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인권 (27)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것은 오원춘을 위해서가 아니다

오원춘은 대담한 납치행각과 잔인한 시체훼손, 그리고 인육을 목적으로 했을 것이라는 사실에서 전국민의 경악과 공포,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그에게 사형이 언도된 것은 굉장히 빠르게 이루어졌다. 사형 언도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실제 사형 집행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장단이 있기 마련이다. 사형을 집행하여서 얻을 수 있는 것과 잃게 될 것을 따져보아야 한다. 사형 집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흉악범죄에 대한 경고의 의미를 명확히 전달하는 것이다. 잠재적 흉악범들에게 사형이 그저 이름만 남은 것이 아니라, 실제 집행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면, 범죄 실행에 영향을 받으리라 기대하는 것이다. 또한 사형수들의 수감기간 중 발생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도 흔히 ..

인간 오원춘이 받아야 할 '인간의 벌'

사람이 죄를 저질렀으면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한다. 왜.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은 자신이 저지른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사실, 생각해보면 죄와 벌이라는 개념, 모두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곰이 사람을 죽였다고 치자. 그 곰에게 죄를 지었으니 벌을 줘야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곰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오원춘 사건을 들여다보자. 일단, 화부터 난다. 여성을 성폭행하려다 살해했다. 그도 모자라 피해자 시신에서 때어낸 356개의 살점을 비닐에 보관해두기까지 했다. 더 나아가 잘못을 크게 뉘우치는 것 같지도 않다. 살인을 한 것 자체가 천인공노할 죄인데 시체를 훼손하고 용서를 빌지도 않는다. ‘저 놈은 사람이 아니다. 당장 사형해야 한다’라는 말,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

청소년의 문제에서 ‘청소년 존재’에 대한 고민으로

대딩과 고삐리의 차이 - 17시간 20분 내 나이는 21살, 작년 법적으로 성인이 되었던 나는 '청소년 딱지'를 단호히 거절했다. 나는 술집에서 술을 먹을 때, 아르바이트를 구할 때, ‘혹시 고등학생 아니에요?’라는 질문에 당당히 아니라고 대답할 수 있는 나의 ‘민증’을 보며, 희열을 느꼈다. 지금와서 돌아보면, 대학생과 고등학생의 차이는 기껏 2개월 차이 밖에 나지 않았지만 그만큼 나에게 '청소년'이라는 것은 무겁게 나를 누르고 있었던 것 같다. 한 웹툰에서의 '대한민국의 고등학생, 300분 남짓한 수면과 100분가량의 식사시간을 제외한 17시간 20분... 이 시간엔 오직 공부만이 허락된다.'라는 묘사를 보듯, 청소년은 공부 이외의 것을 선택하기가 무척이나 힘들다. 게다가 청소년 시기에는 유달리 '되..

성희롱 교수한테서 '윤리'를 배우라니…

대학에서 선후배 및 동기들 사이에 성희롱이 일어났다는 기사나 이야기는 많이 본다. 그런데 교수가 제자를 성희롱 한다면? 그것도 인권을 가르치는 윤리교육과 교수가 국립대학에서 제자를 성희롱했고, 학교에서는 교수 감싸기에만 급급하다면,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지난해 6월 학부생과 대학원생을 상습적으로 성희롱한 부산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A씨는 국가인권위원회와 대학 성폭력상담센터에 의해 그 사실이 밝혀져 감봉 3개월이라는 경징계를 받았다. 감봉 3개월이 끝난 3월 초 교수는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수강신청을 받았다. 성희롱 피해자에게 아무런 보호 조치 없이 같은 대학건물 내에서 강의를 하겠다는 얘기이다. 강의 첫날 교수 A씨는 학부생의 성희롱 사건에 대한 질문에 '증거가 있으면 가져와 보라'며 자신의 잘못을 ..

[데일리이슈] 교과부의 교육법 시행령 개정, 학생 인권 후퇴시킨다

새 학기가 열흘도 채 남지 않은 지금, 학교 교육이 갈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학생의 두발, 복장과 전자기기 사용 제한 등에 관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기로 한 것이다. 교과부는 시행령 개정안에서 각 학교가 학생의 두발 및 복장 등에 관한 규칙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이러한 조치가 서울시, 광주시 교육청의 학생인권조례와 상반된다는 것이다. 학생인권조례는 학교가 학생의 두발 및 복장을 제한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행령은 조례보다 상위법이기 때문에 위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학생인권조례의 두발 및 복장 자유 관련 조항은 무력화된다. 게다가 대통령령이기 때문에 국회 통과 과정도 거치지 않고 국무회의를 거쳐 바로 공포될 수 있다. 학생인권조례 무효 소..

