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만의 부활이다. 15일 삼성전자는 19년 만에 공채 서류전형을 다시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995년 삼성은 ‘열린 채용’을 실시하면서 서류전형을 폐지했다. 학점, 어학 성적 등의 기본 조건만 충족시키면 삼성직무적성검사(SSAT)를 누구나 응시할 수 있었다.

이번 삼성 상반기 공채부터는 서류전형을 통과해야 SSAT를 응시할 수 있다. 동시에 ‘총, 학장 추천’과 ‘찾아가는 열린 채용’ 제도가 도입된다. 삼성이 채용 개혁을 단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삼성의 현황과 전문가의 견해를 중심으로 삼성의 채용 의도를 알아보았다.

SSAT 사회적 비용 줄이기 위해? 지원자 변별하려는 것

15일 이인용 삼성 커뮤니케이션팀장은 “한해 20만 명이 SSAT를 보는데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채용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고 말하며 서류전형 도입의 취지를 설명했다. 삼성이 말하는 사회적 비용은 무엇일까.

삼성의 서류전형 도입은 인사 채용의 변별력을 기르기 위한 것이다. 취업 컨설턴트 윤모씨는 SSAT 학원 및 기출 문제의 보급에 따라 SSAT가 인재 판별의 효력을 잃었음을 지적했다. 윤모씨는 “많은 기관에서 SSAT를 연구하고 지원자에게 정답을 알려주다 보니 실력의 평준화가 이루어졌다. 지원자가 삼성에 맞는 인재인지 판단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또한 윤 씨는 “(기존 채용 제도를 통해) 선발된 사원의 평가가 좋지 않았을 수 있다. 내부에서 성과 평가를 했을 때 좋은 아웃풋을 못 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류전형의 도입엔 삼성 내부에서 소모되는 비용 절감의 목적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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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생 ‘찾아가는 열린 채용,’ 높은 이직률 해법 찾아가는 채용

삼성은 ‘찾아가는 열린 채용’ 제도 도입을 통해 지방대생 채용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지방대생에 호의적인 채용 계획은 단순히 지방대생의 저평가된 역량을 재고하기 위함만은 아니다. 지방대생 채용이 삼성의 높은 이직률의 해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의 이직률이 높다는 것은 암암리에 알려져 있다. 신현만 커리어케어 대표이사는 저서 ‘회사가 붙잡는 사람들의 1% 비밀’에서 삼성의 고충을 밝힌 바 있다. 신 씨는 "삼성이 제공하는 양질의 연수 교육과 철저한 업무 교육을 거쳐 훌륭한 인재로 성장한 3년차, 4년차들의 이직률은 상상 이상이다"라고 밝혔다.

삼성의 높은 이직률의 원인 중 하나는 지방 근무에 대한 부담이다. L 기업 인사 담당자 이 씨는 “서울에 살던 사람들은 지방 근무를 꺼려하는 경우가 많다. 문화생활 등 여러 혜택으로부터 멀어지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윤 씨 역시 “삼성 공장이 지방에 있다. 지방 인재 선발 확대는 지역에서 오랫동안 근무할 수 있는 이들을 선발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서류전형을 통해 지방대생 선발을 확대하지 않고 직접 인터뷰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윤 씨는 “지방대생의 서류 통과율이 너무 낮다. 서류전형을 대체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 지방대생 선발을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총학장 추천제, 선배 실적에 달려있다

삼성은 200여 개 대학의 총장과 학장의 추천을 받아 인재를 선발하는 ‘총학장 추천제’를 도입한다. 삼성 측은 “평소 학업과 생활에서 우수한 학생을 우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선발 인원은 해당 학교 졸업생의 삼성 입사 실적에 따라 배정할 계획이다.

이 씨는 삼성 입사 실적에 따른 선발 인원 배정이 “선배의 기여도에 대한 보상을 후배에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씨 역시 “선배들이 얼마나 잘 했는가를 보려는 것일 수 있다. 특정 학교 출신이 내부적 문제를 일으켰을 수 있다. 모 대학 출신자 중 조직에 적응하지 못한 자가 많았다면 해당 학교를 선발에서 제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선배의 실적 부진이 후배의 가능성을 부당하게 저평가할 여지를 줄 수 있다.

삼성의 채용 제도 변화는 사회적 비용 절감이라는 대의보다도 삼성의 실익 추구에 있다. 바뀐 채용 제도는 지방대생과 학업우수자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서류전형이라는 또 하나의 바늘구멍과 여건이 좋지 않은 지방 근무, 선배 실적에 따른 저평가 등은 여전히 취업준비생의 몫이다. 삼성이 말하는 대의의 일장일단을 살필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