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함20의 새로운 연재! [오늘의 법안]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일하는 편의점 알바생, 육아휴직 걱정에 발만 동동 구르는 20대 신혼 부부, 구직난에 허덕이고 있는 청년들. 일상에서 쉽게 겪을 수 있는 크고 작은 불편, 부당함들에서 20대를 보호해줄 청년 법안, 얼마나 알고 계세요? 어려운 단어에 일색에, 이해하기 힘든 딱딱한 문장에 겁부터 나신다구요? 걱정마세요, 고함20이 있잖아요! 고함20은 매주 금요일, 현 19대 국회에 계류 중인 청년관련 법안에 대해 알아보고 비평을 하는 [오늘의 법안]을 연재합니다.


‘취업’에 ‘취’ 자만 나와도 부르르 몸을 떠는 이들, 역시나 이십대다. 대학을 졸업한 뒤 ‘갈 곳을 잃은’ 이들은 황급히 어떤 일자리든 잡고 보자, 하는 마음가짐이 되기 십상이다. 돈은 없고 놀고 있을 수는 없으니 진로와 얼추 맞으면 기간제 근무 공고라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것이다. 아르바이트와 함께 단시간 근무를 ‘뛰는’ 이십대도 적지 않다. 정규직의 문턱은 너무 높고 구멍도 좁기에, 엄연한 ‘비정규직’으로 직업 전선에 뛰어드는 이십대의 모습은 낯설기는커녕 너무 만연해서 좌절할 틈도 없어 보인다.



기간제근로자와 단시간근로자는 비정규직, 차별받기 십상

그렇다. 기간제 근로와 단시간 근로직은 비정규직에 속한다. 기간제 근로자는 기간이 정해진 근로 계약(일반적으로 2년을 넘지 않음)을 체결한 근로자다. 또 단시간 근로자는 해당 사업장에서 같은 종류의 업무에 종사하는 일반적인 근로자에 비해 1주일간 근로시간이 짧은 근로자를 뜻한다. 단순하게는 기간제 인턴(그러나 인턴이라는 표현이 정확한 것은 아니다), 혹은 수개월 계약직 아르바이트 등 청년들에게 익숙한 근로직이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겠다.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이들을 불합리한 근로 조건으로부터 보호하고 차별적 처우를 방지하기 위한 법률이다.

19대 국회에서 9월 이전까지 계류 중인 청년 관련 법안은 대략 55개이며, 그 중 근로 및 고용에 관련된 법률이 21개다. 정책 입안자들의 입장에서 일자리 가뭄과 경제 불황에 대한 대책이 꽤 높은 비중으로 고려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중에서 기간제 근로자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단법) 일부 개정 법률안 2개를 짚어보고자 한다. 주변에서 익히 볼 수 있는 사례 2개를 통해 실태와 개정안을 살펴보자.



임금 및 부당한 대우 관련 차별시정요구에 대한 대책은?

예시 1)
기자가 되는 것이 꿈인 김씨(27세)는 대학을 졸업한 동시에 이름난 모 언론사에서 기간제 근로자로 1년간 일하게 되었다. 업무 경험도 쌓고, 실제 언론사의 정황도 몸으로 느껴보고 싶어 패기 있게 자원했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 그는 후회막심이다. 계약서에 쓰인 대로 기사 작성 보조업무를 한다기보다는 장비 나르기 등 온갖 잡다한 일들이 그에게 맡겨졌고, 낑낑대며 일하다 보면 야근하기 일쑤였다. 열시 넘어 퇴근하는 일이 다반사였지만 초과 근무 수당은 지불되지 않았고, 일손이 필요하다며 걸핏하면 토요일에도 불러내곤 했다. 그러나 김씨는 속앓이만 하며 열심히 일하고 있다. 그래야 ‘이 바닥’에서 밉보이지 않을 수 있고,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주위에 많다는 것을 알기에 체념하고 마는 것이다. 그가 너무도 일하고 싶어 했던 이 언론사 측에서 후일 재계약해주지 않을까봐 두렵기도 하다.

기간제 고용이 최근까지 확산되면서 고용불안과 임금 등에서 차별이 두드러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기간제 근로자나 단기 근로자의 경우 고용상 지위 자체가 불안정하기 때문에 고용과 차별에 대해 위의 김씨처럼 시정을 요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재계약을 거부당하지 않을까 하는 위험부담이 있기 때문에 피해를 받아도 차별시정 신청을 꺼려하고 있어서 실질적인 구제 조치가 미흡한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30일 기단법 일부 개정법률안(1900014)에서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차별시정을 신청하려는 기간제근로자 또는 단시간근로자가 소속된 사업장 내의 기간제 근로자 또는 단시간근로자 중 지정한 대표자 또는 가입된 노동조합으로 하여금 신청하게 할 수 있도록 함(안 제9조제5항 신설).