대학교육의 진보를 꿈꾸다 - 인권과 평화의 대학, 성공회대학교

인권과 평화의 대학, 진보 성공회대학교 "한 사람의 지도자를 길러내기 보다는 열 사람의 동반자를 양성 합니다. " 성공회대학교의 메인 홈페이지에 쓰여 있는 문구이다. 한국의 많은 고등학생들이 입학하기를 희망하는 서울대 및 주요 사립대의 메인 홈페이지와는 거리가 있다. 실제로 연세대는 ‘The First & The Best’ , 고려대는 ‘너의 젊음을 고대에 걸어라 고대는 너에게 세계를 걸겠다.’ 마지막으로 성균관대는 ‘The Only, The Best, 창조적 혁신 대학’ 이라는 문구로 자신의 대학을 홍보 한다. 사실 고등학교 때부터 ‘리더’가 얼마나 멋진 일인지, ‘성공’이 얼마나 근사한지에 대해 꿈꿔오는 것 이 훨씬 쉬웠던 한국 사회의 학생들에게 ‘열 사람의 동반자’라는 말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지..

학생만 가방 맡기라는 대형마트, 명백한 인권침해

저녁 시간, 교복을 입은 남학생 세 명이 A마트에 갔다. 과일을 진열해놓은 입구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는데 마트 직원이 학생들을 불러 세운다. “학생들은 책가방을 맡기고 들어가야 한다”는 이유다. 학생들은 멈칫하지만, 곧 그들 중 하나가 대표로 물건을 사오기로 했다. 가방을 맨 학생 둘은 친구가 벗어놓은 가방을 들고 입구에서 기다린다. 그 사이 가방을 들거나 멘 손님들이 여러 명 더 들어왔지만, 누구도 가방을 두고 가라는 제재를 받지 않았다. 학생들은 자기들만 적용받은 지침에 항의를 하지는 않았지만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마트 직원에게 영문을 물었다. 직원 김모씨는 낮은 목소리로 ‘도난사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 왜 학생들만 가방을 맡겨야 되는지, 다른 예방법은 없냐고 되묻자 직원은 ..

국가인권위 10돌, 지금 제대로 하고 있는거 맞나요?

2001년 출범한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5일, 출범 10돌을 맞이했다. 이를 기념하여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념식이 열렸다. 동시에 기념식장 밖에서는 인권단체 활동가들의 현병철위원장에 대한 항의와 사퇴요구가 있었다. 언론검열, 통금시간, 장발단속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30~40년전만 하더라도 한국은 인권후진국이었다. 하지만 1980년 후반부터 시작된 인권운동과 시민운동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은 2001년 인권위를 설립한다. 하지만 국가기관의 정책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인권위를 반갑게 봐주는 정권은 없었다. 인권위가 오늘날까지 오기에는 험난한 길을 걸어와야 했다. 특히 인권위가 법무부 산하 특수법인이 아닌 독립적인 국가기구로 출범하는데는 3년간의 투쟁이 필요했다. 이러한 투쟁을 바탕으로 오늘날의..

영화 <도가니> 이후, 근본적 해결과 지속적 관심이 필요

영화가 끝이 났다. 영화가 끝나고 실내등이 들어오는 순간, 소란스럽고 부산한 여느 영화관의 분위기와 달리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하기만 하다. 그러다 조금씩 여기저기서 한숨과 탄식이 들려온다. ‘그려.. 돈 많은게 장땡이지, 돈 없는게 죄지..’, ‘저 어린 것들 불쌍해서 어떡해.’ 와 같은 얘기들이 적막을 깨웠다. 이들은 어떤 영화를 본 것일까? 다들 짐작했겠지만 이들이 본 영화는 지난 두 달 장애인 인권 침해와 성폭력 문제에 대한 미흡한 처벌 등의 내용으로 온 나라를 영화 제목처럼 들끓게 했던 영화 이다. 누적관객 500만 명을 향해 달려가는 영화 속 불편한 진실이 전 국민을 공분하게 만들었다. 이후 무엇이 달라졌나? 도가니, 충격 실화가 알려지다. 영화 는 광주 지역 한 장애학교의 실화를 바탕으로 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