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채용이 사실상 기존 직원의 재계약 과정으로 비춰져, 취업준비생들 혼란
tbs측에서는 계약 기간 5년이 지난 직원은 ‘신규채용 대상’이라고 해명.


2013년도 tbs 공개채용에서 ‘지방전임계약직공무원 라급'에 지원한 A씨는 면접에서 큰 충격을 받고 돌아왔다. 면접을 같이 본 다섯 명의 지원자 중, 신규 지원은 A씨 혼자였고, 나머지 네 명은 전부 tbs 직원이었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전부 “저는 tbs OO부서에서 근무중인 OO입니다. 어떤 보직을 맡고 있고 tbs에 기여를 해왔고…”이런 식의 자기소개를 했다. 면접관들 역시 “tbs 현업에서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를 물어봤다. A씨는 면접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

A씨는 면접 질문과 답변이 사전에 맞추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현직에 있는 직원들이 준비한 답변은 책에서나 볼 수 있는 문어체의 단어로 구성되어있고, 면접관이 요청한 질문에서 일절 벗어남이 없었다.” 결국 A씨는 공채에서 떨어졌다. 면접 3일 후에 합격자들에게 개별통지가 이루어졌으나, 그는 연락을 받지 못했다.
 

ⓒ인권재단 사람

 


계약직 신분인 tbs 직원, 공채가 직원 재계약의 수단?

tbs는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산하기관으로서, 직원들은 지방전임계약직공무원 신분으로 일하고 있다. 지방전임계약직공무원은 가~마급으로 구성되어있고 채용기간은 최대 5년이다. tbs 채용공고에서도 "최초 계약기간은 채용계약일로부터 3년 내로 하며, 근무실적 우수 시 총 근무기간 5년 범위 내 연장 가능함"으로 적혀있다.

언론인을 꿈꾸는 사람들의 모임인 카페 <아랑>에서는 tbs 채용과정이 사실상 기존직원 재계약을 위한 요식행위가 아니냐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A씨와 마찬가지로 tbs의 기존 직원들과 함께 면접을 봤고, 결국 최종합격자도 기존 직원이 되는 걸 봤다는 사람이 상당수였다. 그들은 “기존 직원들 재계약 하는데 들러리가 된 것이다”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3명이 같이 면접을 봤는데 그중 현직 기자가 한 명 있었고, 결국 그 사람이 최종합격자로 발표난 것을 보았다.” 2011년 기자직(라급)에 지원한 B씨 역시 면접장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현직 기자가 면접을 안내하는 사람과 농담을 주고받는 광경을 보고 황당함을 느꼈다.

B씨는 “한 조가 되어 면접을 봤던 지원자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면접이 끝나고 약속이나 한 듯이 서로 “이거 좀 이상하지 않나요?”라고 물었고, 그는 B씨에게 “들러리로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며 “우리 둘 다 떨어지고 현직 직원이 붙을 거다. 여기 말고 더 좋은 곳으로 가자”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와 같이 기존 직원과 신규 지원자가 같이 면접을 보는 상황에 대해서 tbs 측에서는 “지방전임계약직은 5년이 지나면 tbs와의 계약 기간이 끝난다. 기존 직원들도 채용 시험을 보지 않으면 계속 일할 수가 없어서, 같이 시험을 보는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즉, 기존 직원들 또한 채용 시험을 거쳐 재계약을 해야 하는데, 그 과정 속에서 오해가 생겼다는 말이었다.


오해가 생길 수밖에 없는 불투명한 채용 과정

tbs를 지원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tbs가 ‘기존 직원’까지 채용대상에 넣는다는 사실을 알 수가 없다. A씨는 면접을 보기 전까지는 구체적인 tbs 채용정보가 없었고, 오히려 tbs 입사후기를 보면서 “합격하지 못한 사람들이 악의적인 소문을 퍼트린다”고 생각했다. B씨 또한 tbs 공채에 대해서 사전 정보 없이, 신입 직원을 뽑는 줄 알고 지원했다. 대부분은 일반적인 공채처럼 ‘신입직원’을 채용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불투명한 채용제도 때문에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돌아다니기도 한다. 가~마급을 전부 채용공고를 내놓고는 정작 신규 채용이 어느 급에서, 몇 명이 이루어지는지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아랑>이나, tbs를 지원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마급만 신규채용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tbs 측에서는 “저번 채용에서는 라급도 신규 채용이 있었다.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취업준비생들이나 이직을 준비하는 경력직들이 혼란을 겪는 것은 당연하다. 올해 채용공고가 <아랑>에 올라왔을 때도 “이번에 신규채용하는게 맞느냐”는 댓글들이 많았다. 이에 대해 채용공고를 직접 올린, tbs 직원으로 추측되는 사람이 "다수가 신규충원이다”라는 모호한 답변만 남길 뿐이었다.

게다가 신규 지원자와 기존 직원과 같이 면접을 보니 필연적으로 불만이 터질수밖에 없다. A씨의 말에 따르면, 면접관들은 “ㅇㅇ야 떨지말고 해”라면서 사적인 언행을 하기도 하며, 어떤 상사와 일하고 있는지도 물어본다고 한다. 이미 면접관과 지원자가 개인적으로 알고 있다는 것부터가 ‘공개 채용’의 일반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있는 상황이고, 신규지원자들이 보기엔 공정함을 완전히 잃은 ‘짜고 치기’로 비춰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2013년 4월에 올라온 tbs 채용 공고. tbs 인사 담당자에게 채용 인원 21명 중 몇 명을 신규채용했는지 물었으나, tbs측에서는 "tbs내부의 일이라 알려줄 수 없다"라고 답했다.



당장 정규직화 힘들면, 채용 제도를 개선해야

궁극적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모든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된다. 그러나 tbs측에서는 “tbs 직원은 행안부 예규와 대통령령에 따른 지방계약직공무원 규정에 따르기 때문에 현 체제에서는 변화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 문제에 대해 tbs 내부뿐만 아니라 성경환 tbs 사장 역시 고민이 많은 듯 했다. 그는 <미디어 오늘> 인터뷰에서 “tbs직원들은 5년에 한 번씩 계약을 하기 때문에 신분의 불안과 그에 따른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독립 법인화‘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루아침에 독립 법인이 될 수는 없다. tbs는 박원순 시장의 당선을 계기로 독립 법인으로 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는 기대를 품었으나, 아직 본격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상태다. 결국 당분간은 현행 체제를 유지하고, 지방전임계약직공무원으로 채용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만약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채용 방식을 유지할 경우, tbs는 계속해서 신규 지원자들을 기만하는 셈이 되고, 언론사 지망생들에게 tbs의 이미지는 날로 추락할 수밖에 없다. A씨와 B씨는 신규 지원자와 기존 직원이 같이 동일한 채용 과정을 거치며, 재계약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신규 지원자가 들러리를 서게 되는 채용 방식은 고쳐져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지적한다.

5년 동안의 계약이 끝난 직원들과, 신규 지원자들을 분리하여 채용을 진행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내부적으로 재계약을 원하는 직원들을 조사해서, 채용 공고전에 ‘신규 채용 인원만' 급별로 몇 명인지 공지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