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구조조정 바람이 ‘또 다시’ 불기 시작했다. 서울 중랑구에 위치한 서일대학교 예체능계열의 문예창작과‧사회체육골프과‧연극과의 이야기다. 3월 21일 문예창작과와 사회체육골프과가 폐지된다는 사실이 알려진데 이어 23일엔 연극과 역시 당장 2015년부터 신입생을 받지 않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학교 측은 “2016년까지 학생수의 7%를 감축해야 하고 2018년까지는 취업률 70%를 달성해야 하기 때문에 취업률이 낮은 예체능계열을 정리하게 됐다”고 입장을 밝혔다.


학생들의 반발과 언론 보도가 이어지자 서일대 측은 학과 폐지가 아닌 학과 통폐합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이 과정에서도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예체능계열의 문예창작과를 공업계열의 미디어출판과와 통합하는 등 모순적인 미봉책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준호 문예창작과 회장은 “미디어출판과는 책을 만들고 우리는 글을 쓴다. 과의 속성이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통폐합 과정에서 모집 인원이 급격히 줄어드는 것 또한 문제다. 학교 측의 통폐합 안에 의하면 현재 각각 40명의 신입생을 모집하는 두 학과는 당장 내년부터 절반인 20명씩을 모집해야 한다.


서일대 문예창작과 학생들이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예술가, 안녕들하십니까 페이스북

서일대 문예창작과 학생들이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예술가, 안녕들하십니까 페이스북


폐과와 통폐합 논란이 계속되는 동안 정상적인 대화를 거부하는 학교 측의 태도 또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학교 측이 폐지 소식을 전한 것은 학생들이 거의 학교에 남아있지 않은 금요일(21일) 오후였으며 그 후 지금까지도 학교는 학생 측의 면담 요구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예체능계열 구조조정이 서일대의 문제로만 일단락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오세곤 전국예술대학‧학회총연합회 의장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서일대가 시작일 뿐이다. 학교 구조조정이 본격 시작되는 올해부터 예술계열 학과의 폐과 바람이 불 가능성이 높다. 일반 대학과 달리 전문대학의 경우 (교육부) 차관이 대놓고 ‘전문대는 예체능계를 키우는 대학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상태라 더욱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일대 재학생들의 주장처럼 예술은 숫자로 설명되는 것이 아니다. 문예창작과 연극 등의 순수예술을 취업률이라는 단순한 잣대로 재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들에겐 글을 쓰고 연극을 하는 것이 취업보다 더 큰 목적이고 행복이다.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정책과 학교 당국의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태도는 모두 예체능계열의 진정한 목적을 인지하지 못한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