위 제안은 임금이나 부당한 근로조건에 의한 차별 대우를 받을 경우, “부당합니다. 시정해 주세요!”라는 목소리를 낼 때 개인보다는 대표자나 노동조합이라는 기구를 통해 내자는 제안이다. 이 규정은 의미 있는 제안으로 보인다. 노동조합과 같이 대표성을 띠는 조직에서 목소리를 낸다면 개인 차원의 차별 시정 요구보다 의제화도 잘 될뿐더러 신속한 처리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노동조합 측에서 별도의 관리 부서를 두는 등 적극적인 시도를 한다면 개인별로 시정요구를 할 때보다 보다 더 공식적으로 여건이 개선될 수 있다. 문제를 양성화하고 공론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제안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우려스러운 시각도 존재한다. 차별 시정이 사용자에게 직접 요구해야 하는 것이라면 ‘대표자’의 존재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미션을 수행하는 쥐의 입장과 무엇이 다르냐는 것이다. 이 점에서 과연 차별시정 신청에 실효성이 있는지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정규직 노동조합의 경우에 비정규직인 이들의 목소리까지 대변해줄 수 있을지도 확언하기는 어렵다. 이 점을 유의하여 개정안을 구체화한다면 통과되었을 때 충분히 김씨처럼 차별 받는 상황이 나아질 수 있으리라 본다.




초과근무로 인한 불합리한 차별을 받았다면?

예시2)
작년에 대학을 졸업한 이씨(25)는 대학원을 외국으로 가기 위해 스스로 자금을 마련하기로 했다. 영문학을 전공하여 영어 과외를 할 수 있었고, 그 시간 외에는 정규직보다 조금 덜 일하는 단시간 (계약직) 근로자로 한 대형 영어학원에서 일하게 되었다. 이씨의 목적은 생활비와 더불어 1년간 모은 돈으로 유학길에 오르는 것이었다. 그런데 두 달 전에 계약서에 쓰여 있는 1년이라는 기간이 지났는데도 학원 측에서는 아무 말이 없다. 임금을 더 주겠다는 약속을 빌미로, 그리고 ‘떠나보내기 아까운 훌륭한 인재’라는 이유로, 그녀는 여전히 ‘단시간 기간제 근로자’라는 이름표를 떼지 못한 채 학원에 발이 묶여 있다. 쉽게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는 불확실성 때문이다. 유학을 가서 잘 버틸 수 있을지, 조금이라도 돈을 벌며 생계를 꾸리는 게 맞는지 고민이 되기 시작한다.

이씨와 같은 상황에 있는 이십대는 매우 많을 것이다. 회사 측에서 계약된 시간이 초과해도 정규직으로 전환해주지 않고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임금 등에서 차별을 받게 되는 이러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 7월 3일 기단법 일부개정법률안(1900468)에서는 다음과 같은 조항이 제안되었다. (가~차 조항 중 발췌)

라. 기간제근로자의 고용기간은 1년으로 하되, 사용사유에 해당하지 않거나 사용사유가 해소된 뒤에도 사용하거나, 1년을 초과하여 근로를 하는 경우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간주함(안 제4조제2항).

마. 기간제근로자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간주될 경우, 근로조건에 대하여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거나 종사하였던 근로자가 있는 경우에는, 근속년수에 비례하여 그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근로조건을 적용함. 만약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거나 종사하였던 근로자가 없는 경우에는 무기계약직과 같은 변종 근로형태로 전환되지 않도록 근속년수에 비례하여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들에게 적용되는 근로조건 중 최저수준 이상을 그 근로조건으로 하도록 함(안 제4조제3항 신설).

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의 전환, 통상근로자의 전환 등에 대해서는 노력규정에서 강제규정으로 전환하여 기간제 남용을 방지하도록 함. 특히 단시간근로자가 법정 근로시간 내 근로를 강요받는 경우가 많아 이를 시정하고자 단시간근로자의 초과근로에 대하여 할증임금을 도입함(안 제5조, 제6조제3항 신설 및 제7조).

이 제안들은 모두 기간제근로자의 초과근무에 대한 피해를 막기 위해 고안되었다. 이 밖에도 기간제근로자의 사용 사유를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조항도 제안되었다(안 제4조제1항). 이 때, 위의 개정안에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란 무기(無期)계약직이 아닌, ‘정규직’ 혹은 ‘일반직’과 유사한 단어라고 보면 된다. 다시 말해 1년을 초과하여 근로하는 경우([라] 조항) 정규 ‘직원’으로서 그 처우를 달리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마] 조항에서, 근속년수에 비례하여 적용되는 근로조건을 감시할 외부적 기구가 필요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오직 채용자와 피채용자 사이에서 근로조건을 논의하게 되면 위에 나와 있듯이 ‘변종 근로형태’로 전환되기 쉽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하 부서나 근로복지공단, 노동위원회 등에서 객관적으로 규제하고 할증임금 도입 여부를 감시, 관찰한다면 보다 효율적인 개선이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단시간 노동자들의 경우 합의된 근로시간을 넘기며 정규직과 다름없이 일을 해도 그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받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사용자가 이러한 상황을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러한 행태를 바로잡기 위해 고안된 [바] 조항은 시의적절하다고 본다. 다만 할증임금 도입에 있어서 기준과 범위를 보다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강제화하는 시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정규직으로’ ‘정당한’ 고용을 늘리는 일

노동시장이 유연해지면서 기간제 및 단기 근로자 채용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기단법 역시 포괄적으로 ‘비정규직 보호법’ 범주에 속한다. 그러나 기간제노동자의 고용상 지위 보장이나 차별 시정보다 더 본질적인 것은 기간제 고용의 사용 사유를 제한하는 등 “직접고용”, “정규직 고용”의 원칙을 재확인하는 것이다. 즉 기간제 노동의 남용을 줄이는 것이 보다 중요한 해결책이다. 또한, 기간제 및 단시간노동자 이외에도 중규직이나 무기계약직 등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직에 대한 보호법도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