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지 않는 아이들
그 두 번째 이야기, 취업 준비

 

  9월, 새학기가 시작된 학교에는 학생들의 활기찬 웃음소리와 재잘거림이 가득하다. 이제 조금은 새내기 티를 벗어낸 1학년들을 비롯해 하반기 구직 활동에 전념하고 있는 다소 피곤해 보이는 4학년들까지, 교정은 그들의 말소리로 움직임으로 모처럼 북적거린다. 하지만 문득 생각해 본다. 열심히 학교를 다니는 친구들과 달리 학교 밖에서 돌아오지 않는 아이들에 대해. 그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고함20은 ‘돌아오지 않는 아이들’이란 주제로 9월 둘째 주 기획을 진행해 보았다. 다양한 이유가 있었지만, 이번에 다룰 것은 바로 ‘취업 준비로 떠난 아이들’이다. 이 기간의 목표는 짧게 보면 ‘자기계발’과 ‘스펙 쌓기’이지만, 길게 보면 결국 취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함이다. 해가 거듭 되도 늘 최악의 취업 한파를 맞는 20대의 또 다른 자세, ‘잠시 떠나있기’를 실천하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어학공부, 그것은 진리!


1. 휴학생이라면 지금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2. 혹은 휴학한 경험이 있다면 어떤 것을 했습니까?


 라는 질문을 가지고 불특정한 50명을 대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복수응답 가능), 그들이 휴학 중 가장 몰두하고 있는 것은 ‘어학공부’(54%)로 나타났다. 물론 영어공부를 하는 방법도 가지각색이었다. 뭉뚱그려서 ‘영어공부’, ‘어학공부’라고 답한 사람도 있었고, ‘토익’, ‘어학연수’, ‘워킹홀리데이’라고 하는 답변도 많았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북적거리는 장소 몇몇을 고르라면 분명 끼어 있을 듯한 토익학원. 언제나 또랑또랑한 강사의 목소리가 들리고, 무언가를 열심히 받아 적거나 집중해서 Listening하는 수강생들이 넘치는 그 곳만 봐도, 어학공부에 대한 열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해외 어학연수나 교환학생은 이제 더 이상 특별하지 않게 된 것이 사실이다.



 한국경제 2009년 1월 22일자 <토익 811점ㆍ학점 3.73ㆍ자격증 2.8개 '취업스펙' 이 정도는 돼야…>를 보면 현재 취업준비생(=구직 준비 중인 졸업 예정자)의 평균 ‘스펙’이 자세히 나와 있다. 취업 포털 잡코리아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취업준비생들의 토익 평균점수가 811점으로 작년 조사결과 때 나왔던 776점보다 무려 35점이나 올랐다고 전했다. 게다가 외국어 관련 자격증과 경력을 지닌 사람도 더 많아져, 영어회화 자격증 보유자가 전체의 13.5%를 차지했다. 해외 어학연수 경험이 있는 사람도 40.4%로 지난해(30.1%)보다 10% 가량 증가해 눈길을 끌었다. 어학공부가 중요하기 때문에 20대가 그것에 매달리는 것인지, 20대가 어학공부에 특히 몰두하기 때문에 점점 더 기준이 높아지는 것인지를 따지는 것은 결국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라는 물음과 다르지 않다. 지금 상황에서 우리는 취업준비생들의 스펙이 점차 높아지고 있고, 이 추세는 쉽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겠다.

  덧붙여 앞서 언급한 기사에 따르면 제2외국어 관련 자격증 보유자도 전체의 21.2%를 차지했다고 한다. 20대들은 역시 대단했다. 이런 면에 있어서는 더더욱.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무시무시한 현실 속에 좀 더 잘 적응하기 위해 되도록 빨리 자신만의 무기를 마련하고 있었던 것이다.



 차근차근 새로운 경험을 쌓아 보기


 해외봉사활동(6%)이나 여행(30%), 하고 싶은 분야의 실무 배우기(22%) 등을 추천하는 이들도 많았다.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도 자신의 이력서를 혹은 면접을 더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는 이유에서다.

