다는 단서를 붙이고 있다. 

그런데 A씨의 경우처럼, 겸직허가서를 작성하여 담당공무원에게 제출하더라도 불허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A씨의 복무담당공무원이 겸직허가서를 반려한 이유는 원칙에 부적합하다는 것이었다A씨의 담당공무원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가 아니면 겸직허가서를 제출하더라도 반려되는 것이 원칙이며, 소득공제서를 제출하여 가계의 소득을 정확하게 제시하라고 A씨에게 요구했다. ‘원칙에 부합하지는 않았던 A씨는 결국 겸직 허가를 포기하고 공익근무요원이라는 신분을 최대한 숨긴 채, 가능한 아르바이트를 근근이 나가며 생활비를 벌고 있다. 

노인복지시설에서 근무하는 B씨도 비슷한 상황이다B씨의 복무담당공무원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같은 열악한 환경이 아니라면 겸직은 절대 불가능하다고 선언했다. 결국 B씨는 병무청의 단속을 최대한 피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찾아서 일하고 있다. 4대 보험을 비롯한 각종 산재보험에 가입되는 아르바이트나, 통장을 통해 급여가 지급되는 아르바이트는 병무청에 적발된다는 항간의 이야기 때문에 겸직을 허가받지 못한 공익근무요원들은 4대 보험에 가입되지 않는 환경, 근무 당일에 현금으로 급여를 지급 받는 아르바이트를 찾아서 일하게 된다. ‘원칙에 따라 겸직허가서를 반려하는 것이, 생활비를 마련하려는 공익요원들을 점점 더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도록 만든다.

겸직허가 신청서 ⓒ 병무청

 

공익근무요원의 겸직 허가는 공익근무요원이 먼저 아르바이트에 지원하여 구직이 되고 나서, 이를 겸직허가서에 기입하여 담당공무원에게 제출하게 되어있다. 담당공무원은 겸직허가서를 복무기관장에게 제출하고, 복무기관장은 이를 복무에 영향을 주는지 판단하여 공익근무요원의 겸직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병무청 사회복무국의 설명에 따르면, 복무기관장이 공익근무요원의 겸직 허가를 판단하는 근거는 첫째, 본인과 가족의 생계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둘째, 대상성이 없이 비영리기관 또는 단체에서 주관하는 사회봉사 활동이나 공익 목적의 활동에 참여하는 경우. 셋째, 기타 복무기관의 장이 부득이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이다.

겸직허가서를 작성하기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구직하고 나서,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제도도 공익근무요원들이 이용하기 쉽지 않다. 이미 아르바이트에 구직 되었다가, 허가받지 못해 해당 업장에서 근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공익근무요원들을 더 당황스럽게 하는 것은 세 번째 규정이다. 이 규정은 복무기관장의 자의적인 해석의 여지를 두고 있어, 공익근무요원의 겸직을 좌지우지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소집해제한 C씨는 생활비를 스스로 마련하고 학자금대출을 직접 상환하기 위해 겸직허가를 요청했고, 복무기관의 담당자는 이를 수용했다. 반면 같은 이유로 겸직을 신청한 A씨는 담당자로부터 원칙에 부적합하다는 답변만 들었을 뿐이다. 

공익근무요원의 월급만으로 한 달을 생활할 수 있을까. 공익근무요원의 복무관리규정 제41조에 따르면, 공익근무요원의 급여는 공무원보수규정 제 5조 별표13(보기군인의 봉급표에 근거하여 지급된다. 공익근무요원에게 근무지에서 지급되는 총급여는 월급과 근무일 수에 따른 식비, 교통비를 합한 금액과 기타 근무에 따른 여비가 포함된다. 식비와 교통비, 기타 근무에 따른 여비를 제외하고 실질적으로 공익이 받는 급여는 군인의 월급과 전혀 다르지 않다. 매일 9시부터 6시까지 근무를 하고 지급 받는 월급이란 고작 10만 원 내외이다. 규정상 겸직을 할 수 없는 공익은 ‘10만 원이라는 금액으로 한 달을 생활해야 한다. 이는 공익이 퇴근 후에 집에만 앉아서 인터넷을 하며 간식을 사 먹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부모님에게 매달 수십만 원을 용돈으로 받는 경우나 한 달 동안 약 10만 원이라는 금액으로 모든 자기 생활을 충족하는 기적을 행할 수 없는 대부분의 공익은 겸직이 공식적으로 허가되지 않더라도 아르바이트를 선택한다. A씨나 B씨의 경우처럼 4대 보험에 가입되지 않는 환경에서 근무하거나, 당일 근무에 해당하는 급여를 현금으로 지급 받아 병무청의 감시망을 피하는 방법을 통해 생활비를 마련한다. 즉 공익근무요원의 겸직 허가가 원칙이라는 이름의 엄격한 기준으로 결정되는 만큼, 공익근무요원들은 병무청과 해당 근무지의 눈을 피해 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도록 방치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병무청에서 공익근무요원의 겸직을 가능한 한 제한하는 이유는 그들이 복무지에서 충실하게복무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현실은 병무청의 의도에 부합하지 않는다. 다수의 공익근무요원은 현실적으로 필요한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병무청과 담당자의 눈을 피해 아르바이트를 한다. 오히려 병무청의 겸직에 대한 강력한 제재의 효과는 미미하고, 공익근무요원들에게 피로감을 가중시켜 복무에 충실하지 못하도록 한다. 겸직을 통해 생활비를 마련해야 하는 공익근무요원과 이에 원칙만 고수하며 불허하는 담당공무원 사이에 마찰이 빚어지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물론 공익근무요원을 비롯하여 다른 대체복무를 하는 보충역들과 상근복무자들에게 무분별하게 겸직을 허가할 수는 없다. 다만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가계의 경우에만 겸직을 허가받을 수 있다는 식의 엄격한 잣대는 보충역들이 근무지에서의 복무에만 충실하기를 바라는 병무청의 의도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나아가 공익근무요원에게 스스로 원하는 생활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박탈하는 것이다. 공익근무요원들은 공익 근무 이외에 본인의 생활을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을 보장받아야 한다. 한 달 월급이라는 명목으로 받는 ‘10만 원이라는 금액은 그런 여건을 결코 제공할 수 없다. 

지난해 12월 진보신당은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는 이들에게 최저임금에 준하는 보수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사병들의 보수를 인상하는 것이 대다수 청년의 삶과 관련된 군 문제를 복지와 인권의 관점으로 풀기 위한 시작이자 군가산점을 대체할 수 있는 병역 문제의 또 다른 해법일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역병과 보충역의 형평성의 문제 해결과 겸직으로 인한 보충역의 복무 부실을 방지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 역시 그들에게 적어도 최소한의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이미 현재의 사병 보수체계가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당시 헌법재판소가 만장일치로 합헌을 결정한 근거는 병역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비교적 단기간 병영 생활을 하는 것이고, 의식주에 필요한 비용 역시 국고에서 지급되고 있다"는 점 등이었다.

 

5678 도시철도 공익근무요원 포스터 ⓒ 병무청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