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산솔새 (31)

sns로 세상을 본다는 것은 자신이 ‘편집한 세상’을 보는 것이다

2012년 4월 11일 자정 무렵, 손바닥 반의 반도 안 되는 블랙베리 화면 안의 트위터 타임라인은 그야말로 ‘멘붕’에 ‘멘붕’을 거듭하고 있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내 타임라인’이라고 해야겠다. 분명 이기는 게임이었다. 아니, 이긴 게임이었고, 내 타임라인에서 쟁점이 되던 것은 더 확실히 이기려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한다, 뭐 이런 얘기들이었다. 투표율 70% 넘으면 옷을 벗겠다느니 수염을 자르겠다느니 춤을 추겠다느니 하는 이야기들도, 사실상 이미 우리가 이긴 게임을 축하하고 즐기는 의미가 아니었던가. 설마 이렇게 질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민심을 우리가 안다고 생각했다. sns내의 민심은 우리가 이긴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내 타임라인과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난’ 총선 결과 사..

농담과 농담 - 박정근을 석방하라

밀란 쿤데라의 에 등장하는 루드빅은 시덥잖은 농담이 적힌 쪽지를 잘못 건넨 뒤, 처절하게 곤두박질친다. 스무살 대학생인 루드빅은 방학 동안 자신과 함께 프라하에 남는 대신 공산당 연수를 떠나버린 마르케타에게 다음과 같은 쪽지를 보낸다. “낙관주의는 인류의 아편이다! 건전한 정신은 어리석음의 악취를 풍긴다! 트로츠키 만세! 루드빅.” 시종일관 진지한 마르케타를 놀려주기 위해 일부러 도발적으로 적은, 그리고 자신과 함께 방학을 보내지 않은 데 대한 유치한 투정이 섞인 세 마디의 농담은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는다. 루드빅은 이 일로 인해 당에서 축출당하고, 학교에서도 쫓겨났으며, 함께 운동을 하던 친구들에게서도 외면당했다. 그리고 정치범으로 분류되어 광산 작업에 동원된다. 그가 프라하로 돌아온 것은 그로부..

솔로를 비웃지 마라 - 커플 권하는 사회

남자친구 있어? - 아뇨, 아직 없는데요. 그럼 내가 소개팅 해줄까? - 아, 전 소개팅 같은 건 좀 싫어서......괜찮아요. 어머, 얘, 너 그러다 연애 계속 못 한다? 혹시 너 남자친구 사귄 적 한 번도 없어? 얼마 전 학교 카페에서 옆 테이블에 앉은 여자 두 명의 대화를 들었다. 사실 특별할 것도 없는 이 대화,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지 않은가? 다들 한 번쯤은 누군가에게 ‘여자(혹은 남자)친구 있어?’, ‘소개팅 할래?’ 와 같은 질문을 해 본 적도, 그리고 질문을 당한 적도 있을 것이다. 아무렇지 않게 건넨 이러한 질문들에서 우리 안에 ‘커플’이 얼마나 ‘당연한 상태’로 생각되고 있는지 새삼 느낀다. "그럼 지금 서로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서 짝을 짓는 행태가 당연하지 않다는 건가요?" 아니..

우리의 '봉사 활동'에 돈을 지불하라

보통 우리나라의 20대들은 비록 비자발적인 형태였을지라도 - 생활기록부의 공란을 채우기 위해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봉사활동을 한 경험이 있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종교단체에서 운영하는 시설에 봉사활동을 하러 갔다가 원치 않는 신앙 활동을 강요받았다거나, 하루 종일 봉투에 풀만 붙이다 왔는데 알고 보니 그걸 갖다 파는 거더라, 하는 식의 어이없는 경험 하나쯤은 다들 갖고 있는 것이다. 봉사활동을 하러 가면서도 여기가 도대체 뭐하는 곳인가, 싶은 찜찜한 단체들도 많이 있는 상황에서, 내가 지금 하고 있는 봉사활동은 서울시에서 확실히 관리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수한 편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나는 작년부터 서울시와 서울시자원봉사센터에서 주관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교육 봉사를 하고 있다. 아,..

[자취왕] 꽁꽁 얼려버리자 냄새나는 그것!

발자취: 자취왕님, 식사 하셨어요? 자취왕: 그럼, 자취왕은 끼니를 거르지 않는다. 자취생일수록 건강을 챙겨야지. 자취방에서 혼자 있는데 영양실조로 쇼크라도 와 봐, 누가 들여다보겠니. 삼 시 세 끼 밥 먹는 것은 장수의 첫 걸음이란다. 발자취: 역시 왕다우세요. 그치만 혼자 먹는 밥은 정말 맛이 없네요. 자꾸 잘 안 먹게 돼요. 아, 정말 싫은 건 이렇게 혼자서 이렇게 조금밖에 안 먹는데도 음식물 쓰레기는 생긴다는 거에요. 음식물 쓰레기양이 많은 것도 아니고 조금씩 찔끔찔끔 나오니까 봉투 하나 채우는데도 너무 오래 걸리고. 요즘 날이 따듯해지니까 날파리도 생기고 냄새도 나고, 정말 음식물 쓰레기 무서워서 집에서 밥을 못 먹겠어요! 자취왕: 그래, 나도 한 때 그런 고민을 한 적이 있지. 정말 음식물 쓰..

