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19일 이화여대 프랑스어 수업에서 한 학생이 시험시간에 영어 시험지를 요구했다. 이화여대 불문과에서는 한국어에 능숙하지 않은 학생들을 위해 영어 시험지를 배부하는 것이 일종의 관례였다. 

당시 시험 담당이었던 남봉순 씨는 학생이 한국말로 영어 시험지를 달라고 하자, 한국어가 서투른 학생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영어 시험지를 주지 않았다. 학생은 다음날 학교에 남 씨가 시험을 못 치르게 했다고 항의 메일을 보냈고, 남 씨는 곧 해고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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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불문과의 ‘영어 시험지 배부’는 과거에도 몇 번이나 제기된 문제였다. 영어와 프랑스어는 통사구조가 유사하므로 영어로 시험지를 배부하면 학생들이 문제를 풀기가 더 수월하고, 사실상 답을 베끼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남 씨는 트위터를 통해 “한국어를 모르는 외국인 학생들에게 영어 시험지를 나눠주는 것이 관행은 아니다, 한국어 문제가 있는 학생들에게 나눠주라고 모 교수에게 지시를 받았을 뿐이다”며, “과거 영어 시험지 배부가 부당하다는 학생들의 의견에 본인도 동의해 부당함을 제기했지만 무시당하고 시행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간 강사 11년 차인 남 씨가 항의 메일 후 단 2주 만에 해고당한 것 역시 충격적인 일이었다. 그는 이화여대에서 ‘우수 강의 표창’을 두 번이나 받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기말고사 후 교무회의를 통해 2주 만에 남 씨의 해고는 결정지어졌고, 그 사실을 이메일로 통보받았다. 

이화여대 김모 씨(불문과 3)는 “남 교수님은 학생들을 아끼는 교수님이라고 평판이 좋았다”며 “학생들 대다수가 남 교수님은 부당해고 당한 거고, 갑(대학)의 횡포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남 씨의 갑작스러운 해고는 이화여대 측의 시간강사에 대한 부당한 대우와 연결 지어졌다. 남 씨가 시간강사가 아니면 어떻게 11년 동안 교단에 선 선생을 내쫓을 수 있겠냐는 것이다. 또한, 갑작스러운 해고 과정에서 받은 폭언과 모욕으로 남 씨는 현재 소송을 제기한 상태이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학생은 영어 시험지를 배부받을 것을 예상하고 수업을 수강한 것이고, 남 교수의 자의적인 해석으로 인해 피해를 받았다”며, “남 교수에게 해명 기회를 줬지만,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재발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다음 학기 수업을 주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난 3월 19일에는 ‘이화여대 불문과 부정시험, 성적조작, 부당해고, 시간강사 인권유린 등에 대한 기자회견’이라는 이름으로 고소 진행사실과 이화여대의 부당한 처사에 대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질의응답을 가졌다. 진행 과정에서 이를 막으려는 학교 측과 약간의 충돌도 있었다.

현재 남봉순 씨는 이화여대 앞에서 1인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4월부터는 그를 지지하는 이화여대 학생들과 고려대, 성균관대와 같은 타 학교 학생들도 참여할 예정이라 이화여대 불어불문학과를 둘러 싼 논란은 쉬이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