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페르마타 (316)

[청춘의 음표] 김윤아의 'Girl Talk', 내겐 너무 따뜻한 냉소

김윤아의 2집이 나온 것은 2004년, 내가 중3 때의 일이었다. ‘팬이야’가 수록되어 있었던 자우림 4집을 접하게 된 이후로 그들의 음악을 듣기 시작했던 나는, 그녀의 두 번째 솔로 앨범이 발매되었다는 소식에 곧바로 집에서 꽤 멀리 떨어져 있었던 CD점으로 향했다. 자우림의 곡들도 그렇게 밝지는 않았지만, 김윤아의 앨범의 표지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음악들이 내뿜었던 약간은 음산한 기운에 뭔가 매혹되었던 기억이 난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라는 이해가 갈 듯 말 듯한 어떤 의미에서는 철학적이기도 한 제목의 트랙으로 시작하는 이 앨범에서 김윤아는 사랑이라는 로맨틱해야 할 단어를 ‘지나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닐 마음의 사치’라고 이야기하며, 대신 ‘증오는 나의 힘’에서 ‘증오는 증오를 낳고’ 라는 언어를 ..

디지털 세대는 어떻게 정치사회화 되는가? <우리는 디씨>

2007년 이길호(책의 저자)가 디시인사이드에서 사이버스페이스의 인류학을 시작하던 그 때, 나는 고등학교 3학년이었고, 한 사람의 갤러였다. TV프로그램 의 팬으로서 방송 날이나 녹화 날이면 쇼바이벌 갤러리(‘쇼갤’)에 접속해 열심히 ‘눈팅’을 했다. 온라인상으로 어떤 커뮤니티 내에서 사람들과 친밀감을 나누어 본 경험은 디시 이전에도 있었다. 나는 PC통신 ‘하이텔’을 9살 때 시작했는데, ‘21/설(서울)/대딩/남’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사람들을 따라서 ‘9/절(전라북도)/초딩/남’ 이런 식으로 소개를 하면서 나름의 대화를 했었다. 온라인 타자게임 ‘다다닥’의 길드 ‘엽기패밀리’ 멤버들은 brabo123이라는 내 아이디에서 ‘라버’라는 별명을 만들어줬다. 초등학교 때는 개인 홈페이지 ‘라버랑닷컴’을 운..

서민에게 불리한 세제 개편, 더 이상은 안 된다

다음달초 공개될 박근혜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연일 논란이 되고 있다. 개편안이 서민의 세금 부담을 늘리고 오히려 부자나 대기업의 세금 부담을 줄이는 방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일괄적인 세율을 적용하는 ‘법인세 과표구간 단일화’는 대기업에 유리하고 중소기업에 불리한 정책이다. 2주택 이상 소유자들이 집을 팔 때의 세금을 줄여주는 ‘양도소득세 중과세 폐지’와 같이 부자 감세에 해당하는 정책도 있다. 반면 ‘의료비․교육비 소득공제 폐지 및 세액공제 도입’이나 ‘신용카드 소득공제율 하향 조정’ 등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서민 직장인들의 세금 부담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과세 형평성 기조를 내걸고 저소득층에 대한 다양한 혜택을 마련하긴 했다. 그러나 연봉 6000만원이면 고소득층..

범죄자에 대한 엄벌주의 관점 폐기해야

학교폭력에 관한 새 대책에 관한 논란이 뜨겁다. 23일 교육부가 ‘현장중심 학교폭력 대책을 심의․의결한 데 따른 것이다. 논쟁의 중심에 오른 주요 내용은 학교폭력 가해 사실의 학생부 기록 유지 여부에 관한 것이다. 이번 대책에 따르면 내년 2월 졸업생부터 기록 유지 기한이 5년에서 2년으로 줄어들며, 가해자가 반성하고 행동변화를 보였는지 여부를 심의해 졸업 직후 삭제할 수도 있게 됐다. 지난해 3월 학교폭력 가해 사실의 학생부 기재가 시작된 이후 교육계에서는 과잉 처벌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루어져왔다. 지난해 8월 국가인권위원회도 이 제도의 개정을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학교폭력 대책의 노선이 변화된 것에는 이러한 관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인권침해를 막고 보편적인 인권을 끌어올린다는 측면에서 이러한..