[이슈0415] 뉴타운계획수정/농협시스템삭제/신라호텔한복거부/성범죄자신상공개

뉴타운 계획 전면 수정 사업 파행과 투기 조장 등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뉴타운 사업이 전면 수정될 예정입니다. 서울시는 40여년간 이어진 전면철거 방식의 주거정비사업에서 탈피, 앞으로 생활권 단위 지역의 특성과 인근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방식의 주거정비사업을 펼치는 '신주거정비 5대 추진방향'을 14일 발표했습니다. 우선 뉴타운 지구로 묶여 있지만 노후가 심하지 않아 재개발 우선 순위에 밀려 있는 존치지역에 대한 일률적인 건축허가 제한을 주민들이 원할 경우 풀어주기로 했습니다. 낙후지역을 갈아엎고 획일적인 아파트 단지를 짓는 재개발, 재건축 정비예정구역의 신규지정을 중단하고, 장기적으로는 제도 자체를 폐지하기로 했습니다. 또 앞으로는 뉴타운, 재개발, 재건축 사업을 주거지종합관리계획으로 통합해,..

[자취왕] 참을 수 없는 벽 너머의 당신의 소리

자취왕: 오늘은 또 왜 이리 축 처져있는가? 발자취: 자취왕님. 저...흑흑...... 자취왕: 아니, 나 별 말 안했다? 갑자기 왜 또 찔찔대. 뭐가 문제야, 또? 혹시 친구들이랑 너무 떠들고 놀아서 주민들한테 신고 당했냐? 발자취: 아뇨, 그럴리가요! 자취왕님께서 저번 주에 일러주신 대로 잘 처신해서, 이제 애들은 집에서 칫솔 들고 다 나갔어요. 친구들이 이제 집에 안 오니까 너무 조용하고 좋더라구요. 진짜 이제 사람 사는 것 같이 살겠구나, 싶고. 그런데 전 그동안 몰랐던 거에요, 옆집에 막 사랑을 시작한 연인이 산다는 걸...... 제 방이 그 동안 시끄러워서 안 들렸던 소리가 이제 너무 잘 들려요. 밤이고 낮이고 듣고 싶지 않은 여러 소리가...... 집 안에 도저히 오래 있을 수가 없네요. 제..

[자취왕] 친구가 너무 많이 찾아와요!

자취왕: 에그머니나, 너 꼴이 그게 뭐냐? 발자취: 예? 왜요? 자취왕: 며칠 새에 폭삭 늙은 것 같구만. 거 뭔가 꼬질꼬질해보이는 것이... 냄새도 좀 나는 것 같고...... (소근소근)너 무슨 병 있는 건 아니지? 발자취: 아, 무슨 소리세요! 그냥 전 잠을 좀 못 잤을 뿐이에요. ......흑흑, 자취왕님, 진짜 이것 때문에 미치겠어요. 전 자취만 시작하면 이제 대학생활이 필 줄 알았어요. 통학하느라 모자랐던 잠도 충분히 자고, 시간이 많으니까 과제도 잘 해가고! 친구들이랑은... 그래요, 아주 조금만 놀려고 했던 건 인정합니다. 그래도 이건 너무하잖아요! 자취 시작한 지 일주일만에 왜 혼자 사는 집 화장실에 칫솔이 10개나 되는 건데요?! 이제 더는 못 참겠어요, 제 방을 학교 앞 공식 숙소+유..

[이슈0401] 심야버스성추행/신공항백지화/안전띠착용/군대내동성애

* 매일 아침, 하루 전 있었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중요한 이슈들을 모아서 브리핑하는 '데일리 20대 이슈' 코너입니다. 20대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던 이슈들, 그리고 그것에 대한 고함이들의 다양하면서도 날카로운 짤막한 생각들을 함께 볼 수 있습니다. '짤막한 이야기'에 함께 참여하고 싶은 20대들은 editor@goham20.com으로 간략한 자기소개와 함께 신청 메일을 보내주세요! 심야 고속버스 내, 성추행 빈발 "CCTV 설치 요구" 고속버스내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성추행 예방을 위해 CCTV설치 등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한국교통연구원과 여성정책연구원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여성 중 25.6%가 버스에서 성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는데요, 전문가들은 성추행이나 성폭력 경험을 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