 해외봉사활동의 경우 본 목적인 봉사활동과 더불어 때묻지 않은 자연 풍광도 구경할 수 있어서 일석이조라는 호평이 상당수를 이루었다. 여행은 가장 자유스러워 보이지만, 오히려 사색의 시간을 가지며 참된 나를 발견할 수도 있기 때문에 무척 소중한 경험이라고 했다. 혼자서 홀연히 떠나는 여행이건, 여럿이 짝지어서 가는 여행이건 시야가 넓어지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다지는 데 있어 큰 경험이라는 것이다. 또한 인턴이나 아르바이트 등 준 직장 생활을 추천한 이도 꽤 있었다. 아무래도 학교 다닐 때는 거의 할 수 없었던 ‘일’들을 본격적으로 해 볼 수 있는 시기이므로, 이를 잘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간단한 업무부터 시작해 기업에서의 실무를 배우고, 조직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인턴사원의 경우 휴학생들에게 더욱 더 환영받고 있었다. 그러나 졸업 예정자들이나 졸업자들을 주 대상으로 하는 특성상, 인턴으로 뽑히는 것조차 매우 어려워지고 있는 게 현실이었다.  


※ 출처 : http://cafe.naver.com/specup


 

언제쯤 휴학생에게 ‘낭만을 즐겨라’ 하고 외칠 수 있을까


 취업 준비로 학교를 떠난 20대. 여전히 돌아올 날이 요원해 보인다. 그러나 그보다 안타까운 것은, 원하는 곳에 들어가기 위해 점점 더 그 회사에 ‘적합해지려고 노력하는’ 모습 그 자체였다. 정말로 좋아서 자연스럽게 빠져드는 것이 아니라, 큰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고통스러운 중간 과정으로 여기며 ‘감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렇게 바쁘고 고달프게 사는 서러운 휴학생들을 비난할 의도는 전혀 없다. 다만 취업 준비라는 번듯한 이름 아래 몸도 마음도 혹사당하고 있을 20대, 우리네 모습이 처연해 보였을 따름이다.



※ 출처 :
http://farm3.static.flickr.com/2654/3876351543_d1ab8ec87e.jpg 연애
http://blog.joins.com/usr/w/hi/whitebee1/0905/4a1617104f82f.jpg 사색
http://www.tourtalker.co.kr/asp/..%5CTalkerSpace%5Cimages%5C패러글라이딩_200611221720520.jpg 패러글라이딩



 낭만. 어떻게 생겼는지, 어떻게 발음하는지조차 잊은 낯선 그 말. 20대가 곧 젊음을 나타내듯, 20대와 낭만의 관계도 무척 가까웠는데 2009년 현재 대한민국의 20대는 낭만과 도무지 엮일 일이 없는 것 같다. 보다 자유롭게, 정말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것을 해 보고자 하는 용기, 그것은 낭만을 추구하는 사람들로부터 나온다고 본다. 패러글라이딩이든 수영이든 예쁜 손글씨 연습이든 좋다. 취미생활에 마음껏 빠져볼 수는 없는 건가? 언제 어디에서 누구와 함께든 어떤 목적이든 상관없다. 젊음을 불살라 가며 후회 없이 놀 수는 없는 건가? 이 사람이다 싶은 사람에 딱 꽂혀 차마 건드릴 수도 없을 정도로 견고하고 단단한 애정의 테두리를 만들어 보면 안 되는 건가? 자신 있게 연애, 취미활동, 오락을 권유할 수 있는 때는 아직 오지 않은 것 같지만, 그래도 필자는 희망을 갖고 살련다. 언젠가는 학업 중 잠시 휴식을 갖는 동기들이나 후배들에게 맑은 미소와 함께 조언할 날이 오겠지. ‘취업, 공부 잠시 접어두고, 일상 속에선 발견할 수 없었던 네 안의 낭만을 꺼내 봐!’라고 말할 그런 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