공주사대부고 사건, 군대식 수련회 재검토 필요하다

지난 18일 충남 태안 안면도의 한 사설 해병대 캠프에서 공주사대부고 2학년 학생 5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 사체로 발견되는 사고가 있었다. 이런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그렇듯, 언론은 원인이 무엇이고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따져 묻고 ‘어른’들은 서로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이다. 주요 일간지들의 사설을 훑어보면 이번 사건의 원인과 대책은 주로 ‘제도적 미비’를 보완하는 선에서 정리되는 것으로 보인다. 안전 불감증을 해소하기 위해 국가의 감시와 감독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유사 해병대캠프가 난립하는 상황을 정리한다며 해병대는 ‘해병대 캠프’에 대한 상표명 출원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이 정도의 진단은 진짜 문제인 ‘청소년 극기훈련’ 자체의 문제를 짚어내지 못하고 있다. 군사문..

국사 교육 의무화, 철 지난 민족주의적 생각이다

17일 민주당 민병두 의원이 대입에 국사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수능시험에 국사 과목을 필수과목으로 포함시키고, 각 대학이 국사 과목을 입학전형자료로 반드시 반영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수학능력시험에서 매해 한국사 응시자 비율이 줄어들고 있고, 청소년들의 잘못된 역사 인식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 이러한 ‘국사 교육 의무화’ 주장의 배경이다. 그러나 ‘의무화’를 통한 역사 교육의 강조는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으며, 민족주의적인 생각이라는 점에서 위험성을 안고 있다. 국사 교육은 사실 이미 의무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에는 이미 국사 과목이 필수 이수 교과목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이는 당연히 ‘내신’ 평가 요소에 해당되는 상황이다. 중고등학교 역사 과목에..

아시아나 항공기 추락, 선정적 언론 보도 아쉽다

지난 7일 아시아나항공의 항공기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착륙 시도 중 추락했다. 수많은 사상자를 낳은 참사이기에 이 사건의 뉴스로서의 가치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재난이나 참사를 다루는 보도는 그 사회적 영향력 때문에라도 더욱 신중을 기해야만 한다. 그런데 이번 아시아나 항공기 추락 사건을 다루는 국내 언론의 태도는 선정적이다 못해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관련된 보도는 대부분 사건 당시 정황을 재구성해 당시의 급박한 상황을 재현하거나, 항공기 추락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밝혀내려는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 같은 접근은 기본적으로 사건의 정확한 원인 분석과 이를 통해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고, 국민들에게 정확한 재난․참사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언론의 목적..

잉여 외국어능력의 범람, 취업 스펙 현실화 필요하다

구직자의 62.6%는 "취업하는 데 외국어 스펙이 필요하다"고 답한 반면, 직장인 58.3%는 "외국어 스펙이 회사 일에 도움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취업포탈 사람인이 2일 밝힌 구직자 487명과 직장인 57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다. 취업 필수 스펙으로 알려진 토익, 토익 스피킹 등의 외국어 성적이 사실상 취업 이후 직무 수행과는 별 관계가 없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현장에서 쓰이지도 않을 능력을 취업 관문을 뚫기 위해서만 '만들어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그런 와중에 국내 영어교육 시장의 규모는 4조원을 넘어섰다. 이 같은 상황은 명백히 사회적인 낭비다. 전지구화가 상당 부분 진행된 것도 사실이지만, 여전히 미국 땅을 한 번 밟을 일 없고 영어로 업무를 처리할 일도 한 번 없는 ..

국정원‧NLL 논쟁에 가린 민생 현안 해결해야

국정원의 정치‧선거개입 의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관련 발언에 관한 논쟁으로 정치권이 뜨겁다. 여야 핵심 관계자들은 물론, 신문 정치면과 TV토론, 시민단체의 활동들도 모두 다 두 이슈에 관해서 집중되고 있다. 오늘(28일)도 서울 도심 광화문 일대를 중심으로 시민사회단체들의 시국선언, 집회, 기자회견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대학가에서도 총학생회들의 시국선언과 관련한 쟁점이 논란이 된 바 있기도 하다. 이 같은 사태는 장기전으로 진행되면서, 딱히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국정원에 대한 수사결과가 발표되고, NLL 발언이 들어있다는 대화록 전문이 공개되었지만 갈등은 해소되지 않고 오히려 격화되고 있다. 소위 진보와 보수로 나뉜 양 진영에서 계속해서 새로운 쟁점들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